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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기, 학교 폭력으로부터 우리 아이 지키기

 

신학기,  학교 폭력으로부터 우리 아이 지키기

 

 

학교폭력은 이미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학교폭력으로 상처받은 아이들의 소식이 들릴 때마다 가슴 한 켠이 먹먹해진다. 우리 사회가, 우리 어른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예방이 최선이지겠지만, 이미 피해가 발생한 경우라면 적극적인 대응만이 피해학생을 보호하는 길이다. 이번 호에서는 간략하게나마 학교폭력 사건의 해결과정에 대해 살펴보자. 글 이은수(법무법인 ‘지우’ 변호사)

 

 

 

빵셔틀, 왕따도 학교폭력일까

육체적 고통이 아닌 정신적 고통을 가져오는 강제적 심부름, 집단 따돌림도 현행법상 학교폭력에 해당한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조는 학교폭력을,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해, 폭행 등 나머지 유형들은 형법에 나오는 죄명과 이름은 동일하다. 다만, 몇몇 유형들은 형벌보다 개념이나 요건이 느슨할 수 있다. 예컨대, 서울행정법원은 “애들이 너 보고 찐따라고 한다”는 내용의 문자를 피해학생에게만 보낸 행동은 (다른 사람에 전달한 것이 아닌 이상 형법상 명예훼손은 될 수 없지만) 학교폭력예방법 상 명예훼손·모욕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있다. “학교폭력법상 명예훼손·모욕은 해당 법률의 목적 등을 고려해 학생의 보호 및 교육 측면에서 달리 해석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학교 내 자치위원회를 통한 해결

피해학생 측은 선생님이나 학교폭력 신고상담 전화(117) 등을 통해 학교폭력을 신고할 수 있다. 이때 학교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소집한다. 자치위원회는 학교 내에서 자체적인 절차를 통해 사건 조사, 피해학생에 대한 보호조치(심리상담, 학급교체 등),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서면사과, 봉사활동, 전학, 퇴학 등)를 정하는 일을 수행한다. 자치위원회는 정해진 조치를 학교장에게 알리고, 학교장은 2주 이내에 해당 조치를 하여야 한다. 가해학생이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징계나 추가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다.

 

이와 같은 자치위원회와 학교장의 조치로 인해 많은 학교폭력 사안들이 해결되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치위원회의 ‘공신력’에 대해 많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자치위원회는 각 학교별로 교감, 교사, 변호사, 경찰관, 의사, 학부모 등 10명 이내로 구성토록 하고 있으며 학부모 위원을 과반 수 이상으로 구성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다. 그런데 많은 학부모 위원들이 학교폭력예방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채 심리에 참여하거나, 심리 과정에서 특정 학부모 위원의 목소리가 강하게 반영되는 경우도 있다.

 

사법기관이 아닌 학교의 ‘자치적인 절차’라는 점이 갖는 태생적 한계이다. 그렇다 보니 가해학생 측이 학교장의 조치에 불복하여 집행정지, 재심청구, 행정심판 등을 청구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자치위원회가 소집되어 어떠한 조치를 내리는 데까지는 보통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자치위원회의 조치가 내려지기 전이라고 해서 피해학생에 대한 보호를 게을리 할 경우, 보복 폭행 등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 이때는 교장에게 ‘긴급보호’를 취할 것을 요청할 수 있다. 자치위원회의 결정이 있기 전이라도 교장에게 피해학생을 피해학생보호센터 등에서 보호 받게 하거나, 가해학생의 출석을 정지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긴급보호’ 요청을 받은 교장은 7일 이내에 해당 조치를 취해야 한다.

 

 


수사기관과 법원을 통한 해결절차

학교폭력 행위의 수위가 심각하고 지속적인 경우에는 수사기관과 법원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 학교폭력 중 ‘성폭력’은 일반적인 학교폭력과 달리, 학교장이 성폭력 발생 사실을 알았을 경우 ‘반드시’ 수사기관에 신고를 하도록 되어 있어, 별도의 고소가 없더라도 수사기관이 개입하여 형사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폭력행위에 대해 고소할 경우 가해학생은 경찰조사를 받게 되고, 경찰조사가 끝나면 검찰 조사를 받거나 곧바로 가정법원 소년부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다. 이때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보통 초등학교 4학년~중학교 1학년)의 경우 형사처벌 대신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보호처분이란 미성년자의 재범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조치인데, 수강명령, 봉사명령 등 비교적 가벼운 처분부터 소년원 송치 등의 무거운 처분을 포함한다.

 

그런데 가해학생이 만 14세(보통 중학교 2학년) 이상인 경우 보호처분을 받을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 형법 등에 따른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형법’의 적용대상이 14세 이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해학생이 초등학교 5학년인 경우는 소년법의 적용 대상이나, 중학교 2학년이라면 형법 등에 따른 형사처벌도 가능한 것이다.

 


피해학생 측이 치료비용 등을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

학교폭력은 피해학생에게 상처를 입힐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 학부모에게 병원비 등의 경제적 부담을 안겨준다. 현행법상 심리상담이나 병원치료에 소요된 비용은 가해학생의 보호자가 부담하여야 한다. 그러나 가해학생이 폭력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불복기간 동안 지출된 병원비는 고스란히 피해학생 학부모의 짐이 된다.

이런 경우를 위하여 ‘학교안전공제회’를 통해 병원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증거자료를 첨부하여 청구서를 작성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고, 심리상담의 경우 교육감이 정한 전문심리상담기관에서 치료를 받은 비용만이 인정되며, 보상을 받는다고 해도 진료비 전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진료비를 둘러싸고 또다시 가해학생 측과 ‘민사소송’ 등의 분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가해학생 측을 상대로 소송을 하는 것과 별개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교사나 학교장, 학교를 설립·운영하는 주체인 지방자체단체(공립학교)나 재단(사립학교)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최근 대법원은 적절한 분반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이버테러, 집단 따돌림의 피해가 확산된 경우에 대하여 ‘담임교사는 집단따돌림을 당하는 학생에 대해 적절한 조치나 특별관리를 하거나 적어도 분반 요청을 받아들이는 등 학생을 도왔어야 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담임교사의 사용자인 서울시는 피해학생에게 500만원, 피해학생의 부모에게 각 100만원씩 총 7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Tip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경우, 학교폭력 신고 상담 전화(117), 청소년폭력예방재단(1588-9128) 및 헬프콜 청소년전화(1388) 등을 통해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알기쉬운생활법령정보’ 홈페이지(http://oneclick.law.go.kr)에서도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복잡한 사건의 경우 법률전문가의 조력을 받아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참고로, 피해학생이 보복 등이 두려워 이사를 할 경우, ´범죄 피해자에 대한 이사비 지원제도´를 통해 이사비를 지원받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