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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강기 업계에서 여성 엔지니어로 산다는 것은

승강기 업계에서

여성 엔지니어로 산다는 것은...


 

글 / 최여란(시민기자)


 

‘아니 근데 어떻게 이쪽 일을 하게 됐어요?’ 내가 한국승강기대학교를 나오고 승강기업계에 취직한 지금까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아무래도 여자가, 그것도 어린 나이에 엔지니어의 길을 걷고 있으니 신기했나 보다. 나는 승강기대학에 원서접수를 할 때도 이곳이 내 꿈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는 길이 되어줄까를 고민했지 여자인 내가 못 하진 않을까 하고 걱정해 본 기억이 없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선택을 후회한 적도 없다. 

 

250명 전교생 중 여성은 단 세 명이었던 대학 시절

전교 250여 명 중에 여학생 3명. 내가 전공한 전기설계과에서 나는 홍일점이었고 어딜 가든 무엇을 하든 주목을 받았다. 그렇다고 흔히들 아는 공대 아름이의 공주(?)대접을 받았을 거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물론 많은 선배와 동기들에게 받은 도움을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그 당시엔 여럿이 뭉쳐 다니는 여학생들만 봐도 진심으로 부러워했으니 여자로서 받은 혜택보다는 상처가 더 크게 느껴졌다. 친구 없는 외로움에 몇 개월간 우울증에 걸리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적응을 하고 보니 사소한 생활 하나하나가 추억으로 남아 지금은 아주 값진 경험이 되었다. 인문계 여고를 나온 문과생이 전기과를 나온 남학생들 사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었고, 남자들만 가득한 곳에서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먼저 말을 걸 수 있는 용기도 배워 사회생활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여성엔지니어가 드문 승강기업계, 여성의 한계 넘고 싶어

대학을 졸업하고 함께 공부했던 선배들과 동기들은 현재 승강기안전관리원과 각종 승강기 업체에서 실력발휘를 하고 있고, 나는 ‘GYG 엘리베이터 (주)금영제너럴‘의 기술연구소에서 제어반 설계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학교에 다니는 동안 과연 실무에 적용할 수 있을까 걱정했던 이론 수업은 뜬구름으로만 느껴지는 업무의 기초가 되어주었다. 공대와 마찬가지로 승강기업계는 여성 엔지니어가 드물다. 그래서 입사할 때부터 역시나 많은 관심을 받았고 실수를 해도 여자니까 큰 문제 없이 넘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를 배려해 주신 분들의 마음을 오해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나는 일을 할 때 최대한 많은 것을 몸으로 느껴가며 배우고 싶었는데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받게 된 배려들 속에서 부담도 느끼고 은근히 자존심도 상했던 것 같다. 누군가가 여성 엔지니어의 한계에 대해 말 할수록 더 오기가 생겨 마음을 다시 한 번 다잡게 되었다.


소수는 약한 것이 아니라 특별한 것

기술직이라고 하면 다소 삭막해 보이고 여자가 하기엔 어려워 보일 수 있는데 내가 원하는 회로를 짜고 프로그램에 맞게 구동되는 것을 보면 그렇게 삭막하지만은 않다. 오히려 설계라는 작업 자체에 애정이 생기고 보람을 느끼게 된다. 아직 일을 하면서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못할 일은 없었다. 체력적으로 약한 것이 문제 된다면 꼼꼼함과 섬세함을 강점으로 보고 앞으로도 많이 생겨날 여성 엔지니어들에게 한계를 긋는 대신 그녀들의 열정과 꿈을 존중하고 응원해줬으면 좋겠다. 여성이 대통령이 되고 30대에 대기업 상무 자리를 차지하는 시대에 여자라는 이유로 지레 겁먹는 것은 바보짓이다. 소수는 약한 것이 아니라 소수라서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여성 엔지니어들이 스스로 자긍심을 가지고 실력을 마음껏 펼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