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의 공단본부 별관에 위치한 안전기술연구처에는 허윤섭 처장 이하 15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안전인증실에 10명, 연구개발실 인원이 5명으로 유난히 안경 쓴 사람의 비중이 높아 학구적인 분위기를 자랑한다.
사후 대응이 아닌 선제적 연구, 그리고 이미 일어난 사고 원인에 대한 분석을 통해 재발을 방지하고 내년부터는 인증 업무도 총괄하게 될 안전기술연구처는 승강기 안전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톱니바퀴가 하나만 빠져도 굴러가기 힘든 것처럼 검사 업무 외에도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며 안전이라는 바퀴를 굴러가게 만든다.
승강기 안전을 지키는 기술을 만들다
“안전기술연구처는 승강기 안전에 관한 기술을 관할하고 제품이 안전하게 만들어지도록 하는 전 단계인 인증 업무도 하고 있습니다. 다른 부서는 사후적 개념이 강한데 저희는 사전에 사고를 방지하는 예방적 연구와 인증이 미션입니다. 계량적으로 측정이 힘든 업무가 대부분이지만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는 보람과 성취를 느낄 수 있습니다.”(허윤섭 처장)
안전기술연구처 연구개발실은 특히 ‘연구’라는 단어에 방점을 찍을 수 있다. 연구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승강기 이용자의 안전을 지키고 사고를 방지하는 안전기술 연구, 두 번째는 국내 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국내외 안전표준 연구, 세 번째로는 공단 내부의 자발적인 연구 수행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내부연구 사업이다. 공단은 승강기분야 국제 표준화 간사기관으로 ISO를 비롯한 국제 표준화회의에 참여하고 있으며, 승강기 분야 한국산업표준(KS) 63종의 제·개정 업무도 수행하고 있다.
“국제 기준이 변경되면 이를 국내에 적용하기에 앞서 산업경쟁력이 약화되지 않는지 확인하고 검토하는 작업을 합니다. 이번 안전관리법 개정으로 새 안전기준을 만들었는데 업계와 이견을 줄이기 위해 1년 반 동안 TF회의를 해왔습니다. 검사 기준의 경우 국제 기준에 부합하면서도 국내 기준에 맞춰야 합니다. 그리고 해마다 승강기 표준유지관리비 산정 연구를 하고 있어요. 가격을 제한하지 않으면 유지관리업체가 난립해 서비스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최저 비용을 연구 산정해서 공표하는 것이지요. 사고조사반이 조사한 사고 원인을 토대로 재발 방지대책을 연구하는 것, 정부 연구과제를 위한 다음해 예산을 확보하는 일과 내부 연구 지원 업무, 그리고 연구 대행 결과를 학회나 협·단체에 제공하고 연구과제도 발표합니다. 검사업무에 필요한 장비도 개발하고 기존 장비가 불편하거나 측정이 안 되는 경우 개선해서 개발합니다. 공단이 개발한 특허 출원도 관리하고 있습니다.”(박찬용 연구개발실장)
박 실장은 가장 보람된 연구개발 업무로 El-Scan 개발을 꼽았다. 장비 국산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고 검사현장에서 사용하는 태블릿에 무선통신 기능을 추가했다.
휴대성도 높였으며 해외 장비보다 우수한 성능까지 보유해 업체와 공단이 서로 Win-Win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개발 이후 다른 장비에도 무선통신 기능을 추가해달라는 요청이 빗발쳐서 고민일 정도라고 한다.
신설된 안전인증실, 인증에 박차
안전인증실은 기존에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이 관할하던 승강기 인증 업무가 내년 3월 28일 공단으로 이관됨에 따라 승강기 및 부품의 안전인증 기반을 구축하고 인증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지난해 4월 신설된 부서다. 시행 전에 인프라나 운영 체계 구축은 물론, 시행 장비나 업무절차 마련, 기술 기준 공유 등의 작업을 하고 있으며 기술서류 심사 등 향후 인증에 포함될 많은 업무도 병행하고 있다.
“유럽의 인증제도 및 시스템을 국내 상황에 맞게 바꾸는 방향이 될 것입니다. 크게 승강기 부품 안전인증과 승강기 안전인증으로 나뉘는데, 설계와 공장을 심사한 후에 안전성 시험을 거쳐야만 안전인증서를 발급합니다. 종전의 14개 품목에서 19개 품목으로 인증대상이 확대되고 시험장비는 시험기준에 맞게 신규로 제작 중입니다. 타인증 기관과 상호 통일성이 없다 보니 현장에서 문제가 생겨서 많은 업체들의 요청으로 인증을 일원화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써왔던 불합리한 비용과 혼선을 줄이게 될 것입니다.”(조성현 안전인증실장)
본격적으로 인증 업무를 개시하는 것은 내년 3월이지만, 인증 인력 사전 교육과 관련 제도 및 사례 연구에 여념이 없다. 승강기 검사 시에 제출하는 기술서류 검토와 특수구조 승강기의 안전성 평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인증센터 구축문제도 시급한 현안 중 하나. 내부에서 희망 지원자를 받아서 면접을 거쳐 선발한 직원들이지만 신규 업무이기에 인증에 대한 경험치가 많지 않은 것이 애로점이다. 공단전체적으로 검사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인증업무 전담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끊이지 않고 자기계발을 하게 되고 그래야만 하는 업무들 입니다. 공부와 연구의 결과로 국민안전이 향상될 때 보람을 느낍니다. 농사의 개념과 비슷한 것이, 1년간 계속 해와도 어느 시기가 되어야 성과가 나오기 때문에 외부에서 보면 일을 얼마나 하는지 알기 힘들죠. 저희 성과는 계량적으로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는 것이 저희 일이고 성공하리라는 보장이 없음에도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죠.”(허윤섭 처장)
기업에 기술 이전 및 지도가 보람
연구개발실에서 개발을 완료해 실제 적용을 기다리고 있는 기술로는 대구 도시철도 원격감시장치를 들 수 있다. 정밀검사 하중 측정 부분은 실제 쇳덩어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는데 대체 기술도 개발완료했다.
“원격감시장치는 대부분 실시간 모니터링 단계에 머물러 있는데 감시시스템이 완료되어 승인만 나면 바로 적용이 가능합니다. 제어나 구출운전도 곧 가능해
집니다. 불합격 승강기 운행을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포함해 6월에 개발 완료 후 1년 정도 보완 연구를 거쳐 업데이트 예정입니다. 현재 불법운행 승강기 조사를 1년에 2번 하게 되는데 이를 대체할 수 있게 되지요.”(박찬용 실장)
현재의 큰 현안 중 하나는 연구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안전기술 연구 지원사업이다. 공단의 숙원 사업이자 신규 사업으로 안팎의 관심도가 높다. 아직 내규나 지침을 만드는 단계로 본격적으로 연구사업이 진행되면 20억 원 정도의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아 새로운 승강기를 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말까지 이뤄질 인증 시범사업의 실시를 위해서도 구성원들이 만전을 기하고 있다. 안전을 위한 연구는 항상 선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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