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협회장은 명예직으로 여기기 쉽지만 승강기 업계의 사정은 다르다. 수많은 중소기업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하고 법제화에도 이를 반영해야 한다. 각자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에 이를 조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2년간 한국승강기관리산업협동조합을 대표하는 일꾼의 자리에 나선 것은 업계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있었기 때문. 녹록치 않은 현실에서 앞으로 펼쳐 나갈 활동을 기대한다.
인력수급에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서다
지난 4월 16일 부임 후 이제 한 달. 그가 가장 먼저 팔을 걷어붙인 이슈는 업계의 인력수급 문제였다. 신규 설치 증가세를 인력이 따라가지 못한 지 오래됐지만 하도급으로 단가가 저렴한 유지관리 업계의 인력난은 극심한 편이다.
“연 3만대가 신규 설치된다고 가정하면 1인당 100대로 계산해도 해마다 신규 인력 300명이 필요합니다. 누적 설치 대수가 계속 느는데도 정부 차원에서 대책이 없어서 아쉽습니다. 최근 하도급 문제로 대기업이 인력을 늘리면서 중소기업에서 애써 키워 놓은 인력이 옮기는 것도 문제입니다. 승강기대학교 졸업생마저 중소기업에는 잘 오지 않으려고 하고 신입사원을 뽑아서 가르쳐 놓으면 더 나은 조건으로 가버립니다. 이미 시행하고 있는 기업도 있지만 대기업 측과 면담을 해서 자체 인력 양성을 요청할 계획입니다.
조합도 폴리텍 대학 등과 협약을 맺고 유지관리 교육과정을 개설하는 등 인력 양성 사업에 초점을 두려고 합니다.”
한편으로 인력 수급과 맞물려 있는 것이 주당 법정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규정이다. 24시간 숙·당직근무를 해야 하는 승강기 유지관리 업계의 특성상 예외사항에 해당해야 함에도 7월 1일부터 시행될 전망이어서 그로 인한 업무 공백이나 안전 문제가 큰 우려로 떠오르고 있다. 인력이 충분하지 않고 유지보수료가 현실화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크다.
혁신적 보수서비스로 선두 나설 것
안전을 중시하고 규제를 강화하는 정책은 일관된 부분이지만 갇힘사고가 두 번 발생할 경우 ‘과태료 1500만원’은 현재의 보수료에 비춰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열악한 업체들의 사고 위험이나 사후처리가 문제지만 강제 퇴출보다 자율적 통폐합 유도로 가야한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전영철 이사장의 주원엘리베이터는 자체적으로 보수품질 혁신 시스템을 구축하고 베테랑 기술자들이 체계적인 보수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승강기의 제어 방식이 제조사별로 다른데 이에 대처할 수 있는 보수 및 수리 기술을 갖추고 있으며 30년 이상 현업에 종사한 기술자가 10명 가까이 됩니다. 모든 보수 인력은 자체검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매월 자체검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장기근속 휴가는 물론, 물질적인 보상도 중요하지만 교육 측면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어요. 직원들에게 이사장직에 출마한다는 허락도 받았으니 스피커 역할을 제대로 해야죠. 2020년까지 쓴 소리 전문가가 되더라도 양해해 주리라 믿습니다.”
승강기안전관리법 시행에 ‘비상’
승강기안전관리법 개정과 각종 고시규정 변화라는 이슈에 업계 전체, 특히 보수업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 유지관리 및 보수 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승강기관리산업협동조합의 대응을 모두가 지켜보고 있는 시기에 신임 이사장으로 부임하게 된 전영철 주원 엘리베이터 대표는 긴장된 나날을 보내고 있다.
“2년간 전임 이사장직을 역임한 김원순 이사장의 임기가 끝난 후, 제가 차기 출마한 총회에서 정족수가 미결되는 바람에 임시총회를 열어야 했습니다. 두 달의 공석이 있었지만 시기가 시기인 만큼, 업계의 의견을 모아 행동하는 일에 앞장설 것입니다. 회원사들과 업계의 환경 개선을 위해 제가 나서서 쓴소리도 하고, 정부 관계자들과 대화와 협의를 통해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해나가겠습니다.”
37년간 업계에 종사한 주원엘리베이터 대표이사이자 수많은 중소업체들의 대표 입장에서 전 이사장은 7월 1일부터 시행될 승강기 안전관리법 전면개정안 시행령이 업계의 목소리와 무관하게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져서 우려가 된다는 입장이다. 전 이사장은 중앙엘리베이터공사를 거쳐 동양엘리베이터 재직 중 승강기 추락사고를 겪었고 그로 인해 보수와 유지관리 업무의 중요성을 몸소 체험했다. 6개월 여를 병상에서 지낸 후 1995년 주원엘리베이터를 창업하면서 고속엘리베이터를 중심으로 보수업계에 뛰어들었다. 한창 건설경기가 상승세였지만 과감하게 아파트가 아닌 고속승강기를 주력분야로 잡은 전략이 주효했다. 수익을 다시 기술투자에 돌리는 방식으로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고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열악한 업체는 대표자가 직접 현장에 나가 유지보수를 하는 형편이니 조합 일에 2년을 나선다는 건 회사가 그만큼 탄탄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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