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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늘은 하고 싶은 게 많은 욕심쟁이다 - 배우 강하늘 인터뷰

"강하늘은 하고 싶은 게 많은 욕심쟁이다"

배우 강 하 늘

 

 

 

 

제가 작품을 많이 하긴 하죠? _ 강하늘, 1년 전 ‘블루칩’이란 수식어를 붙여줬던 것이 반듯한 기억으로 남았는데 이제는 ‘대세’가 됐다. 그렇지만 그를 보고 ‘반짝 스타’라 말한다면 발 벗고 나서 말리고 싶다. 지금 충무로에서 강하늘만큼 우직하게 연기하고 단단한 사고방식을 가진 배우는 드물다.


“다작한다고 하시는데 사실 쉬지 않고 연기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에요. 그저 좋은 작품을 제 필모그래피에 새겨 넣고 싶은 마음에 연기할 따름이에요. 일만 하기 때문에 작품이 많다고 하시면 서운해요. 치열하게 대본을 읽고 욕심나는 캐릭터를 챙겨요. 그렇게 작품을 늘리다 보니 우연히 출연작이 늘어났죠. 다행히 개성 강한 캐릭터가 많아 '비슷한 연기를 한다'는 지적은 받지 않았네요. 좋게 봐주신다면 감사하죠.”


제 아버지께 쎄시봉은 특별했죠 _ ‘쎄시봉’에서 강하늘은 한국 포크음악계를 흔들었던 쎄시봉 친구들 윤형주로 분했다. 빨간 목티에 커다란 안경을 눌러쓴, 그렇지만 세련미가 뚝뚝 떨어지는 ‘왕년의 오빠’. 사실 윤형주는 강하늘에게 의미 있는 인물이다. 그의 아버지는 음악감상실 쎄시봉의 경쟁 가게에서 노래했던, 어쩌면 쎄시봉의 연장선상에 있는 분이다. 그래서 ‘쎄시봉’이 더 특별했다.


“아버지가 ‘쎄시봉’ 이야기를 듣자마자 꼭 출연해야 한다고 하셨고 저 역시 더 욕심이 났어요. 프로모션차 윤형주 선생님을 뵐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아버지도 함께 만났죠. 눈가가 촉촉해지시는데 저도 마음이 뭉클하더라고요. 오랜만에 효도 좀 했죠.”(웃음)

 

노래보다는 연기 잘 한다는 칭찬이 더 좋아요 _ 노래하는 모습이 주목 받았지만 그래도 ‘연기 잘한다’는 칭찬이 더 좋다. “‘쎄시봉’에서는 노래도 연기였기에 같은 말이라 생각한다”는 강하늘은 모델이 된 윤형주에 누를 끼치지 않은 것에 만족했다. 분량은 상관없었다. 일찌감치 민자영(한효주)에게 차인 것이 억울하지 않았냐고 물으니 “일부러 여성분들이 가장 싫어하는 남자의 모습을 연기에 담았다”고 말했다. 경험담이냐 되물으니 손사래치며 그저 웃는다.

 


“저는 작품에 속한 배우이지 제 안에 ‘쎄시봉’이 속한 것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분량이 적은 것에 대해 아쉬움은 없어요. 감독님이 판단하시기에 제가 깔끔하게 사라져야 한다면 그렇게 되는 게 맞죠. ‘쎄시봉’의 일원으로서 활약했다는 것에 만족해요. 특히 이번에는 그 동안 못 보여 드렸던 액션도 살짝 했잖아요.”(웃음)


연기, 천천히 가고 싶어요 _ 드라마는 순발력을, 연극은 깊은 내공을 필요로 한다. 강하늘은 “방송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무대에 오르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순발력을 요구하는 연기만 하다 보면 배우로 성장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연기론. ‘미생’ 종영 후 광고계의 러브콜을 마다하고 곧바로 대학로로 향한 건 이 때문이다.


“‘나는 배우다’라고 말하는 것이 저에겐 무거워요. 좋은 연기자가 되기 위해선 좋은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죠. 항상 좋은 배우를 꿈꾸지만 어렵죠. 관객이 많이 든다고 해서, 인기가 많다고 그 꿈을 이루는 건 아니거든요. 불가능한 꿈을 꾸며 노력하면 현실에서 이룰 수 있는 것은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연기하겠다고 처음 마음먹었을 때, 3~4년만 본건 아니었어요. 어쩌면 50년 뒤에 어떻게 연기해야 되느냐를 고민하죠. 급하게 가면 무언가 꼬이게 되고 넘어지기도 할거예요. 그래서 연기하고 있는 기쁨도 느끼면서 천천히 가고 싶어요.”


지난해 영화 첫 주연작 ‘소녀괴담’을 시작으로 분주하게 촬영장을 오가더니 tvN 드라마 ‘미생’ 대박을 지나 ‘쎄시봉’ ‘스물’ ‘순수의 시대’ 등 출연작을 연달아 내놓았다. 짬이 난다 싶더니 연극 ‘해롤드 앤 모드’에 출연했고 ‘펀치’ 등에는 도움 받은 분들에게 화답 차 카메오로도 출연했다. 그런 그는 지금 이 순간, 인터뷰에도 열심이다. 그의 열정, 어디에서 오는 걸까? 글 이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