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Untact),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에 부정의 뜻 ‘언(Un)’이 합쳐져 ‘접촉하지 않는다’ 즉, 비대면을 이야기한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언택트는 이제 일시적 현상이 아닌 일상으로 자리 잡으며 기술 진화의 방향을 새롭게 지시하고 있다.
선호 연령 폭넓어진 비대면 서비스
‘언택트 마케팅(Untact Marketing)’은 2018년에 등장한 10대 트렌드 중 하나다. ‘언택트’가 트렌드로 떠오른 것은 ‘불편한 소통’보다 ‘편한 단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다. 여기에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비대면 방식은 더욱 강화됐다. 심지어 전화 소통마저도 기피하는 콜포비아(call phobia)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직접 대면에 강한 거부감으로 키오스크나 챗봇, 가상현실(VR) 등을 활용해 사람 대면 없이 상품 및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선호하였다.
그런데 얼마 전까지 비대면 서비스 이용이 주로 20~30대층이던 반면,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폭넓은 연령층으로 확대됐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최근 발표한 바에 따르면 무려 89.5%의 소비자가 무인계산대를 이용해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0대에서도 80%가 무인계산대를 이용해봤다. 소비자는 이에 대해 편리하고(47%), 사용이 쉽고(42.3%), 빠른 이용이 가능하다(40.1%)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비대면 서비스가 생소하거나(23.3%) 불편하다(20.7%)는 평가는 적었다.
그렇다면 언택트 기술의 활용은 어디까지 이뤄지고 있을까? 국내외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진화된 언택트 기술을 만나볼 수 있다.
무인 식료품점 선보인 미국 ‘아마존’
‘아마존 고’를 운영해왔던 아마존은 지난 2월 편의점보다 더 큰 면적의 식료품점 ‘아마존 고 그로서리’를 열었다. 카메라 및 알고리즘 개선으로 기술이 업그레이드되면서 무인 매장 면적 확대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다수의 카메라, 선반 센서, SW에 기반을 둔 언택트 매장에서는 소비자와 점원과의 대면 계산 과정이 생략되고, 입장, 상품 선택, 퇴점으로 구매 과정이 완료된다. 아마존은 ‘아마존 고 그로서리’에서 무인 매장 기술을 시연하며 추후 해당 기술 상용화의 교두보로 활용될 계획이다. 이미 공항 및 경기장의 편의점 등을 대상으로 협상을 진행해 편의점 운영업체 OTG 사(社)의 뉴저지 공항매장 2곳에 아마존 무인 매장 기술이 도입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자동 물류로봇 ‘키바’를 도입한 물류 대행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율주행 배송로봇 ‘스카우트(Scout)’를 개발하는 등 운송 분야도 강화하고 있다. 그 외에도 온라인 서점, 쇼핑몰 유료 회원제, 보이스쇼핑 등에서 각각 파생된 전자책(아마존 킨들), OTT, AI스피커에서도 세계 선두권을 차지하고 있다.
대면 최소화하기 위한 업계의 고심
국내 사례도 다양하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많은 면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온라인 쇼핑이나 배달음식 주문은 물론 식당, 카페, 상점 등도 정보통신(IT) 기술을 이용해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O2O(Online to Offline)에 이어 O4O(Online for Offline)라는 새로운 용어도 등장했다. 앱으로 택시를 호출하는 등의 온·오프 ‘연계’ 서비스 시대를 지나 이제는 오프라인 서비스의 일부를 온라인으로 대체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뜻이다. 예를 들자면, 비대면으로 주유와 결제가 가능한 주유소다. 앱을 통해 차량 정보를 등록하고 방문할 주유소를 선택하여 기름 종류와 주유할 양을 입력한 뒤 결제해두면 주유소에서 직원과 대면할 일이 없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도 이 같은 서비스가 가능한 곳이 있다. 온라인으로 미리 주문하고 매장을 찾으면 직원이 이를 준비했다가 차에 실어주는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다. 지난 3월 중순 경북 포항지역 점포에서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를 시작한 홈플러스는 고객 반응이 좋아 전국 26개점으로 이 서비스를 확대했다.
금융권 역시 서비스 방식을 바꾸고 있다. 영업점에서만 가입이 가능하던 계좌 개설을 모바일 기기로 가능하게 하였고, 인공지능 딥러닝 기술 등을 활용해 고객의 자산을 관리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 등 비대면 서비스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호텔업계도 마찬가지다. 프런트 데스크를 거치지 않고 키오스크를 이용해 체크인·아웃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물론, 객실 열쇠도 모바일 키로 대체해 프런트에서의 직원 대면을 생략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외에도 비대면 영화관 ‘언택트 시네마’로 ‘체크봇’ ‘픽업박스’ 등 새로운 서비스에 도전하는 극장가와 건설로봇이 투입된 작업 현장, 분류·집품·배송 등의 물류작업 자동화, 자율주행 로봇이 서빙하는 식당, 로봇이 김밥 싸는 분식집, 바리스타로봇 카페, 혼합현실(AR+VR)과 3D 기술을 접목한 의류 매장의 피팅 서비스 등도 이미 현실이 된 이야기다.
산업계, 미래지향적 언택스 기술 주목
원격지원, 협업 환경을 제공하는 솔루션 기업, 클라우드 협업 플랫폼 서비스 사업, 컴퓨터 네트워크 통신 솔루션 기업 등 언택트 관련 업종 및 기술은 주식시장에서도 크게 주목될 만큼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경제적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기술 확보를 위해 20대 유망기술(20-Wonder 프로젝트)을 지난 5월 7일 확정했다. 세계 일등 기술력을 목표로 하는 20대 유망기술(20-Wonder)에는 인공지능을 국토·교통 전 분야에 접목(AI+)하는 한편, 이동수단의 전동화·자율운행을 촉진(M.E.C.A)하는 기술, 그린 에너지(Green) 기술 등과 함께 비대면(Untact) 경제에 대비한 기술도 포함된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30년도 대한민국은 도시·인프라·주택이 인공지능(AI), 스마트센서, 사물인터넷(IoT)으로 결합된 초지능화 사회가 된다. 각종 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처리하는 스마트시티 기술이 도시의 혼잡도를 예측해 교통신호를 전환하고, 대기오염이나 감염병 확산을 예방하는 등 도시문제 해결을 지원한다. 인간이 서로 대면하지 않아도, 기기를 직접 조작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최적의 조건을 만들며 효율화는 물론 안전성까지 만들어내는 기술, 그것이 미래 도시의 핵심기술이다.
승강기, 버튼 비접촉 기술 넘어 선제적 안전확보 기술 필요
승강기업계도 이러한 사회변화의 흐름을 타고 있다. 이미 2014년 현대엘리베이터가 스마트폰으로 호출하는 승강기 서비스를 개발했고 홈네트워크를 통해 승강기를 자동 호출하는 기술이 이미 상용됐다. 일본 후지테크는 최근, 버튼에 접촉 없이 목적층을 선택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를 개발했다. 적외선 센서를 이용해 사람이 층 버튼 근처에 손을 가까이만 대도 선택되는 원리다. 후지테크는 지난 4월부터 병원, 제약 공장 등 위생 관리가 중요한 시설에 이 신형 엘리베이터를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지난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좁은 공간 내 여러 사람이 함께 머무는 승강기 탑승에 불안을 느끼는 이용자들이 많았다. 버튼이나 손잡이 등의 접촉식 기기 조작도 꺼림칙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 일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주 출입 동선을 분산 설계한다든지 혹은 비접촉(Touchless) 방식의 엘리베이터를 도입해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맞는 주거단지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승강기의 비접촉식 조작에서 더 나아가 사람 간 대면을 막을 수 있는 승강기 운행 제어 기술도 고민되어야 할 것이다. 승강기 내 바이러스나 공기 오염도 체크, 승강장 탑승 대기자 열 감지 등의 기능을 가져 문제 발견 시 탑승을 막는 기능도 필요해 보인다.
확실한 것은 감염병에 취약한 지금의 도시 환경은 계속해서 변화를 겪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변화에서 승강기 기술개발의 방향도 고민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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