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안원 공창석 원장 특별 기고/
‘근초고왕 해양왕국 백제를 세우다’ 1편
근초고왕의 19년 미스터리
[그림 1] 근초고왕 시기 백제의 확장
오늘날 우리나라는 비록 한반도에 갇혀있는 형세지만, 광대한 영토를 차지한 고구려와 동아시아 해양패권을 손에 쥐었던 백제를 자랑한다. 하지만 광대한 영토는 곧 바로 고구려 광개토태왕에게 필이 꽂히고 이에 대해 누구나 나름대로의 장광설을 늘어놓는데 비해 해양패권을 구축한 백제 임금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혹간 물어볼라치면 대게 눈만 말똥거리며 더듬거리는 숙맥이 된다. 왜 그럴까? 평소 역사를 꽤 공부했다며 젠체하는 사람들 중에도 시원찮게 얼버무리는 자들이 부지기수다. 그는 분명히 광개토태왕에 버금갈 만큼 추앙 받아야 할 민족의 영웅인데 말이다. 과연 백제 해양패권의 영웅은 누구인가?
그는 백제 13대 임금 근초고왕(近肖古王)이다. 근초고왕은 서기 346년에 즉위하여 375년까지 약 30년간 백제를 다스렸다. 근초고왕의 업적은 한국·중국·일본의 역사서에 다양하게 실려 있어 이들 사서를 종합하여 살펴보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전체를 보지 못한다. 그의 업적을 간략히 간추려 보면 우선 영토를 사방으로 넓혔고, 중국 요서 지역에 백제 식민지를 개척했으며, 박사 고흥으로 하여금 <서기(書記)>를 편찬케 하고 일본을 후국으로 삼아 동아시아 해양교역 네트워크를 구축했을 뿐 아니라, 일본에 박사왕인(王仁)을 보내 선진문물을 전래하는 등 다방면에 걸쳐 빛나는 업적을 쌓았다.
<삼국사기>의 근초고왕 기사는 “그는 체격이 크고 용모가 기이했으며, ‘원대한 식견’을 가졌다.”라고 밝히면서 시작한다. 하지만 <삼국사기>는 근초고왕의 행적에 대해 기록을 너무 많이 누락하여 커다란 의문을 일으키고 있다. 근초고왕은 즉위한 다음해 정월에 천지신명에게 제사를 올린다. 그러고는 기록이 뚝 끊어지고, 19년이 지난 366년과 368년에 신라에 사신과 좋은 말 두필을 선물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기록이 누락된 19년은 재위 30년의 2/3에 해당하는 긴 세월이다. 왜 깡그리 누락되었을까?
근초고왕이 그냥 하루하루 땜질하듯이 허송세월하며 19년간을 보냈다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삼국사기>의 ‘원대한 식견(遠識)’을 가졌다는 기사와는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삼국사기>는 고구려·백제·신라의 역대 왕들에 대해 용모, 성품, 지식 따위의 면모를 기록하여 역대 왕들의 품격을 밝히고 있다. 그런데 간혹 ‘지식을 구비’한 왕들을 찾을 수 있으나, ‘원대한 식견’ 운운으로 극찬한 왕은 근초고왕이 유일하다. 이 사실은 매우 중요하고 의미심장하다. 재위 30년의 2/3에 해당하는 19년 동안이나 수록할만한 업적이 없는 빌빌거리는 왕을 ‘원대한 식견’을 가졌다고 추켜세워야 할까?
그렇다면 김부식(金富軾)은 왜 <삼국사기>를 저술하면서 19년간의 행적을 누락해 놓고는 굳이 ‘원대한 식견’을 가진 왕으로 평가했을까? 만약에 수록할만한 뚜렷한 행적이 없다면 ‘원대한 식견’이란 수사는 삼가야 하는 게 도리일 것이다. 아니면 근초고왕을 ‘원대한 식견’을 가진 왕으로 부각시켜 놓고는 어쩔 수 없는 이유로 또는 고의적으로 그의 업적을 깔아뭉개며 누락시켰을까?
그렇다. 김부식이 신라 중심으로 <삼국사기>를 편찬하면서 중국과의 관계에서 뭔가 껄끄러운 것이 있어서 의도적으로 뺏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가 근초고왕을 비중 있게 다룬 중국과 일본의 사서와 문헌을 보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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