이번 호에 소개할 영화는 2018년 9월에 개봉된 액션 크리처 사극「물괴(Monstrum, 2018)」다. 제작비 125억 원을 들여 제작된 블록버스터 영화였지만 관람객 72만 명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었다. 조선왕조실록에 나오는 사실을 근거로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진 영화지만 관람객과 기자·평론가 및 네티즌 모두에게 혹독한 판정을 받았다. 그나마 관람객 평점이 별 3개를 간신히 웃도는 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밖에 없다. 2018년 11월 14일부터 22일까지 스페인에서 열린 제28회 판씨네-말라가 판타스틱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물괴」가 선정되었으나 영화제 홍보물에 사용된 욱일기 사건으로 빛이 바래지는 모양새다. 사극을 가지고 문명의 이기인 승강기 얘기를 어떻게 풀어내려고 하는지 우려 가득한 눈초리도 있겠지만, 이미「역린」「, 조선명탐정」등 사극영화 몇몇을 소개한 적이 있다. 승강기는 세계 각국은 물론 역사의 시간을 뛰어넘어 우리의 삶 깊숙이 존재하고 있었나 보다. 아주 오래전부터 말이다….
[크리처 : 생물, 생명체를 뜻하는 단어로 조물주가 창조한 창조주에 대비되는 살아있는 존 재를 가리킨다. 생물 같기는 한데 동물인지 식물인지 알쏭달쏭한 낯선 존재를 지칭하는 말 이다. 몬스터보다 중립적이지만 약간은 미심쩍은 뉘앙스를 가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누군 가에 의해 만들어진 괴물의 뜻으로 많이 쓰이고 있는 단어다.(나무위키에서 인용)] 중종 22년. 거대한 물괴가 나타나 백성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민심을 수습하기 위 해 중종(박희순 분)은 내금위장이었던 윤겸(김명민 분)을 불러들여 물괴 수색의 책임을 맡긴 다. 물괴를 고의로 조작하여 민심을 흉흉하게 만들려는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심운(이경영 분)은 그의 심복 진용(박성웅 분)을 수색대에 합류시켜 수색을 돕는 척한다. 수색대가 다다른 장소는 그때 그 일이 일어난 장소다. 한번 와본듯한 인상을 받는 명(혜리 분). 백성들로 구성된 수색대를 몰살시켜 물괴에게 뒤집어씌우려는 심운과 그의 일당들. 그들의 목적은 반란이다. 자기의 사병을 도성으로 돌리려고 물괴 사건을 만들어낸 영의정 심운의 계략에 빠져 죽음의 위 기에 몰린 윤겸과 성한(김인권 분)을 아이러니하게도 진짜 물괴가 등장하여 구해준다. 물괴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긴 윤겸은 송할배(이도경 분)를 만나 사건의 모든 진상을 파악하게 된다. 물괴를 궁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고 편전 밑에 위치해 있던 조준방으로 유인하여 잡으 려던 윤겸은 성한(김인권 역)과 허 선전관(최우식 분)에게 폭탄을 설치하라고 지시하고 본 인은 직접 미끼가 되어 물괴를 유인한다. 화약의 설치와 물괴의 유인이 순조로이 진행되는 듯하다. 그러나 영화는 영화인지라 설치한 폭탄 심지에 붙은 불이 물괴의 난동에 꺼져버리 고 만다. 아뿔싸 누군가 남아서 폭탄을 직접 터트려야 한다. 다 영화의 재미를 위한 장치이기 에 어쩔 수 없겠지만「 아마겟돈」의 브루스 윌리스를 보는 듯하다. 직접 화약에 불을 붙이며 살신성인하는 윤겸. 물괴는 잡히고 죽은 줄 알았던 윤겸은 구사일생으로 살아나고 명은 꿈 꾸던 혜민서 의녀가 되었다. 벼슬에 욕심이 없는 윤겸은 성한과 궁을 떠난다. 성한은 윤겸에 게 “그때 어떻게 살아남았냐?”는 질문을 던진다.
[승강기의 기본 원리 두레박 원리 : 한쪽은 카 한쪽은 균형추]
두레박 원리 – 후크(갈고리) 그리고 도르래와 로프
이 영화가 다 끝나기 전까지 승강기가 어디에 나오냐는 얘기는 금물이다. 봐도봐도 승강기는 언 제 나올까 궁금할 것이다. 성격이 급한 분은 도중에 안 나오네 하고 포기할 수도 있다. 영화가 다 끝나갈 무렵, 엔딩 로고 바로 직전에 두레박 원리를 잘 설명해줄 문제적 장면이 도르래, 로프 등을 대동하고 함께 나온다. 도르래와 로프가 아니었으면 새드엔딩이 될 뻔한 그 장면이다. 폭약에 불을 붙이면 물괴와 같이 죽을 수밖에 없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윤겸의 눈에 로프 한 가 닥이 들어온다. 그 로프가 물괴의 발에 감기는 순간 윤겸은 로프의 반대편 끝인 갈고리(후크)를 잡 는다. 로프는 3개의 도르래에 의해 폭파반경을 벗어 날 수 있는 유일한 생명줄이다. 물괴가 윤겸에 게 달려들며 폭탄이 터지고 윤겸은 두레박 원리에 의해 반대편으로 튕겨 나간다. 균형추 역할을 물 괴가 해주어 윤겸을 구해준 셈이 되었다. 실제로 잠실종합운동장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는 도르래 여러 개를 사용해 기계실 밑이 아닌 다른 공간에 설치되어 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승강기의 기본적인 두레박 원리를 발견할 수 있는 기쁨은 이 영화가 주는 유일한 낙이다. 유레카!
사람이 문제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답이다
괴수 영화의 특성상 사건의 발단은 사람의 이기적 욕심에 기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강의 괴수 이야기를 다룬 괴물이 그러하듯 말이다. 괴물은 과거 용산 미군기지에서 독극물을 여과 없이 버린 행위가 괴물의 탄생원인이 된 것처럼 그렸다. 물괴는 정적들의 모함을 받아 역병으로 몰사한 선량한 백성들의 피와 원한을 연산군이 들여왔던 이국의 동물이 먹고 자라 면서 물괴가 되었다고 말한다. 어찌 되었던 물괴의 씨앗을 뿌린 이도 사람이요, 물괴에게 희 생을 당하는 이도 사람이라는 말이다. 모든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은 인간들의 욕심에 의해 비 롯되어지지만 결국 그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것도 사람이라는 명제다. 그래서 갈수록 인성 이 갖추어져 있고 미래를 디자인 할 수 있는 선견지명을 가진 리더의 존재가 그리워지는 것이 다. 좋은 인재가 잘 성장하고 양육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리 구세대의 책무이다.
물괴
(Monstrum, 2018)액션|한국|105분|2018.09.12 개봉
감독|허종호
출연|김명민(윤겸), 김인권(성한/물괴 목소리)
조선왕조실록 – 민족의 자랑스런 유산
태조(1392년)부터 철종(1863년)까지 25대에 걸친 472년간 조선 왕조의 역사적 사실을 연 월일순(年月日順)에 따라 편년체로 기술한 역사서이다. 별칭은 <조선실록>이다. 1997년 10월 1일 유네스코에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중종실록>(中宗實錄)은 1506년 음력 9월부터 1544년 음력 12월까지 조선 중종 시대의 사실을 기록한 실록이다. 총 105권 102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화의 모티브가 조선왕조실록이었다는 팩트만으로 화제가 되었던 영화다. 민족의 자랑 스러운 유산 조선왕조실록을 가진 우리가 자부심을 가질 충분한 이유가 된다.
연기력 어벤져스가 흥행공식은 아니다
물괴의 캐스팅은 어벤져스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화려하다. 타 영화에서 단독 주 연을 맡을 만한 배우들이 대거 조연으로 출연했다. 김명민, 김인권, 혜리, 최우식, 이경영, 박 성웅, 박희순, 이름만 들어도 화려하다. 그럼에도 흥행 참패의 쓴맛을 보았으니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 궁금하다. 이러한 출연진으로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 깝다. 조선왕조실록이라는 실제 역사의 기록에서 모티브를 따와 영화를 구상한 것까지는 매우 신선한 접근이었다. 하지만 전체적인 스토리의 얼개가 느슨하고, 인물의 설정, 논리의 전개 등의 부족함이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평가해 본다. 구슬이 서 말 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머리에 박힌다. 좋은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을 다 모았다고 무 조건 크게 흥행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뭔가 다른 매력적인 무엇이 더 필요하다. 하지만, 필 자에게는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 한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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