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설립된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이하 안실련)은 서울 본부 산하 15개 광역 지방자치단체에 지부를 두고 왕성한 활동을 전개하는 공익법인이다. 안실련 경남지부는 타 지역과 마찬가지로 본부의 지원이나 인건비 없이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돈과 시간을 들여가며 활동하는 일의 보람은 안전문화의 확산, 그 자체에 있다. 직업환경의학전문의이자 병원장(창원직업환경의학병원)인 이철호 경남 안실련 대표가 시간을 쪼개가며 바삐 움직이는 이유다.
생명을 살리다 안전을 지키다
안실련은 설립 이래 매년 100여 만 명의 어린이, 청소년,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교통, 생활 등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교통사고 및 산업재해 줄이기 전국 캠페인 등에 적극 참여하는 한편, ‘운전중 휴대폰 사용 금지’
와 ‘안전교육 법적 의무화’를 법제화하는 등 안전문화를 확산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안전사고와 교통사고,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일이 설립목적이기 때문에 학교와 산업현장 등 다양한 분야의 위해요소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양한 위험성 평가기법과 프로그램을 통해 현장 중심의 실천적 안전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안전실태조사와 제보, 각종 캠페인과 교육으로 안전의식을 고취하는 것이 주 업무입니다. 저희는 교통 및 통행량이 많은 창원의 주요 교차로 5곳에서 매주 수요일 출근길마다 ‘수요안전 캠페인’을 펼칩니다. 저희 회원과 활동가는 물론, 자원봉사자의 참여를 유도해 안전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또 ‘안전한 家(가)요?’라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데 이는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인 집을 만들기 위한 실천을 독려하는 캠페인입니다.”
‘안전한 家(가)요?’ 운동에 참여하려면 경남 안실련 사무국에 신청해 아크릴 명패와 위험요소 체크리스트를 받을 수 있다. 집을 드나들 때마다 명패를 보면서 안전의 실천을 되새기기 위해서다. 광역시로의 전환이 논의되고 있지만
창원 시민들의 안전의식이 높다고 할 수는 없다. 방향 지시등을 켜지 않은 차량을 흔히 볼 수 있고, 십대청소년들은 어디서나 그렇듯 이어폰을 낀 채로 횡단보도를 건너곤 한다. ‘기초 질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근로자의 건강을 지키는 이 대표에게는 안실련 활동이 업무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흔한 오해 중의 하나는 에스컬레이터 손잡이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기 때문에 잡지않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이 대표는 아니라고 단언한다.
“손잡이를 잡는 일에는 분명 이득과 손실이 공존합니다.
안전은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고 보건은 위생을 지키는 차원입니다. 손잡이는 보건의 문제고 사고 위험은 안전의 문제예요. 다만 손잡이를 잡아서 감염될 확률보다 손잡이를 잡지 않아 다칠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공기 중에도 바이러스나 세균이 많이 있고 이는 손잡이의 세균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우리는 이미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간 물품을 만지거나 사용하고 있습니다. 외출 후 돌아왔
을 때 흐르는 물에 손을 씻는 것으로 충분히 질병을 예방할 수 있어요. 면역력 저하의 질환을 앓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 정도의 세균을 견딜 수 있는 내성이 있거든요. 에스컬레이터에서는 꼭 손잡이를 잡아야 급정지나 고장 등으로 멈출 때 넘어지지 않습니다.”
지역안전의 구심점이 되기까지
경남 안실련과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은 MOU를 체결하고 ‘지역시민 시설안전강사 양성’이라는 열린혁신 과제를 함께 진행하는 한편, 승강기 안전차량 체험과 고령자 승강기 안전교실, 찾아가는 어린이안전교육 등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가까워 인력교류와 협력사업이 수월한 편이지만 경남 안실련 자체적으로는 인력 양성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다양한 교육사업 지원을 요청했다.
“승강기 안전교육이 보다 효율적으로 이뤄지려면 안전지도사 양성 외에도 승강기안전 교육강사를 양성해 전문성을 강화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1박 2일 정도의 워크숍을 열어 공단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면, 보다 원활하게 안전의식을 고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남 안실련에는 이 대표를 비롯 이진규 사무총장, 운영위원들이 주도적으로 활동하는 가운데 어머니 안전지도자회를 비롯 약 250명 정도의 활동회원이 후원 등으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도서 산간 지역에 갈 때는 강사료보다 차비가 많이 드는데도 이를 마다하지 않는 안전지도사들이 든든하고 고마운 존재다.
“수강생이 적고 경비가 더 드니까 다른 단체에서도 잘 안가고 사명감 없이는 못하는 일입니다. 안전지도사 시험에 통과한 분은 열 분 정도인데 합격률이 50% 정도밖에 안돼요.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서 까다로운 편이지요. 도서지역은 도내에서도 4~5시간 걸립니다. 창원은 서로 가려고 하지만 먼 곳은 아무도 안 가니까 저희가 화재와 지진등 각종 재난에 대한 안전교육을 합니다. 위탁사업 이외에 사업비를 마련하기 위한 보조금 신청은 하지 않기 때문에 운영이 힘든 편이고 인건비도 안 나옵니다.” (이진규 사무총장)
“실무를 맡은 이진규 사무총장과 간사님이 든든한 안전활동가입니다. 사무국은 행정업무를 하고, 교육팀에서 안전교육의 내실과 외연을 확대하고 있으며 홍보팀은 안전문화을 알리기 위해 힘쓰고 있어요. 저는 조직활동 전반에 대해 운영위원들과 논의해 큰 틀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활동은 후원이고요. 1년에 천만 원 정도가 주머니에서 나갑니다(웃음). 다른 분들은 자원봉사나 사회공헌 같은 개념으로 하시고, 지금으로선 미래 비전을 보고 마음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와 이 사무총장은 2012년, 긴 시간 동안 활동이 없었던 경남 안실련을 다시 꾸려보자고 의기투합한 후 6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는 동갑내기 안전활동가다. 이진규 사무총장은 해병대 전우회에서 인명구조 활동을 하는데, 세월호 때도 민간구조사 활동을 했고, 지금은 사회적 기업 ‘환경과 안전’도 꾸리는 중이다. 이 일들을 실천하는 와중에 자연스럽게 안전에 대한 사명감을 갖게 됐다. 한 사람의 안전활동가이자 시민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지방정부와 협업하고 안전 위해요소를 감시하는 일은 누군가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는 10년 정도 버텨야 자립기반을 갖출 수 있기에 조금 더 버텨볼 참이다.
“생계와 활동까지 겹치니 취미 생활은 엄두를 내기 힘들고요, 병원과 근로자센터를 오가며 일하는 것만으로 빠듯해서 현장보다는 행사나 총회에 참여합니다. 원래 공동대표에 임기가 3년이지만 사람이 없어서 여의치 않다보니 이렇게 되었어요(웃음). 향후 경남 안실련의 목표는 ‘살아남는 것’이에요. 교통이나 승강기 안전, 주택 부문의 자체사업을 꾸려서 상근자 인건비가 나오는 사업을 펼치
고 싶고, 지역에 안전단체가 상당히 많은데 피차 어려운 상황이라 저희가 열심히 해서 구심점이 되려고 합니다.”
'미리 보기 승강기 미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전을 지키는 용인시민의 발 용인경량전철을 가다 (0) | 2018.09.04 |
---|---|
검사 품질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각고의 노력 (0) | 2018.09.04 |
포항 지진으로 살펴본 승강기 피해 사례 고찰 (0) | 2018.08.02 |
평택·안성지역 승강기 가족을 위한 작은 음악회를 가다 (0) | 2018.08.02 |
승강기민원, ‘엘사천리’로 원스톱 서비스 (0) | 2018.08.02 |
사람을 위한, 사람에 의한 기술-HPNRT 송종태 대표 (0) | 2018.07.09 |
안전을 지키는 기술의 산실-한국승강기안전공단 안전기술연구처 (0) | 2018.07.09 |
혁신적 유지보수 서비스 개선으로 어려움 헤쳐 나갈 것 (0) | 2018.06.07 |
차별화된 성능 진단 장비로 승강기 안전을 지킨다 (0) | 2018.06.07 |
한국승강기인재개발원 (0) | 2018.06.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