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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강기 산업, 침체의 늪 타개를 위한 제언



글 / 이하영(유일승강기 회장)


국내 승강기 산업에 대해서는 ‘이미 선진화 과정을 오래 전에 거친 승강기 선진국’이라 해도 무방해 보인다. 그런데 좀 이상한 것은 “현재 한국 승강기시장(승강기산업을 포함하여)은 낙후되어 있다”고 진단해도 어색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만큼 현재 한국승강기시장이 어정쩡한 위치에 있다고 본다. 산업도 아니고, 다만 업종으로만 보게 되는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고나 할까. 어쨌든 무어라 딱히 표현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개발정책에 힘입어 양적·기술적 성장을 한 1970~2000년

한때 한국승강기산업은 단기간에 기술적으로나 양적으로 급속히 팽창했다.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불과 약 30년 사이에 거대 개발정책에 힘입어 세계에 유례없는 성공을 거두었던 것이다. 금성사, 신영전기, 동양엘리베이터에 이어 현대엘리베이터(후에 LG산전, 동양엘리베이터, 현대엘리베이터로 개편됨)로 구성된 승강기산업 선두회사들은 연간 약 10,000대에 이르는 승강기 시장수요에 맞추어 기술도입-신기술 개발-생산공장 확장-대량 공급-사세 확장에 성공하면서 세계 10위권내에 진입하고 세계시장에 명품 브랜드 승강기로까지 부상했었다. LG산전은 동남아 시장 진출과 중국 개발정책에 편승, 중국 대련에 대형공장까지 건설하며  오티스, 쉰들러, 티센크루프, 꼬네사, 미쓰비시사에 이어 세계 6~7위 급에 속하는 거대 승강기 회사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IMF, 우량기업 매각정책의 희생양 된 승강기

하지만 불행하게도 IMF사태 와중에서 우량기업 매각정책에 첫 희생양이 된 산업은 승강기 업종이었다. LG산전은 오티스사로, 동양엘리베이터는 티센크루프사로, 역량있는 알짜 중소 승강기업체인 중앙엘리베이터는 쉰들러사로, (주)수림은 꼬네사로 매각되어 지금의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만 것이다. 

지금까지 국내 승강기업계의 터줏대감으로 버티고 있는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우에도 주식의 35%는 외국계 승강기 기업인 쉰들러가 보유하고 있다. 그야말로 국내 승강기시장은 다국적 대기업의 경쟁터라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아무리 값싼 외국제품을 들여와도, 하청을 마음대로 주고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저가경쟁에도 불구하고 어쩌지 못하는 현실이 바로 우리나라 승강기 산업 ‘늪’의 실상이다.


침체의 늪 벗어나기 위한 장애물부터 제거해야

그 판에 가장 타격을 입는 일은 첫째 승강기 우수 전문 기술인력 집단의 해체,  둘째 국내 중소 승강기 업체의 약체화 또는 종속화, 셋째 국내 유망 중소 승강기 부품업체의 영세가속화,  넷째 비상식적 하도급, 하청업의 제도화 등이다. 여기엔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안전위주의 법률 강화로 인한 규제와 원가상승을 부채질한 각종부품 및 기술 인증제도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이젠 국내 승강기 산업은 선진화 방안이 아닌 ‘침체의 늪’을 헤쳐 나가기 위한 일에 나서야 한다. 그를 위해선 무엇보다 상기 기술한 제반 장애물을 제거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승강기 선진국을 회복하는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