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운하’, 도시의 보석이 되다!
스코틀랜드의 보트 리프트,
‘폴 커크 휠’
Falkirk Wheel
3,480만 달러, 현재 환율로 약 326억원의 어마어마한 공사비가 투입된 세계 유일의 회전식 선박 리프트 ‘폴 커크 휠(Falkirk Wheel)’은 이미 상업적 가치를 잃어 퇴물로 전락해버린 옛 두 운하를 관광 명소로 부활시키며 도시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글 이상훈(영남이공대학교 교수)
‘폴 커크 휠’이 있는 에든버러는 어떤 곳?
에든버러는 스코틀랜드에서 글래스고 다음으로 큰 도시로 1437년 수도가 된 후 스코틀랜드의 문화, 정치, 교육, 관광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18세기 스코틀랜드를 유럽의 상업, 지식, 산업, 문학, 교육의 중심지로 만든 스코틀랜드 계몽주의가 시작된 곳으로 역사적 의미를 가진다.
주요 산업은 금융업과 관광업으로 금융업은 영국 내에서 두 번째, 유럽에서 여섯번째로 큰 규모이다. 영국 5대 은행 중 로이드 그룹(2008년 로이드에 편입된 뱅크오브스코틀랜드 포함)과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그룹의 본사가 위치해 있다.
에든버러는 영국 런던 다음으로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곳으로 해마다 1,300만 명이 찾는 관광도시다. 특히 해마다 열리는 에든버러 축제가 유명한데, 각각의 축제들이 집중되는 8월 초부터 4주간은 시에 머무는 사람이 평소 거주자의 최소 2배 이상 늘어난다. 축제 중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세계에서 가장 큰 행위예술 페스티벌),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 에든버러 밀리터리 타투, 에든버러 국제 영화제가 가장 이름 나 있다. 또한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해리포터의 작가 조엔 K. 롤링이 어느 작은 카페에서 어린 딸을 어르며 누적 판매량 4억부의 대히트작 「해리포터」를 집필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운하 기능 상실해 버려진 비운의 두 운하
에든버러 근교에는 아름답기로 유명한 뱃길이 있다. 포스 앤 클라이드(Forth and Clyde) 운하와 유니온(Union) 운하이다. 포스 앤 클라이드 운하는 스코틀랜드 중앙을 가로지는 운하로 1790년에 완성되었다. 스코틀랜드 저지대의 가장 좁은 부분에서 포스만과 클라이드 내포를 매일 정기 운항하는 항로를 제공하는 포스 앤 클라이드 운하의 총 길이는 35마일(56㎞), 케논강에서 그레인지머스까지 연결되어 있다.
또 하나의 운하인 유니온 운하는 50.7㎞를 거쳐 폴 커트에서 호프턴 강 유역까지 연결되며, 스코틀랜드를 관통하는 폭이 좁은 수로로 그 주변 경관이 꽤 아름답다. 1822년 완성 당시에는 증기선이 다녔고, 나무 갑문을 말과 사람이 끌어 여닫는 방식으로 움직였다고 한다. 유니온 운하는 자본, 미네랄, 특히 석탄을 가지고 폴 커크에서 에든버러로 운송하는 운하로 사용되었다. 초기 운영은 성공적이었지만 1842년에 열린 철도, 특히 에딘버러와 글래스고 철도가 건설되면서 그 가치가 점차 감소하여 1930년대에는 그 활용가치를 잃게 됐다.
이 두 운하는 약 24m의 높이 차이가 있다. 그래서 원래 두 운하사이 거리 1.5㎞에 11단계의 계단식 수문이 연결되어 있었다고 한다. 높낮이가 다른 두 물길을 배가 서로 넘나들기 위해서는 물길을 트는 방법 밖에 없었다. 하지만 높이 차가 너무 심하다거나 여타의 이유로 그렇게 할 수 없을 때는 어쩔 수 없이 다른 방법을 사용해야 했으며 주로 쓰는 방법은 갑문을 통해 배를 일정 독에 넣고 물을 채움으로써 다음 독으로 이동한 다음, 다시 물을 채워 오르게 하는 계단식 수문을 이용하는 방법이었다. 따라서 높이 차가 있던 포스 앤 클라이드 운하와 유니온 운하는 계단식 수문을 통해 이동이 가능하였으나 1933년에 이 수문을 해체해서 두 운하의 연결은 끊어지게 되었고 두 운하는 20세기 초·중반에 버려지는 아픔을 겪게 되었다.
세계 유일의 회전식 선박 리프트 탄생
비록 두 운하의 상업적 활용성은 새로운 철도 운송 기술로 인하여 사장되었지만 운하만이 가질 수 있는 관광적 기능은 사람들에게 잊혀지지 않았다. 마침내 두 운하는 ‘관광’이라는 상업적 기능을 위하여 다시 하나로 연결되었다. 2000년, 새 밀레니엄을 맞이하여 관광객 유치를 위해 다시 뱃길이 열리게 되었고 두 운하는 기존의 계단식 수문이 아닌 폴 커크 휠(Falkirk Wheel)이라는 ‘세계 유일의 회전식 선박 리프트’라는 새로운 방식이 적용되었다. 리프트는 2002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즉위 50주년 기념행사에 맞춰 완공되었고, 뱃길을 따라 운하 주변의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관광 명소로 거듭나게 되었다.
두 운하의 고저차는 24m, 폴 커크 휠의 직경은 35m에 이르고 배 뿐만 아니라 배가 뜬 물까지 같이 회전해서 자리를 바꾸는 구조이다. 독특한 형태를 하고 있는 휠의 모양은 켈트족의 머리가 두 개 달린 도끼모양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처음 두 운하의 연결 방식에 대해 많은 아이디어가 있었다고 한다. 놀이기구의 시소와 같은 타입, 롤링 에그(Rolling Egg)와 같은 타입 등을 고려하였으나 영국의 대표적 운하전문관리업체인 B.W(British Waterways)와 모리슨 바시 솔레땅쉬(Morrison-Bachy Soletanche), 버틀리 엔지니어링(Butterley Engineering), 오베 아럽 컨설턴트(Ove Arup Consultant)의 전문가들은 회전방식의 보트 리프트 방식을 채택하였다.
폴 커트 휠을 구성하기 위하여 1200톤의 강철이 사용되었으며 더비셔에 있는 버틀리 엔지니어링 제철소에서 마치 하나의 거대한 메카노 세트(Meccano set, 어린아이들이 기계를 만들 수 있게 해주는 장난감)처럼 제작되었다. 각 부품들을 10㎜의 정확도를 가지고 조립되었으며 최종 규격을 완벽하게 통과하였다.
폴 커크 휠을 통해 되살아난 운하
2001년 여름, 이렇게 제작된 폴 커트 휠은 35톤의 대형 화물차에 나뉘어 이송되었으며 5대의 대형 크레인에 의해 조립되기 시작하였다. 폴 커트 휠의 곤돌라 무게는 배가 있건 없건 600톤을 유지하고 있으며, “수중의 물체는 그 물체가 밀어내는 물의 중량만큼 가벼워진다”라는 아르키메데스 (우리에겐 ‘유레카’로 더 친숙한)의 원리를 이용하여 곤돌라로부터 밀려나온 물의 중량이 보트의 중량과 완전히 동일하기 때문에 항상 휠의 밸런스가 유지되므로 전체 중량 600톤을 수송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는 600톤 중량의 거대한 구조물과 끊임없이 바뀌는 응력을 견디어야 하므로 강철의 일반 용접으로는 견디기 힘들다. 이에 15,000개의 볼트와 45,000개의 볼트 구멍에 맞추어 조립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거대한 구조물이 한 번 회전에 드는 전력은 1.5㎾에 불과하며 이는 8개의 물주전자를 끓이는데 필요한 전력량 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거대한 중력과 작은 동력에도 불구하고 180도 회전에 걸리는 시간은 대략 4~5분, 이것은 구조물을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돌리는 것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예방정비를 통해 철저히 관리되고 있는 폴 커크 휠
폴 커크 휠의 설치도 놀라운 일이지만 이를 유지·관리하는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장 엔지니어팀 엘레 뮤어에 따르면, 휠의 원활한 동작을 유지하기 위해 아침과 저녁에 검사뿐 아니라 정기적인 예방정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보트 승객의 안전을 매일 확인하고 있으며, 휠의 윤활 상태 점검과 같은 월별 일상적인 유지·보수를 통해 항상 휠의 상태를 최적화하고 있다.
B.W사는 현장에서 전기, 기계 및 유압 장비에 대한 계획예방정비(PPM) 프로그램을 통해 휠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바퀴 운영 및 제어 장비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변경 및 오류를 확인하여 신속하게 시정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자가진단시스템을 통합 운영하고 있다. 또한 펌프 및 밸브 등 주요 구성요소에 대한 필수 유지보수를 위하여 매년 약 3주 동안은 동작을 멈추고 점검에 들어간다. 정지되어 있는 동안 엔지니어들은 철저하게 바퀴를 조사하고 구조를 검사하는 한편, 필요한 부분을 개선을 하여 자칫 발생할 수 있는 대형사고에 대해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한국의 폴 커트 휠, 가능할까?
몇 년 전 우리나라도 운하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며 논란의 중심에 있던 때가 있었다. 일명, 한반도대운하와 경부운하이다. 한반도대운하는 우리나라의 주요 강들을 운하화하는 전체적인 개념으로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경부운하 외에도 영산강과 새만금을 잇는 호남운하 및 새만금 운하, 금강을 중심으로 지천을 잇는 충청운하 등 남한에 12개 2,100여 ㎞, 북한에 평양과 개성을 잇는 평개운하, 평양과 원산을 잇는 평원운하 등 5개 노선 1,000여 ㎞ 등을 통칭하는 단어이다.
즉, 전체적으로는 17개 노선, 약 3,100㎞를 합하여 한반도대운하라고 통칭한다. 그 중에서 경부운하는 서울의 한강부터 남한강을 거쳐 연결구간인 조령 지역을 지나 낙동강 하구까지를 말하는 것으로 약 540여 ㎞정도 되는 구간을 말한다. 한강수계를 보면 한강 하류와 리프트를 타게 될 지역은 충주 조정지 댐으로 표고 차이는 60여 m정도가 된다.
운하에 대한 찬성과 반대는 한 때 한반도를 뜨겁게 하였다. 운하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폐기된 19세기 유물로, 운하를 찬성하는 쪽은 모든 선진국의 성장 원동력이 되었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모든 선진국의 운하는 철저한 자연환경의 변화를 검증하고 환경의 변화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었다는 점이다.
현재 중국은 샨샤댐에 무려 113m의 세계 최고 높이의 리프트를 만들면서 세계를 다시 한 번 놀라게 하고 있다. 중국은 이를 위해 50년 이상의 검토를 통해 실행에 옮기고 있지만 자연을 거스르는 인간의 노력이 완벽하지는 않아 보인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한국의 폴 커트 휠이 가능하다면 우리나라도 세계에 자랑할 만한 리프트의 랜드마크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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