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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보기 승강기 기술

빌리 진 킹 : 세기의 대결

에스컬레이터 안전수칙을 생각해보는 빌리 진 킹 : 세기의 대결
Battle of the Sexes, 2017

글. 이동희(한국승강기안전공단 전북서부지사장)
이미지출처. 네이버영화

이번 호에 소개할 영화는 아폴로11호의 달 착륙 이후 최고의 시청률을 달성했다고 여겨지는 「빅 이벤트」인 「빌리 진 킹(엠마 스톤 분)」과 「바비릭스(스티브 카렐 분)」의 테니스 시합을 다룬『빌리 진 킹 : 세기의 대결(Battle of the Sexes, 2017)』이다. 얼핏 보면 테니스를 다룬 스포츠 영화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영어 제목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성차별과 성소수자 등 묵직한 담론을 던지는 진지한 영화다. 굉장히 민감한 이슈가 되는 영화를 왜 굳이 소개하느냐고? 당연히 오늘의 주인공 승강기 중의 하나인 에스컬레이터가 나오기 때문이다. 많은 영화에 에스컬레이터가 등장하지만 주로 달리고 뛰는 숨 막히는 추격 장면에 배경으로 깔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영화의 극적인 효과를 살리기 위해 뛰는 장면을 막을수는 없겠지만 에스컬레이터 위를 뛰고 달리는 것은 정말로 답답한 현실이다. 안전수칙 상 위반이 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파급효과가 큰 만큼 윤리적 책임에 대해서도 영화를 만드는 영화인들이 진중하게 고민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영화에서는 걷거나 뛰는 행동보다 한 술 더 뜨는 장면이 나온다. 빌리 진 킹과의 시합을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코트로 내려가던 바비 릭스가 아들과의 대화를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거꾸로 걷는 부분이다. 굉장히, 위험한 장면이다. 이는 자동차가 역주행하며 다른 차를 위협하는 행동과 진배없으니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에스컬레이터 - 더 이상 걷거나 뛰지 않기

에스컬레이터는 사람이 걷는 행위를 줄여주기 위해 만든 자동기계다. 걷는 대신 스텝이라는 발판에 올라서 있으면 목적하는 위치까지 데려다 주는 아주 편리한 기기다. 그런데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걷는다면 자동으로 움직이는 기계는 더 이상 쓸모가 없는 것이다. 차라리 계단을 이용하는 편이 낫다. 왜? 다른 모든 안전수칙은 대체로 잘 지키면서 에스컬레이터와 본인에 해가 되는 행동을 일삼는 것일까? 에스컬레이터에서 걷거나 뛰는 행동은 본인뿐 만아니라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의 사고 위험을 증가시키는 행위다. 물론 기계의 수명도 단축시키는 등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유지비용을 증가하게 만드는 행위라는 것이다. 특히, 철도 및 운수시설의 에스컬레이터는 공공재의 성격이 강하니 세금을 야금야금 깎아먹는 말 그대로 보행 갑질인 것이다. 이젠 좀 지키자. 에스컬레이터 안전수칙 ①손잡이 잡기 ②걷거나 뛰지 않기 ③노란 안전선안에 탑승하기를 철저히 지키자! 차 안에서 안전벨트를 매는 행동과 같은 안전수칙이다. 법에서는 승강기 이용자의 의무로 각 호의 안전수칙을 준수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 외 에스컬레이터 안전수칙은 법에 따른 운용요령을 참고하기 바란다.

여성의 인권문제 –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이 영화는 미국의 1970년대가 배경이다. 지금도 여성의 평균임금이 남성의 100%가 되지 않지만 이 당시는 더했던 시기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남자 선수들보다 적은 상금에 대해 반발해 세계여자테니스협회를 창설하며 여성의 인권문제를 정면으로 부각시킨 빌리진 킹의 담대함에 경의를 표한다. 그녀의 이러한 노력은 40년만인 2007년에 드디어 메이저대회 남녀 동일 상금이라는 쾌거를 이루게 된다. 이러한 한 명의 선각자로 인해 세상은 더욱더 건강하게 되는 것이다. 바비와의 성대결 시합에서 승리한 그녀가 그 후 여성 인권 신장에 지대한 공헌을 했음은 당연한 일이다. 필자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페미니스트와 관련된 몇 권의 책을 읽었고 그러한 자유와 평등사상에 공감한다. 다 같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남자와 여자, 신체적인 차이가 있음을 인정하고 같은 사람이기에 차별받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배려와 존중이 넘치는 사회,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적대시 하거나 차별해서는 안 된다. 성소수자도 마찬가지다.

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
(Battle of the Sexes, 2017)

코미디|2017.11.16 개봉|121분
|영국 외|15세 관람가
감독 조나단 데이턴, 발레리 페리스
출연 엠마 스톤(빌리 진 킹), 스티브 카렐(바비 릭스)

빌리 진 킹에 대하여 – 여성인권운동의 효시

빌리 진 킹(Billie Jean King)은 1943년에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태어난 전설의 테니스 선수다.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통산 단식 12회, 여자복식 16회, 혼합복식 11회 우승을 차지했다. 여성 스포츠 선수 최초로 10만 달러 상금을 달성했으며, 2009년 오바마 대통령에게 자유의 훈장을 수여받았다. 특히 1973년 전 윔블던 챔피언 바비 릭스와의 성대결에서 승리하며 여성인권 운동을 새 장을 열었다. 이 해에 여자테니스협회(WTA)를 결성했고, 이후 여성 스포츠 명예의 전당(1980), 국제 테니스 명예의 전당(1987), 전미 여성 명예의 전당(1990)에 헌액됐다. 하지만 동시대의 철녀 오스트레일리아의 「마거릿 코트」의 성적을 뛰어 넘지는 못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녀가 2015년 미국 CNN이 선정한 세계 역사를 바꾼 7명의 여성에 선정되는 등 새로운 시대를 연 변혁가로 추앙받는 이유는 스포츠 실력보다 여성의 인권을 위해 문제를 제기하고 꾸준히 활동한 점이 더 크게 평가받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그녀도 결혼을 했으나 성정체성으로 혼란을 겪기도 했던 성소수자이다.

다시 보는 고전 - 토끼와 거북이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다양하다. 마거릿 코트와의 대결을 완승으로 장식한 「바비 릭스(스티브 카렐 분)」는 승리에 도취되어 연습을 게을리 한다. 「빌리 진 킹(엠마 스톤 분)」과의 대결을 앞두고 있음에도 각종 이벤트로 이슈의 주인공이 되는 것에만 열중한다. 이를 안타깝게 여기며 충고하는 아들의 말도 이젠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달콤한 선두에 취해 낮잠을 청한 토끼처럼 바비의 기행은 계속된다. 이에 반해 빌리는 두문불출하며 연습에 매진한다. 비록 26살의 나이 차이가 있지만 상대는 윔블던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남성 테니스 선수다. 결과는 예상했듯이 한 걸음 한 걸음 준비에 매진한 빌리 진 킹의 완벽한 승리다. 한 번의 승리에 자고(自高)하여 페이스를 잃어버린 바비를 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승리의 꼭짓점에 있을 때 평정심을 유지하고 겸손하게 자기를 다스리며 준비를 하는 사람만이 지속적인 승리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영화는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엠마 스톤의 - 아름다운 변신

「 라라랜드」로 제89회 미국 아카데미 및 골든 글로브의 여우주연상을 차지하며 할리우드 차세대 블루칩으로 등극한 그녀가 다음으로 선택한 영화가 「빌리 진 킹 : 세기의 대결(Battle of the Sexes, 2017)」이라 의외다. 여배우 최고 출연료를 자랑하는 그녀가 중성적인 빌리 진 킹으로 등장한다는 자체가 파격이다. 안경을 끼고 근육질의 터프한 이미지로 변신한 그녀. 굳이 이런 대중적이지 않은 영화에 출연할 이유가 없을 텐데 말이다. 오히려 「라라랜드」의 후광을 입을 수 있는 예쁨이 물씬 묻어나는 작품을 골라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개념이 아니면 설명하기 어려운 선택이다. 영화에서 그녀의 모습은 「라라랜드」의 주인공 미아같은 큐티한 이미지는 아니지만 더 아름답게 여겨진다. 개념 있는 그녀의 선택이기에 거친 터프함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이다. 실제로 빌리 진 킹을 연기하기 위해 4개월간의 집중훈련을 버티고 근육 또한 7kg이나 늘렸다고 한다. 내면이 아름다운 연기자 엠마 스톤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