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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가 들려주는 생활법률 이야기 "층간소음"

변호사가 들려주는 생활법률 이야기

층간소음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이웃 간에 크고 작은 분쟁들이 자주 일어나는 곳이 아파트다.
누수문제, 주차문제, 사생활 노출, 소음문제 등 소송으로 갈만큼 큰 내용은 아니지만 쉽게 해결하기도 어려운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요즘 가장 흔하면서도 심각한 문제가 바로 층간 소음이다.

 

■ 글 / 이현곤 (법무법인 ‘지우’ 변호사)

 

십여 년 전 초임판사로 발령받아 내려간 곳은 부산이었다. 나는 해운대 바다 근처의 한 아파트에 전세를 얻었는데 바다가 바라보이는 멋진 외관과 달리 내부가 부실했다. 무엇보다 벽과 바닥을 너무 얇게 시공하여 층간소음이 너무도 심했던 것이다. 밤이면 아래층에서 아이를 혼내는 소리가 들렸고 바닥에 귀를 대고 있으면
코고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였다.

 

위층도 마찬가지인 것이 남자아이 둘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뛰어다니면 천정에서 쿵쿵 하는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소리에 그다지민감한 편이 아니어서 잠을 자는 데는 별로 불편함이 없었다. 또 해운대란 곳이 원래 좀 시끄러운 동네이고 이런 저런 일들이 다 사람 사는 곳에서 어쩔 수 없으려니 하고 생각하니 나중에는 그 소리마저 익숙해지고 무덤덤하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하루는 위층에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멈추지 않아 잠을 이룰 수 없어 할 수 없이 인터폰을 들었다. 위층 아저씨가 내려와 서울에서 누님 가족이 와서 어쩔 수 없었다고 정중하게 사과를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아래층, 위층 모두 좋은 사람들이어서 큰 분쟁이 생기지 않고 잘 넘어갔던 것 같다. 하지만 그 분이 사과하지 않았다면 내가 버럭 소리라도 질렀다면 시비가 붙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작은 문제가 큰 분쟁으로 비화할 소지는 언제라도 있는 것이다.

 

소음으로 쌍방 폭행까지

 

 

부산에서 소액재판을 맡게 되었는데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이 적지 않았다. 법정에 오는 사건들은 이웃 간에 원수가 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 중에 특히 기억나는 것은 원고와 피고가 층간소음으로 손해배상소송을 하던 중 쌍방 폭행으로 확대되어 형사법정까지 서게 된 사건이었다.

 

위층에서 쿵쿵 뛰는 소리에 신경이 예민해진 원고는 복수를 하고자 골프채와 농구공으로 천정을 맞추는 등으로 맞대응을 했으나 위층에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한밤중에 위층으로 올라가 시비가 붙어 싸우던 중 한 명이 다리가 골절되는 상해를 입게 되었다.


층간소음 문제가 크게 확대되는 이유는 이웃 간의 갈등을 조절해줄 적당한 기관이 존재하지 않았던 원인도 있다. 그래서 한쪽이 이사를 가버리거나 법정에 서게 될 수밖에 없었다. 층간소음의 문제는 당사자 사이에서 스스로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적당한 제3자를 개입시켜서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다.

 

당사자들은 감정적이 되기 때문에 오히려 문제가 확대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한국환경공단에서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1661-2642, www.noiseinfo.or.kr)를 설치하여 접수된 민원에 대하여 전문가 전화상담 및 현장소음측정 서비스를 제공하여 당사자 간의 이해와 분쟁해결을 유도하고 있으니 층간소음에 시달리고 있는 사
람은 이를 참고할만하다. 이와 유사한 기관으로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http://edc.me.go.kr)가 있다.

 

 

 

건물이 부실하다면 시공사 손해배상

 

층층간소음 관련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웃 간의 배려와 문제해결 의지가 가장 중요하지만 시공사의 책임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공동주택에서는 어쩔 수 없이 일정부분 소음을 수인할 수밖에 없지만 건물 자체가 부실하게 지어졌다면 그것은 건물을 신축한 시공사의 책임이다.

 

좋은 이웃을 나쁜 이웃으로 만든 존재가 시공사에게 있을 수도 있다. 오래 전 건축된 아파트의 경우 당시의 건축법상 소음기준이 많이 낮았기 때문에 손해배상을 인정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의 판결 중에는 그 당시의 건축법상 기준을 충족하였다 하더라도 수인한도를 초과한 것으로 보아 손해배상을 인정한 판결{부산지방법원 2008가단8030(본소), 2009가단38887(반소)}도 있다. 위 판결은 “공법상의 기준을 충족한 것만으로 침해행위가 적법하다고 할 수 없고, 이 아파트의 바닥 충격음 및 여기에 추가해 파생되는 진동소음과 이를 몸으로 느끼는 상태, 주관적 감정까지 고려하면 수인한도를 초과했다고 볼 수 있다”고 하여 시공사의 손해배상을 인정하였다.


층간소음의 문제로 당사자가 겪는 정신적 고통은 매우 크고 쉽게 해결하기도 어렵다. 소음이라는 문제는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사람마다 느끼는 민감성 또한 다르다. 하지만 층간소음과 관련된 분쟁들을 보면 어쩌면 사람들은 층간소음 그 자체보다 이를 대하는 이웃의 태도 때문에 더 큰 상처를 입게 된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가장 큰 해결책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인 것이다. 상대방이 이러한 배려가 없는 사람이라면 직접 상대하기 보다는 분쟁해결 기관에 맡기는 편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