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난호 보기

유연함, 생각에 날개를 다는 능력

유연함, 생각에 날개를 다는 능력

 

■ 글 / 한지숙 (자유기고가)

 

 

 

 

 

유명한 일화 하나가 있다. 미국 샌디에고의 엘 코르테즈 호텔에서 있었던 일이다.


호텔 증축과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엘리베이터의 용량은 한계가 있는데 이용해야 하는 사람들의 수는 많아지니 호텔 투숙객들의 불만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이래서는 다른 호텔과 경쟁할 수 없다고 생각한 엘 코르테즈 호텔 경영진들은 엘리베이터를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공사 중에도 호텔 영업을 계속할 수 있을지가 문제였다.


각 층마다 건물 일부를 뜯어내고 새로운 엘리베이터를 추가로 설치해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호텔 문을 당분간 닫아야 하는 건 불가피한 일이라고 기술자들은 설명했다. 경영진들은 고민에 빠졌다. 오래 걸리는 공사기간 동안 호텔 영업을 중지한다면 손해가 커질 테고, 그렇다고 영업을 하자니 호텔 내부가 아수라장이 될 게 뻔한데 고객들이 가만히 있겠냐는게 문제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에 빠져 있을 때 우연히 그 이야기를 들은 호텔 청소 아주머니의 말 한마디에 경영진은 깜짝 놀랐다.


“뭘 그렇게 고민합니까? 엘리베이터를 호텔 밖에다 만들면 되지 않겠어요? 그러면 호텔 내부가 엉망진창이 되지 않을 테고 호텔 영업도 계속할 수 있을 텐데…?”


이렇게 해서 최초의 ‘옥외’ 엘리베이터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때때로 우리는 생각의 틀에 갇혀서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들도 문제 아닌 문제로 만들어 버린다. 해결의 실마리는 의외로 간단한 곳에 있는데 말이다. 고정관념을 깨고 발상의 전환으로 생각에 날개를 달아 준다면 그 날개는 우리를 어디든지 데려다 줄 것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던 것들에 대해 “왜?”라는 물음과 “어떻게?”라는 물음을 한 번쯤 물을 수 있다면 말이다.

 

영어단어에 ‘인터러뱅(interrobang)’이라는 단어가 있다. 1962년 미국의 광고대행사 사장 마틴 스펙터(Martin
K. Specter)는 ‘의문’과 ‘감탄’을 동시에 나타내는 ‘?!’ 부호를 생각해 냈다. 비록 비공식적 글에서 사용이 되긴 하지만 ‘왜 그래야만 하는데?!’ ‘이렇게 해보면 어때?!’ 와 같이 기존의 틀에 박힌 생각과 세상에 끊임없이 ‘왜?’라는 물음을 던짐으로써 새로운 발견과 감탄의 느낌 ‘!’ 을 만들어가는 재창조의 과정을 아주 효과적으로 잘 나타내주는 혁신적인 단어라고 할 수 있다.


나와 세상을 변화시키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유연한 사고는 바로 이런 인터러뱅의 삶을 계속해 나갈 때 가능할 수 있다. 우리 주변에도 이와 같은 모습들이 많이 있다. 그 중에 한 가지, 예전에 보았던 광고가 기억난다. 멋진 쉐프가 냉장고에서 재료를 꺼내서 몽골의 아이들에게 신선한 연어를, 그린란드의 아이들에게는 몽골의 고기를 요리해주는 광고였다. 추운 지역에는 당연히 냉장고가 별로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단숨에 깨어버리기에 충분한 광고였다. ‘왜, 냉장고는 추운 나라에 팔지 못해? 그럴 이유가 없잖아? 냉장고에 음식을 보관하면 얼지 않는다고!’


이 광고를 생각해낸 기획자도 역시 남들이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것들에 대해 ‘왜?’라는 의문을 가졌을 테고
마침내 참신하고 기발한 ‘!’를 만들어내는 인터러뱅을 실현했다고 볼 수 있겠다.


기회는 멀리 있지 않은 듯하다. 진 웹스터의 ‘키다리 아저씨’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세상은 행복으로 가득 차있고, 가볼 곳도 많으니, 자신에게 찾아 오는 기회를 붙잡기만 하면 되는 거죠. 비결은 바로 유연한 사고에요’

자, 이번엔 바로 당신의 차례다. 주변의 작은 일에도 유연한 사고와 발상의 전환으로 새롭게 관심을 갖는다면,
당신도 인터러뱅의 삶을 살아가는 멋진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