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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연에 물들고 낭만에 취하다! 스위스

대자연에 물들고 낭만에 취하다!

내 생애 꼭 한 번!

스위스

 

 

얼마 전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와 MBC 예능프로그램 <나혼자산다_노홍철>에서 스위스의 아름다움이 여과 없이 브라운관을 타면서 많은 시청자들은 한 동안 ‘스위스 앓이’를 해야만 했다. 화면 속 아름다운 스위스의 풍경이 정말 현실일까 두 눈으로 보지 않고선 도저히 믿기 어려울 만큼 어마어마한 풍경들, 결국 확인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내린 결론, 내 생애 꼭 한 번의 여행일지라도 나는 스위스를 택할 것이다.

■ 글·사진 / 윤숙희(자유기고가)

 

 

 

스위스를 스위스답게 하는 것들

스위스 여행을 준비하면서 은근히 부화가 치밀었다. 스위스가 유럽 국가 중에서도 물가가 높기로 유명한지는 알고 있었지만 교통비며 숙박비, 입장료 하나하나가 만만치가 않았다. 사람으로 치자면 타고난 미모라고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자연 덕에 스위스 사람들은 힘들이지 않고도 어마어마한 관광수입으로 먹고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배가 아팠던 것이다.

하지만 흔히들 하는 스위스에 대한 오해와 달리 스위스의 관광 수입은 2005년 기준 110억 달러, 세계 11위이며 국민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미만이다. 드넓은 들판에 돌아다니는 행복한 소들이 벌어다 주는 낙농 수입 또한 국가 수입의 3%에 지나지 않는다.

스위스의 효자 종목은 오히려 정밀기계와 화학, 나노 분야.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투철한 장인 정신 덕에 전통적으로 시계, 공구 등 정밀기계 산업이 발달하였으며 전자, 기계, 제약, 바이오 분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스위스의 의료기기의 역사는 200년 이상의 탄탄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스위스의 관광수입은 무역수지의 적자를 메우고, 경제를 윤택하게 해주므로 교통기관의 정비, 8,000개에 이르는 숙박시설 활용, 400명이 넘는 가이드의 교육, 산막(山幕)의 정비 등에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 여행을 다니며 그들을 새롭게 본 것은 아침 8시면 이미 다 나와 쇼윈도 유리를 반짝반짝 닦는 것이었다. 스위스 이곳 저곳에서 그들의 근면성실함을 느낄 수 있었다. 천혜의 자연으로 덕 보고 사는 것이 아니라 작은 국토와 부족한 지하자원을 가지고도 부단히 노력하고 그 만큼의 성실함으로 공을 들였기에 지금의 스위스가 있을 수 있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가 없었다.

 

 

4000m급 고산들, 그러나 스위스에서 못 갈 곳은 없다!

스위스는 교통 천국이다. 급경사의 험준한 산자락을 힘차게 오르는 산악열차를 타고 있자면 왜 스위스가 교통 강국인지 실감케 된다. 4000m급 명봉으로 둘러싸인 알프스의 정상도 허리 굽은 노인에서 아장아장 걷는 아이까지 못 오를 곳이 없다. 알프스의 만년설과 빙하를 굽어보며 스위스라는 나라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스위스에서 타는 열차는 단순히 이동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관광 그 자체의 목적이 된다.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아름다운 바깥 경치는 때로 여행으로 지쳐 내려가는 눈꺼풀이 야속하게만 느껴질 정도로 놓치고 싶은 않은 풍경들이다. 튠호수, 브리엔츠 호수, 레만 호수 등 스위스 중남부의 주요 호수를 거쳐가는 골든패스 라인, 쿠어에서 생 모리츠를 거쳐 이탈리아의 티라노까지 연결하며 중간중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환상적 구간을 지나게 되는 베르니나 특급, 체르마트와 생 모리츠를 연결하는 총 300㎞(전 구간 탑승 시 7시간 30분 소요)에 달하는 빙하특급,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수도원 도서관이 있는 장크트 갈렌에서 시작하여 루체른에 이르는 프리-알핀 특급, 바젤과 제네바를 연결하는 쥬라 풋 라인 등 스위스 각 지방의 구석구석을 놓치지 않고 돌아볼 수 있도록 다양한 코스의 열차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도보 여행이 힘든 노약자라도 스위스의 관광열차만 타면 스위스를 어느 정도 다 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위스의 철도 시스템이 유난히 발달한 것은 스위스가 ‘영구중립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외국의 침입이나 내란에 군병력을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수천미터 산맥에 길을 내고 터널을 뚫고 철길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오늘날에는 스위스를 관광대국으로 성장하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때문에 박물관에 관심이 없는 여행자라도 루체른에 있는 교통박물관은 꼭 들러봐야 하는 명소다. 스위스 교통박물관은 기차, 항공기, 인공위성, 오토바이, 자전거, 선박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교통시설들을 전시해놓은 유럽 최대 규모의 박물관으로 그야말로 하늘과 바다, 땅의 모든 탈 것이 총망라되어 있다. 100여 대 이상은 실물 그대로 전시되어 있는 그야말로 ‘으리으리한’ 곳이다. 스위스에서 방문자가 가장 많은 박물관 중의 하나.

스위스의 거의 대부분의 도시를 연결하는 철도 시스템과 유람선, 트램, 곤돌라 등은 매연 없이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쾌적한 교통수단이다. 또한 스마트폰의 열차정보 어플리케이션(SBB Mobile)을 통해 실시간 열차 정보와 티켓 구매가 가능하며 열차 시간도 거의 정확하여 창구에서 티켓을 알아보고 구매하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이 외에도 취리히 대중교통 트램 시간표를 알 수 있는 앱(ZVV Timetable)과 바젤 트램 버스 시간표를 알 수 있는 앱(Basel Tram&Bus Offline) 등이 있다.

유럽의 교통비는 상당히 비싼 편이다. 스위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스위스에는 ‘스위스패스’라는 것이 있어 스위스만 돌아볼 여행자라면 이것이 상당히 유용하다. 스위스 내에서는 거의 ‘무적의 패스’라고도 불릴 만큼 많은 공짜(물론 값비싼 패스 가격을 지불했지만) 혜택을 누릴 수 있다. 41개 마을 및 대도시 내 대중교통(트램 버스)과 관광 열차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470여 개의 박물관과 전시회에 무료 입장이 가능하며 대부분의 산악열차와 케이블카도 할인 혜택(정상가의 약50%)이 주어진다. 4일, 8일, 15일, 22일, 1개월 등 기간별 패스가 있으니 여행 일정에 따라 골라 구매하면 된다. 날짜를 연속해서 사용할지 원하는 날짜를 선택하여 탄력적으로 사용할지도 구분할 수 있으며 2인 이상의 그룹이 함께 여행할 경우 묶어서 조금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도 있다. 이 외에도 스위스카드, 스위스 반액 카드, 스위스 피크패스 등이 있으니 여행일정과 성격에 따라 선택하자. 스위스 여행은 패스 선택의 성패가 편안한 여행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신중할 필요가 있다.

 

 

스위스 여행 좌지우지 하는 복병, 따로 있다?!

여름이면 아름다운 자연을 보기 위해, 겨울이면 새하얀 설국으로 변해 스키천국으로 변신하는 스위스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계절 하나 비수기가 없다. 여름은 다소 연령이 높은 노인 관광객과 가족 단위가 많다면 겨울의 스위스는 젊은이들의 레포츠 천국이다. 여름과 겨울에 비해 봄과 가을은 상대적으로 관광객이 덜 붐비지만 봄에는 들판 가득 피어난 꽃과 만년설의 조화, 가을에는 설산 아래 울긋불긋 단풍 든 진풍경 또한 놓칠 수 없는 장관이다. 오히려 북적거리는 관광객들을 피해 호젓한 스위스를 감상하기에는 적기.

하지만 사계절 관광 적기인 스위스라 할지라도 잘 짜놓았던 여행 계획을 마구 뒤섞어 놓는 복병이 있다. 바로 날씨! 스위스의 변화무쌍한 날씨는 해가 떴다가도 먹구름이 끼고 소나기가 오다가도 해가 반짝 뜨는 변덕스러움을 보여준다. ‘유럽의 지붕’이라 불리는 스위스 여행의 하이라이트 ‘융프라우’도 구름이 잔뜩 낀 날씨라면 눈 앞의 절경을 하나도 볼 수 없어 값비싼 열차 비용만 아쉽다. 때문에 지역의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를 체크하며 여행하는 것이 중요한데 융프라우가 있는 인터라켄이나 마테호른이 있는 체르마트 등은 날씨가 쾌청한 날 먼저 찾아가는 것이 요령일 수 있다. 스위스의 날씨 또한 유용한 어플리케이션(Meteo Swiss)이 있다. 이 앱에 자신이 갈 여행지의 날씨를 미리 지정해 놓아 수시로 보며 현지에서 여행 일정을 만들어가면 날씨 때문에 여행을 실패할 확률을 줄일 수 있다.

혹여 날씨 때문에 융프라우를 못 올라간다고 해서 발을 동동 구를 필요는 없다. 비가 오는 날은 아름다운 호수를 가진 루체른이나 구시가가 매력적인 베른, 프랑스와 마주 하고 있는 바젤 등 잠시 대자연을 떠나 스위스 도시의 낭만을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

 

 

스위스에 대한 오해, 스위스에서 풀다

15세 미만 인구와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이 모두 16% 정도(2006년)로 스위스의 인구 고령화 정도도 매우 높은 편이지만 국민의 57%가 취업인구를 차지하는 높은 근로 인구를 가지고 있다. 여행에서 얻은 스위스 사람들의 보편적 성향은 성실하고 근면한 듯 보였다. 스위스 사람들은 대형견을 선호하여 도시의 트램에도, 정상으로 오르는 산악열차에도 그들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스위스 물가가 비싸다고 소문난지라 바짝 긴장했지만 쿱이나 미그로스 등 우리나라의 대형 체인슈퍼마켓과 같은 상점들이 곳곳에 있고 거기에서 파는 야채나 과일, 각종 식료품들은 국내와 비슷한 정도이다. 호텔이 아닌 샬레민박(현지 스위스인의 집에서 묵는 숙박 형태)이나 공동 주방 사용이 가능한 숙소(백패커스,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으면 값 비싼 레스토랑에서 매 끼를 사먹지 않고 직접 요리해 먹을 수 있어 여행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여행의 새로운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스위스는 아펜젤러 치즈와 에멘탈 치즈, 르 그뤼에르 치즈 등 세계적인 치즈 생산국이다. 특유의치즈 향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도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가벼운 치즈부터 치즈요리인 퐁듀나 냄새부터가 ‘좀 어렵다’고 느껴질 고난위도의 치즈도 있으니 자신에게 맞는 치즈 하나 쯤은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을 듯.

치즈가 많이 부담스러운 이들에게는 수많은 종류의 요거트와 초콜릿이 있다. 세계적인 초콜릿 브랜드인 린트(Lindt)를 비롯하여 마테호른을 형상화한 토블러(Tobler), 세계적으로 유명한 네슬레 등이 초콜릿 강국 스위스를 지탱하고 있다. 초콜릿은 남녀노소 대체적으로 좋아하기 때문에 선물용으로 알맞다. 해외 여행에서 돌아갈 때쯤이면 선물이 고민인데 초콜릿, 치즈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특산물이 있어 선물 고민을 덜어주니 고맙기까지 하다.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비싼 물가, 천혜의 자연에서 혜택 누리는 스위스 사람들… 스위스로 떠나오기 전 가졌던 스위스에 대한 이런 오해는 말끔히 사라졌다. 비싼 물가라지만 요령에 따라 저렴한 여행이 가능하고 성실하고 부지런한 스위스 사람들에 미소가 띄어진다. 그리고 TV 화면에서 보던 스위스의 아름다움도 사실 단 1%도 제대로 표현되지 못한 것이라는 것 또한 오해라면 오해랄까? 이제 누구에게든 딱 한 번의 여행일지라도 스위스에 가라고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