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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생각한다
요새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나오는 저출산과 인구감소 문제는 이미 일본에서 급속도로 진행되었으며 우리나라도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특정 집단 또는 개인에 대한 모욕적 표현이나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 말들이 사회 전 영역으로 넓고 깊게 퍼지고 있다. 이번 달에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두 권을 추천한다.
글. 편집부
예고된 인구 충격이 던지는 경고
미래 연표
가와이 마사시 지음 | 최미숙 옮김 | 한국경제신문
일본 사회에 인구 충격 신드롬을 일으킨 책
“미래 예측은 어렵지만 인구는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인구 감소 사회의 충격적 결말을 예고하며 일본 사회에 큰 파장을 몰고 온 《미래 연표》가 출간됐다. 이 책은 저널리스트이자 인구·사회보장정책 전문가인 저자가 2017년부터 앞으로 약 100년간 벌어질 일을 연대순으로 살핀 것이 특징이다. 저출산·고령화가 초래할 미래상을 ‘인구 감소 캘린더’로 보여주고, 그 대책을 ‘10가지 처방전’으로 제시했다.
‘결혼을 하든 안 하든, 아이를 낳든 안 낳든 개인의 자유’라는 말에 이의를 제기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런 인식이 점점 더 확산되고, 아이가 태어나지 않게 된 사회는 어떤 결말을 맞이할까? 저출산·고령화라는 사회적 문제에 개인이 관심을 갖기는 쉽지 않지만 실제로 그 문제에서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은 있을 수 없다.
미래에 일어날 일을 알 수 있다면 불확실성을 크게 줄이고,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과거에 어떤 일이 언제 있었는지 알고 싶을 때 찾는 것이 연표다. 연표를 보면 어떤 사건이 언제 발생했는가를 넘어 대개는 그 사건이 발생한 다양한 맥락까지 알 수 있다. 이 책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에 어떤 일이 언제, 그리고 왜 발생할 것인지 소개하는 ‘미래 연표’다.
한국의 미래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인구 문제 해법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우리의 앞날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한국은 지난 2000년 ‘고령화사회’로 진입한 지 불과 17년 만에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14%를 넘어서는 ‘고령사회’가 됐다(UN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은 ‘고령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구분한다). 이대로라면 인구 감소로 인한 재정 압박, 성장 둔화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한다. 그럼에도 정작 우리 사회는 급격한 인구 변화에 무감각한 상황이다.
일본은 1970년 고령화사회, 1994년에 고령사회, 2006년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가는 데 24년 걸렸다. 한국은 일본에 비해 7년이나 빨랐다. 이 추세라면 8년 뒤인 2026년쯤 초고령사회를 맞이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초고령사회는 이보다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 2060년 무렵에는 한국의 고령화가 일본을 추월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한국이 ‘지구 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국가’로 꼽히는 것도 그래서다. 인구 문제는 근거 없는 예언이나 불확실한 예견이 아니다. 가능성이 매우 높은 예측이다. 머지않아 우리는 일본보다도 암울한 미래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사회적 차원의 논의와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에 《미래 연표》는 다가올 미래를 제대로 인식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단초를 제공할 것이다.
혐오표현은 무엇이고 왜 문제인가?
말이 칼이 될 때
홍성수 지음 | 어크로스
“남이 하면 혐오표현, 내가 하면 농담”
‘맘충’, ‘노키즈존’, ‘여혐’, ‘김치녀’… 언젠가부터 우리 일상 속 공기처럼 떠돌고 있는 혐오표현. 특정집단 또는 개인에 대한 모욕적 표현이나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 말들이 사회 전영역으로 넓고 깊게 퍼지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긴다. 많은 사람들이 “혐오표현을 들은 적은 많지만 한 적은 없다”라고 대답한다는 점이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보이지 않는 게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다. “남이 하면 혐오표현, 내가 하면 농담”이라는 생각이 만연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 많은 혐오표현은 누가 다 했을까? 이를 위해선 혐오표현은 무엇이고, 왜 문제가 되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혐오표현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인지 알아야 한다.
《말이 칼이 될 때》는 진보적 법학자 홍성수 교수가 바로 이러한 혐오의 시대를 조망하고 변화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책이다. 법과 인권, 표현의 자유에 관한 쟁점들을 연구하고 한국 사회의 첨예한 이슈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행동해 온 홍성수 교수는 혐오표현이 단순히 싫다는 감정이나 일시적이고 사적인 느낌, 우발적인 사건이나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혐오표현은 뿌리 깊은 편견과 차별이 감정 차원을 넘어 현실 세계로 드러난 ‘문제’이며, 사회적·법적으로 섬세하고 엄격하게 다뤄야 할 ‘과제’라는 것이다. 그는 이 책에서 혐오라는 감정의 정체부터 혐오표현과 증오범죄까지, 우리 모두에게 위협이 되고 공존을 파괴하는 혐오의 문제에 정면으로 다가간다.
말이 칼이 되고 폭력이 되고 영혼을 죽일 때
혐오표현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룬 국내 최초의 단행본인 이 책에서 홍성수 교수는 혐오표현이 칼이 되고 폭력이 되고 영혼을 죽이는 일이 될 수 있다고 강한 어조로 이야기한다. 우리 대다수가 혐오표현이라는 문제를 가볍게, 혹은 남의 일 정도로 여기고 있다고. 그만큼 우리는 차별과 편견에 무감각하고 무신경하다고. 그리고 말한다. 문제를 문제라고 여기지 않을 때 그 문제는 시야에 잡히지 않는다고. 곧, 혐오표현은 우리 사회가 시급히 문제 삼아야 할 주제이고, 사회 구성원 모두가 스스로 거듭해서 질문하고 고민하며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혐오표현이 난무하는 사회에서는 다양한 배경과 속성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더불어 산다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혐오표현의 문제에 대응하고 해결할 길을 찾는 것은 ‘공존의 사회’를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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