앳된 얼굴 그 뒤에 감춰둔 치명적 매력
배우 임수정
‘배우 임수정’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동안’이다. 올해로 만 서른다섯을 맞은 그이지만 여전히 생생한 싱그러움을 가졌다.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 이후 3년간 신작 소식이 없어 혹시나 ‘동안 여신’ 수식어가 무색해진 것은 아닌가 했으나 기우였다. 종로구 팔판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여전히 아름다웠고 새침데기 모습 그대로였다. 글 이정현(한국아이닷컴 기자)
임수정이 변했다 _ 언제나 청순한 모습으로 남자 마음을 흔들었던 그가 거대한 음모에 휘말렸다. 영화 「은밀한 유혹」(감독 윤재구ㆍ제작 비단길)에서 자신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도박의 도시 마카오 최대 갑부를 유혹하려는 여자 지연으로 분한 그는 데뷔 이후 가장 도발적인 모습으로 선다. 배우로서 최대 도전과제를 훌륭하게 해낸 그는 “이제야 배우로 사는 참맛을 알았다”며 스스로 합격점을 내렸다.
“정말 오래간만이에요. 「내 아내의 모든 것」 이후 방에 콕 박혀 휴식을 취하다 보니 3년이라는 공백이 생겨버렸네요. 그 동안 기타도 배우고 베이킹도 열심히 했죠. 요리도 배웠고요. 오랜만이라 그런지 이번 작품은 어느 때보다 애착이 가요. 특히 감독님께서 저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했다고 하니 기분이 짜릿했죠. 마음이 아이스크림처럼 사르르 녹은 상태에서 작품을 준비했답니다.”
연기할 때만큼은 강해진다 _ 영화 「은밀한 유혹」은 카트린 아를레의 소설 「지푸라기 여자」를 원작으로 한다. “당연히 원작을 읽고 작품을 준비했다”는 그는 50년대 유럽이었던 작품 배경을 현대, 그리고 한국정서에 맞게 해석하려 노력했다고. 같은 생각이었던 윤 감독의 노력도 임수정에게 힘이 됐다. “훨씬 진취적인 한국 현대 여성의 모습을 담았다”는 그다.
“연기한 지연은 쉽게 흔들리고 불안함을 느끼며 두려움이 많은 인물이지만 때로는 치명적인 팜파탈, 그리고 스스로 위기를 헤쳐나가는 강인함도 있죠. 마냥 순종적인 여자는 아니랍니다. 감독님이 캐스팅 1순위로 저를 생각하셨던 것은 어쩌면 저랑 비슷한 면이 있기 때문일 거에요. 여려 보인다고 하는데 연기할 때만큼은 강해지거든요. 집중력도 오르고요. 겉으로 보시는 것과는 좀 다르답니다.”
감정의 파고 큰 연기에 고달팠다 _ 「은밀한 유혹」은 단순한 범죄 로맨스가 아니다. 반전을 목표로 달려가는 가운데 지연에게 위험한 제안을 건네는 성열을 연기한 유연석과 도발적인 애정신도 있고 격렬한 액션도 있다. 임수정은 “정말 힘든 촬영장이었다”고 회상했다.
“무엇보다 감정의 파고가 컸던 게 고달팠어요. 공포, 불안함, 죄의식, 두려움, 분노, 배신감 등 온갖 감정이 저를 흔들거든요. 가뜩이나 감정 연기로 힘든데 유연석이 몰라주니 어찌나 밉던지.(웃음) 무서워 죽겠는데 혼자 내팽겨진 느낌이랄까. 하지만 나중엔 고마운 마음이 들었어요. 유연석은 동생이긴 하지만 오빠 같은 성숙함이 있더라고요. 매너 있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니 남자답다고 생각했죠.”
극 중 유연석과 선보인 키스신은 사실 와인 한 병을 다 비운 뒤에야 OK가 나왔다. “한 두 모금 하다 보니 어느새 병을 다 비웠더라”는 그는 “워낙 도발적인 신이다 보니 저도 모르게 술에 손이 가더라고요. 키스신일 뿐이지만 그 이상의 단계도 상상하게 만들어야 했거든요. 에로틱한 분위기가 가득한 입맞춤이었다”고 돌이켰다.
“ 「은밀한 유혹」은 감정도 힘들었지만 제작기간도 길었어요. 캐릭터에 눌린 채 치열하게 연기해야 했죠. 이런 과정을 겪고 나니 훌쩍 성장했다고 느껴졌어요. 의미 있고 좋은 작품이었죠. 나중에 시간이 많이 지난 후에 다시 보게 되더라도 애틋할 듯해요.”
싱글라이프 더 즐기고 싶다 _ 3년 만에 신작을 공개한 임수정은 올 하반기 「시간이탈자」를 연달아 공개한다. 뜸하다 싶더니 계속된 새 작품 공개 소식이 반갑다. “이후 확정된 작품은 없지만 이제는 좀 더 자주 팬들을 만나고 싶다”며 곧 캐스팅 소식을 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미 혼기가 꽉 찬지라 “결혼 소식은 언제 전할 건가”라 물으니 “언젠가 그런 순간이 오겠죠?”라며 빙그레 웃는다. “결혼보다 배우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는 그는 싱글라이프를 즐기는 당당한 30대다.
“결혼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본 적은 없어요. 그저 자연스레 인연이 나타나면 결혼으로 이어지겠죠. 그보다는 독신을 더 즐기고 싶어요. 시간이 흐르는 대로 맡기면 언젠가 짝이 나타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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