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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검도인이자 승강기인으로 걸어 온 길

일 그리고 삶

평생 검도인이자
승강기인으로 걸어 온 길

현대엘리베이터 한상협 설치기술부장

검도’라고 하면 경쾌하게 죽도가 부딪히는 소리,
극도로 긴장된 순간의 겨루기, 경기 전후로 깍듯하게
예의를 갖추는 장면이 떠오른다. 상대를 가격하는 투기
스포츠지만 실제 신체접촉이 없으며 몸을 감싸는
호구를 착용하기 때문에 별다른 부상도 없다. 신사적인
스포츠로 불리는 이유다. 44년간 검도를 수련해온
한상협 부장은 근속 30년 차를 바라보는 승강기인이다.

글. 위성은(자유기고가) 사진. 아프리카스튜디오·현대엘리베이터 제공

중학생 때 검도선수로 첫발 디뎌

한 부장은 검도 명문인 성동중학교 재학 시절, 검도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모든 학생이 매주 1시간씩 검도를 배웠는데, 검도계의 원로인 고 김영달 선생에게 발탁되어 검도부에 들어간 것이다. 입학 후 학교에서 열린 전국 검도대회를 선망의 눈으로 바라본 만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난생 처음 경기를 보고는 그 에너지와 집중력에 압도됐어요. 매일 학과수업이 끝나면 스파르타식으로 운동했습니다. 1학년 4월에 검도를 시작해 3학년 때 전국대회 소년체전 서울대표로 금메달을 땄어요. 여러 대회에서 수상하며 유망주로 꼽혔어요.
어쩌면 검도는 제게 운명인가 봅니다. 시작한 지 40년도 넘었지만 놓지 않고 평생 할 겁니다.”

입문한 지 2년 반 만에 전국대회 우승을 할 정도로 재능이 있었지만 당시는 검도가 대중화되기 전이라 운동을 직업으로 한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특기생 제도가 없었기 때문에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선수생활을 포기했지만 운동을 그만둘 생각은 하지 않았다. 고교 시절에는 공부에 힘쓰면서 간간이 시합에 나가는 등 10대를 운동과 공부로 보냈다.
“지금도 주말이면 모교에 가서 시합을 앞둔 고등학생하고 시합도 해요. 해외 근무 시절만 빼고 검을 놓아본 적이 없습니다. 40대 무렵 중년부에 나가서 전국대회 우승도 하고, 재작년까지 서울시 검도 연합회 부회장도 역임했어요. 공인 4단이지만 원로 축에 속해서 어딜 가도 선배 대접을 받아요. 도장을 하는 7, 8단 후배들이 절 깍듯하게 모시지요(웃음).”

성동중학교검도부_1976년 가을성동중학교검도부_1976년 가을

승강기인으로 인생 2막을 열다

엘리트체육인에서 생활체육인으로 전환한 후 한 부장은 현대건설에 입사해 해외사업부에서 5년간 근무했다. 1990년 현대 엘리베이터로 자리를 옮긴 후 29년째 거의 설치 부서에 몸담았다. 집중력과 체력, 그리고 동료 간의 예를 중시하는 점에서 검도가 큰 도움이 되었고, 현재는 설치 및 기술부서를 총괄하는 부서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개발 부서와 설치 업체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잘 수행함으로써 물량 적체를 해소하고, 설치 후 만족도를 높이는 것까지 업무가 유기적으로 진행돼야 하기 때문에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저희는 필드의 현장 기술 관련한 지원을 맡고 있습니다. 트러블 슈팅이나 개선 문제는 현장에서 하지만 저희가 해결할 수 없을 때는 개발부서에 전화해서 협의합니다. 협력업체에서 최대한 빨리 설치할 수 있는 공법이나 공정을 개발하고 매뉴얼을 만들고, 조정 시간을 최소화하도록 돕습니다. 개발과정에도 참여해서 설치 입장에서 조언합니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차에 늘 갖고 다니는 도복과 호구를 싸들고 도장을 다니며 운동과 대련으로 일주일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린다. 이제는 한 몸처럼 느껴지는 도복과 호구는 10kg가 넘는 무게고, 땀에 젖으면 훨씬 무거워진다. 힘든 운동이 끝나고 흐르는 물에 땀을 씻고 나면, 그 개운함과 가벼움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란다. 어쩌면 주말마다 도장을 찾아 시합을 하고 선후배들과 친목을 다지는 일이 없었다면, 이토록 오래 한 직장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을 수도 있다.

“몸이 건강하면 집중력과 업무능력 향상은 당연합니다. 체구가 큰 편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팔목이 굵고 팔씨름이 엄청 강합니다. 2000년에 승강기 부문 국가품질명장으로 지정됐어요.
고교 특성화교육에 승강기가 포함돼 있는데 교재 검토위원으로도 참여했고요. 아직 못다 이룬 꿈이라면 노년부 메달을 따는 것하고 사내에 검도 동아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2년 후에는 임금피크제에 들어가기 때문에 실무에서 벗어나 동호회 창설에 힘을 쏟을 수 있을 전망이다. 한 부장은 인생 3막을 준비하면서 승강기 관련 창업을 염두하고 있다. 그리고 70대가 되면 검도도장을 차려 후학 양성과 노인체육에 이바지한다는 계획이다.
“60대는 아직 젊어요. 백세시대가 코앞이니 노년을 건강하고 재밌게 살아야지요. 70대가 되면 실업선수 후배들 강사로 부르고 전 운동만 할 거에요. 선진국에서는 하프골프처럼 노인스포츠가 유망한 사업인 만큼 관련 자격을 따고 한국 실정에 맞는 노인스포츠를 개발해 보급하려고 합니다.”

생활스포츠가 자리잡는 날까지

“건강은 노년에 운동한다고 절대적으로 좋아지지 않아요. 관건은 신체기능이 얼마나 천천히 내려가느냐에 달렸는데 미리 준비할수록 유리합니다. 건강은 돈과 바꿀 수 없어요. 혼자서 하는 운동은 지겨워서 오래 하기 힘든데 검도는 대련에서 기술에 성공할 때의 쾌감이 있어요. 맞았을 때는 왜 맞았을까 안맞으려고 분석하고 노력하게 되고요. 검도를 오래 수련하니 몇 개월을 쉬어도 크게 아픈 데가 없고 회복도 빠릅니다. 안하던 사람은 갑자기 움직이면 앓아눕잖아요. 저는 40년간 하면서 근육이 검도에 최적화되었어요.”
그의 말처럼 고령인구의 가속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제2, 제3의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건강과 체력이 뒷받침 돼야 하니, 누구나 ‘1인 1운동’이 필요한 것 아닐까. 평생 동안 페이스를 맞춰가면서 즐기기에 검도는 좋은 운동이다. 젊을 때는 체력과 지구력이 좋지만 연륜이 쌓이면 보다 여유롭게 관조하면서 즐길 수 있고, 전략적인 포지션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승강기와 검도는 그의 평생의 화두였고 이제는 일선에서 물러나기 위한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 후배들을 위해 더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스마트 팩토리처럼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론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이유다. 그런만큼 공단에 대해서도 업계와의 활발한 소통을 주문했다.
“알고 있는 것을 후배들에게 전해주는 입장이 되어서 연락이 많이 옵니다. 선배라고 찾아주고 술자리에도 불러주면 참 고맙고 보람을 느끼죠. 설치에 관한 모든 파트에서 일했지만 가장 힘들 때가 유권 해석의 문제로 준공에 차질이 빚어지는 일입니다. 업계와 공단이 검사기준의 통일과 각종 현안을 논의
하는 간담회를 분기별로 하고 있는데, 현장의 시급함을 고려해 월 단위로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논의되고 있는 내용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거나, 보다 창구를 다양화해 원활한 소통이 이뤄진다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