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강준현(강준현 CFP 사무소 대표, 국제공인재무설계사)
강준현 CFP 사무소 대표
국제공인재무설계사
JA KOREA 경제교육 강사
한국FP협회 재무설계상담위원
재테크/재무설계 칼럼니스트
얼마 전, 서울 지역의 주출산연령인 25~39세 기혼여성의 평균출생아수가 2010년 기준으로 1.4명이라고 하는 보도를 접했습니다. 2~30년 전에 비해서는 자녀수가 확연히 줄어든 느낌이 듭니다. 주위를 한번 둘러보세요. 실제로 한 자녀 가정이 얼마나 많은지. 때때로 자녀가 셋이 넘는 가정은 ‘요즘이 조선시대도 아니고 무식하게 뭔 애들을 저렇게 많이 낳았어?’라는 말까지 듣습니다. 자녀를 많이 낳으면 무식하다는 소리를 듣는 이 불편한 진실.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돈’인 것 같습니다.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서 당당한 사회의 일원이 되기까지 부모가 경제적으로 부담하는 것은 크게 양육비와 교육비입니다. 고등학교까지의 양육비와 교육비, 특히 사교육비는 대부분 가계의 생활비에 포함되어 있지만 상당히 부담스럽지요. 그리고 대학, 대학원, 해외유학, 언어연수 등 대학 이상의 교육에 필요한 비용들은 목돈이 들어가서 더욱 부담을 느낍니다. 이런 부담들이 평균자녀수를 줄이는 데에 일조를 한 모양입니다. 그런데 모든 아이들에게 돈이 많이 드는, 대학 이상의 교육이 반드시 필요할까요? 교육비가 아깝다는 말이 아닙니다. 내 아이가 잘 될 수 있다면 빚을 내서라도 공부를 시키려는 게 우리네 정서입니다. 실제로 요즘 뉴스에 보니 주택담보대출을 받아서 자녀교육비를 충당하는 가정이 꽤 많이 있더군요. 정말 그렇게까지 하면서 교육을 시켜야 하는 걸까요? 그렇게 하는 것이 아이에게 그 돈만큼의, 또는 그 이상의 부가가치를 항상 부여할까요? 대학은 반드시 가야만 하는 곳일까요? 이런 부분에 대해 화두를 한번 던져봅니다.
개인적인 견해지만, 필자는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사회에 적응하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지식과 소양은 충분히 갖출 수 있다고 봅니다. 아니,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중학교만 졸업해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지식과 소양을 쌓는 것이 대학에서만 가능한 건 아니니까요. 애플의 스티브 잡스,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 이 세 사람의 공통점 중 하나가 최종학력이 대학중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이들의 학력을 문제삼지 않습니다. 이 사람들은 소위 말하는 성공한 사람들입니다. 대학중퇴인 사람이 누구나 성공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대학중퇴인 사람이 결코 성공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라는 말입니다.
중졸학력, 고졸학력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성공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본인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분야의 선택과, 열정과 노력이라는 집중이지 학력이 열쇠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내 아이가 선택한 분야가 대학공부를 필요로 한다거나, 아이가 대학공부를 원한다면 필자는 부모로서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필자는 아이에게 ‘니가 아직 세상 물정을 몰라서 그래’라든지 ‘대학 나와야 사람대접을 받아’라는 말로 대학공부를 강요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아이에게 필요하지도 않고, 아이가 원하지도 않는 대학공부를 남들은 다 그렇게 한다는 이유로 강요하는 것은 아이에게는 시간적 손해요, 나에게는 물질적 손해요, 우리 둘 다에게는 정신적 손해이지 않을까요?
사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공교육으론 부족하니까, 선행학습을 해야 하니까, 성적이 뒤처져서는 안되니까, 부모가 직접 가르치기 어려우니까, 부모가 직접 가르칠 시간이 없으니까, 좋은 대학 가려면 필요하니까 등등 학원에 보내는 수만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심에는 소중한 내 아이가 잘 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좀 불편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부모의 일방통행인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부모가 비용을 대서 보내는 학원에서 공부를 가르치든, 예술을 가르치든, 체육을 가르치든 아이가 재미있게 배우고 실력이 향상된다면 그 학원비는 그리 아깝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항상 그럴까요? 아이의 의사에 관계없이, 부모의 성화에 못 이겨서 등 떠밀려 가는 학원은 없을까요? 만약 있다면 그 학원에 내는 학원비는, 부모가 아이에 대한 책임과 역할을 어느 정도 했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는, 부모 마음의 자위용 지출 정도의 경제적 가치를 지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억지로 다니는 학원인 경우, 부모에겐 자위가 되겠지만 아이에겐 고통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학원비도 만만치 않지요.
부모 마음의 자위=아이의 고통+학원비 지출. 이게 과연 등가교환(等價交換)이 맞는지 한번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아이를 학원에 보내지 말라는 말이 아닙니다. 사교육이 필요없다는 말도 아닙니다. 다만 사교육비 지출이 그만큼의 가치를 가졌는지, 사교육을 시키는 데 따르는 기회비용(아이의 정신적 고통도 포함)은 어느 정도인지 잘 따져보고 판단하자는 말입니다. 요즘 에듀 푸어(edu-poor), 등골 브레이커(breaker)라는 신조어가 있더군요.
자식들 공부시키느라 가난한 부모를 에듀 푸어라고 하고, 본인 공부하느라 부모 등골 빨아먹는 자식을 등골 브레이커라고 한답니다. 필자는 에듀 푸어가 되고 싶지도 않고, 내 자식이 등골 브레이커가 되는 것도 원하지 않습니다. 그건 우리 둘 다에게 매우 슬픈 일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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