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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보기 승강기 기술

영화 속 깨알 같은 승강기 기원 탐색, 알라딘

이번호에 소개할 영화는 실사영화로 환생한 「알라딘(Aladdin, 2019)」이다. 당당히 1254만 관객(09.01. 기준)을 넘었다. 필자는 4D를 포함하여 세 번이나 관람했는데 볼 때마다 여전히 감동의 물결이었다. 영화 속에서는 승강기의 기원과 원리를 어렴풋이 유추해볼 수 있는 장면들도 덤으로 등장하니 기회가 된다면 감상해길 권한다. 
글 이동희(한국승강기안전공단 전북서부지사장)  자료 참고 및 사진 출처 네이버영화


마법의 양탄자가 등장하고 요술과 마술이 현실과 상존하는 영화에 무슨 승강기가 등장하냐고 차가운 눈초리로 흘겨볼 독자들도 있겠지만 승강기의 기원과 원리에 대한 장면이 훅하고 스쳐 지나간다. 시장에서 만난 자스민(나오미 스콧 분)과 알라딘(매나 마수드 분)이 병사들을 피해 도망 다니던 중에 도르래와 로프를 이용한 기계가 등장한다. 아마도, 건물을 지을 때 사용하는 용도로 지금의 타워크레인과 비슷한 모양새를 한 기계 말이다. 

다시 살펴보는 승강장치의 기원
이러한 승강장치는 고대 피라미드 축조에서부터 근현대 수원성 건축에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어왔다. 승강기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양중장치나 하강장치가 없었다면 이러한 위대한 문화유산을 눈으로 감상하는 사치를 누리지 못했으리라! 인간의 높은 곳을 향한 끊이지 않는 욕망에서 발전되어 온 승강장치는 지금도 세계 곳곳에 높디높은 마천루를 가능케 한 일등공신이다.
기원전 그리스의 수학자이며 물리학자인 아르키메데스가 제2차 포에니 전쟁 때 도르래와 로프를 이용한 투석기·기중기 등 신형무기를 고안해 로마의 대군을 괴롭힌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최초의 승강기 원형을 개발한 자는 아르키메데스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우리나라의 경우 다산 정약용이 개발한 거중기가 최초의 승강기 원형으로 여겨진다. 이 거중기는 불과 24㎏의 힘을 가하여 15t의 무게를 움직일 수 있었다고 한다. 
영화에서 자파(마르완 켄자리 분)의 은거지에 우물이 있고, 우물은 두레박 원리를 설명할 때 감초처럼 등장하는 배경이다.

디즈니의 영악함, 원 소스 멀티유스(One source multi-use)
디즈니 실사 영화 변환시리즈의 결정판이 알라딘이다. 「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언 킹」,  「뮬란」, 「인어공주」 등 라인업이 화려하고 아직 미개봉인 작품도 있지만 웬만해선 알라딘의 명성을 이기지 못하리라 단언한다. 「뮬란」은 여신 유역비가 캐스팅되어 2020년 3월에 개봉 예정이며, 「인어공주」는 흑인 가수출신 래퍼 할리 베일리가 캐스팅되어 화제를 뿌렸다.
만화영화로 톡톡히 재미를 본 디즈니가 이젠 실사영화까지 줄줄이 사탕으로 히트를 시키니, 원 소스 멀티유스(One source multi-use)의 진면목을 그대로 보는 것 같다. 손 안 대고 쉽게 코푸는(?)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 숨어 있는 게다. 이렇다 보니, 애니메이션 「알라딘」까지 찾아보게 하는 마력을 발휘한다. 
만화와 실사를 비교해 보니 스토리라인도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중요한 차이가 두 가지 정도 보인다. 원작에 비해 실사에서는 자스민과 지니의 비중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원톱 원킬, 자스민 역의 나오미 스콧
영화 흥행의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은 무엇보다도 여배우 나오미 스콧이라는 지론에는 거의 이견이 없다. 원작 만화 여주인공과의 싱크로율 100%를 자랑하는 그녀는 너무나 사랑스럽고 매력적이며 강인한 자스민 공주로 나온다. 실사에 특별히 삽입된 솔로 곡 ‘Speechless(침묵하지 않아)’는 이 영화의 주제를 대변하며 많은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비록 아들만 둘 있는 필자이지만, 자스민의 독창에서 마치 겨울왕국의 엘사가 ‘Let It Go’를 부르며 설산을 올라가는 장면과 같은 짜릿함을 느꼈다. 앨범을 3장 낼 정도의 실력파 보컬리스트인 그녀의 캐스팅이 아니었다면 영화가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 땅의 모든 딸들에게 바치는 헌사, 가사의 내용이며 영화를 관통하는 메인 테마다. 실제 영화 제목이 「알라딘」이 아닌 「자스민」으로 바뀌어야 제대로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니까 말이다. 

알라딘, OST 빼면 시체
알라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OST(Original sound track)다. 마법의 양탄자를 타고 세상을 두루 날아다니며 ‘심쿵’한 데이트에 빠진 두 남녀 주인공이 부르는 공전의 히트곡 ‘A Whole New World’를 비롯하여 도입부에서 윌 스미스가 부르는 ‘Arabian night’가 인상적이다. 하지만, 대세곡은 실사영화를 위해 별도로 삽입된 나오미 스콧의 ‘Speechless(침묵하지 않아)’다. 특히, 영화 후반부에서 하킴을 설득하기 위해 스톱모션된 배우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부르는 장면은 압권 중의 압권이다. 

알라딘 에필로그
지니에게 3가지 소원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알라딘이 우여곡절 끝에 마지막 소원으로 지니에게 자유를 주는 장면이 꽤 인상적이다. 귀중한 권리는 포기했지만 소중한 친구를 얻었으니 사람을 남기는 장사를 한 셈이다. 백성을 위하는 자스민 공주의 마음이 세종대왕의 마음과도 일통하는 부분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 더 큰 감동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