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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강기 버튼의 외침-만지지 말아요, 너무 아파요!

승강기 버튼의 외침

만지지 말아요, 너무 아파요!

 

하루에도 수십 번에서 수백 번 사람들의 손가락에 꾹꾹 눌리는 승강기 버튼. 무심코 누르는 이 버튼들도 함부로 사용하면 병이 나버린다. 한 번은 새로 입주한 아파트의 승강기 버튼이 고장이 났다. 어떻게 된 사연일까?

 

■ 글 / 장현식 (현 공동주택관리사/ 「머리철새의 울음소리」, 「머리철새 둥지를 틀다」 저자)

 

 

15초 후면 닫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의 속성 중 하나가 성급함이라고 한다. 이것은 공동주택 입주를 받아 본 관리소장들은 실감나게 경험을 한다. 하자기간이 분명 있는데도 세대에 하자가 생기면 당장 고쳐놓거나 처리해 주어야지 기간 같은 것은 들으려 하지 않는다.


이 성급함을 가장 잘 보여주는 모습이 우리 일상생활 중 승강기를 이용할 때이다. 모든 승강기 도어는 버튼세트 하부에 열림(open ◀▶) 닫힘(shut ▶◀) 버튼이 있는데 닫힘 버튼은 몇 초 이내면 손을 대지 않아도 자동으로 닫히게 되는데 이걸 참지 못해 타기만 하면 습관적으로 닫힘버튼을 누른다.


요즈음 지하철에는 층별로 에스컬레이터도 설치했지만 유아, 임산부, 노인들을 위해 바로 오르내릴 수 있는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놓고 있는데 이 엘리베이터에도 닫힘 버튼에 ×자로 테이핑을 하고 그 밑에 ‘15초 후면 자동으로 닫힙니다’라는 문구를 표시해 놓은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오죽하면 어떤 아파트나 빌딩 등은 아예 닫힘버튼 위에 테이핑을 해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 놓았겠는가! 그러니 승강기가 고장이 나는 원인 중 하나가 버튼도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으니 만약 이 버튼을 너무 자주 사용하지만않아도 고장율이 감소될 수 있는 것이다.

 

새 아파트 승강기 버튼 고장, 왜?
그런데 새 승강기인데도 입주 초기에는 버튼 고장 신고가 심심치 않게 접수되는 경우가 있다. 입주 초기 자주 찾는 단골손님들 때문이다. 바로 신문,요구르트, 우유 배달부 등이 그들. 입주자들이 새벽에 운동이나 새벽기도를 마치고 돌아와 집에 올라가려는데 4층부터 15층까지의 버튼에 불이 들어와 있었다. 그리고 15층부터 차츰 차츰 불이 나가고 4층에서 마저 소등된 후에 1층에서 문이 열리더니 젊은 친구가 나오더라는 것이다.

 

이에 기다리다 지친 주민이 관리소에 항의 전화를 하였다. 이들이 신문을 배달하는 방법은 일단은 호별마다 적힌 대로 부수만큼 가지고 15층까지 올라가서는 해당되는 층은 전부 버튼을 눌러놓고 한 개 층을 내려가는 사이에 신문을 접어 도어 문이 열리면 해당 호 현관 앞으로 던지면서 내려오면 것. 이렇게 하면 시간도 절약되고 능률이 오르니 관리소에서 몇 번을 불러 단속하고, 각 초소 경비원이 잔소리를 해도 소용이 없었다. 나중에는 결국 버튼고장 신고를 접수했지만 이로 인해 일간지 신문사에 항의해 수리비를 받아낼 수도 없었다.

 

승강기 버튼은 과녁, 명중이요~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승강기가 정지되어 해당 회사 직원을 불러 수리를 요청했는데 원인을 찾아보더니 당장 가동은 어렵다고 하면서 나를 불러 승강기 내 버튼판 외부 커버를 열고 보여 주었는데 이곳에 물이 많이 고여 있었다. 이 때문에 고장난 부품은 교체해야 하고 건조를 시켜야 하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일단은 작업을 시키고 방제실에 돌아와 CCTV를 작동시켜 모니터를 보니 낯익은 아이가 물총을 들고서 측면 버튼판을 향해 물을 쏘는 모습이 확인되었다. 그래서 아이의 어머니에게 인터폰으로 이 사실을 알리니 펄쩍 뛰며 아니라고 거부하더니 바로 달려온 아이 어머니에게 모니터 화면을 보여 주니 자기 아들이 맞다고 인정을 했다. 해당 동 현관에 안내문을 게시하고 방송으로 안내 하여 꽤 오랜 시간 수리 복구하여 가동되었고, 그 수리비 및 부품값은 그 집에서 변상했다. 그 때는 아이들이 물총을 가지고 노는 것이 유행이었던 때라 안되겠다 싶어 바로 게시문을 만들어 붙이고 방송하여 주의시켰다. 아울러 각 초소 경비원들에게도 잘 감시하라고 지시했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은 승강기를 타면 종종 이것 저것 만져보고 비상 인터폰을 누르는 등 승강기 카 내의 시설물을 호기심과 장난끼로 함부로 다루는 경우가 있다. 승강기를 안전하게 오래 유지하려면 ‘열림’이나 ‘닫힘’이나 꼭 필요할 때만 사용하고 아주 조그마한 부속일지라도 아끼고 조심스럽게 사용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
어야 할 것이다. 지금 여러분의 승강기 속 버튼도 혹시 이렇게 말하고 있지는 않은가.

“만지지 말아요,너무 아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