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초고층시대!
초고층빌딩의 안전성과 엘리베이터의 역할
하루가 멀다 하고 세계 곳곳에서 초고층 빌딩의 기록이 경신되고 있다. 이쯤에서 우리는 초고층빌딩에 제기되는 안전 문제점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초고층빌딩에서의 화재 발생 시 취약점과 화재 발생 시 승강기의 역할은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글 이영희(한국승강기대학교 교수)
초고층빌딩, 도시 랜드마크 의미 그 이상의 의미
지금은 랜드마크 시대이다. 그 나라 또는 그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있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미국의 자유의 여신상, 중국의 만리장성, 인도의 타지마할 사원, 이탈리아의 콜로세움 등을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전에는 이것이 앞선 세대가 이뤄 놓은 문화유적과 같은 개념이었다면 언젠가부터는 새롭게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랜드마크가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이름하여 ‘마천루’라고 일컫는 초고층빌딩들이다. 뉴욕을 대표하며 마천루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뉴욕의 엠
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비롯하여,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 대만의 타이페이 101빌딩, 상하이의 진마오 타워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송도의 동북아무역센터, 잠실 롯데월드타워(2016년 말에 완공 예정), 북한에도 건설 중인 류경호텔(공사 중단 상태) 등 전 세계는 경쟁적으로 마천루 건설에 뛰어들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도시 인구 집중화가 가속되고 있는 가운데 현대사회에서 토지이용을 극대화하고, 환경문제, 교통문제 등을 해결하며 가히 놀랄 만한 건설기술의 발전과 맞물려 초고층 건축물의 건설은 랜드마크로서의 의미 그 이상으로 필수불가결한 상황이 되었다.
초고층빌딩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초고층 건축물의 정의는 (1)높이가 50층 이상 또는 200m 이상인 건축물 (2)건물의 밑변과 높이의 비율(세장비) 이 1:5 이상인 건축물 (3)횡력저항시스템의 유무로 판단되는 건축물이라고 국제초고층도시주거협의회(CTBUH: Counclion on Tall Building and Urban Habitat)에서 정의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초고층 건물은 건축법 시행령 제2조 18에 의하면 높이 200m 이상 또는 50층 이상인 건축물을 말한다.
초고층빌딩에서 발생되는 안전상의 문제점에는 바람에 의한 흔들림, 지진에 대한 대응력, 화재 대비 취약점, 항공기와의 충돌 위험성 등을 꼽을 수 있겠다. 그 중에서도 초고층빌딩에서 발생하는 화재는 여러 가지 취약점을 갖고 있다. 지난 2월 두바이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주거용 건물 ‘더 마리나 토치’에서 화재가 발생하였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50층에서 발생한 화재는 거센 바람으로 인해 삽시간에 60여 층까지 불길이 번졌으며, 이에 놀란 입주민 2천여 명이 탈출하고, 인근 빌딩 주민들까지 대피하는 소동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0년 부산 마린시티네 주거용 오피스텔 ‘우신골든스위트’에서 화재가 발행한 적이 있다. 역시 4층에서 발생한 불길이 38층까지 번지는 데에 30여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2012년 개봉한 한국영화 「타워」에서 초고층빌딩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재난의 시작은 초고층빌딩의 상층부에 부는 바람을 무시한 것에서 시작한다. 크리스마스 행사에 헬리콥터를 동원하기로 했으나 건물 상층부에 돌풍이 예상된다고 경고 했음에도 불고하고 무리하게 띄운 헬리콥터가 돌풍에 휘말려 건물과 충돌하면서 영화의 재난은 시작된다. 화재 진압하기 위해 사다리차가 출동하지만 19층까지만 진압이 가능한 것이 지금 현실이다. 건물의 높이에 따라 소화 장비를 사용하는 데 제약이 따른다.
초고층빌딩에서 계단과 엘리베이터는 피난의 통로가 아니고 피해야 하는 첫 번째 통로이다. 계단실이나 엘리베이터 통로는 굴뚝의 역할을 하게 되므로 화재 발생 시 계단을 이용하게 되거나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은 영화속 장면과도 같이 끔찍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화재가 발생하고부터 영화의 장면 속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 있다면 상층부에서 떨어져 내리는 낙하물들이다. 초고층빌딩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낙하물이 지상으로 떨어져 내리는 것은 구조 활동을 위한 접근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초고층빌딩 주변에 2차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 두바이 ‘더 마리나 토치’ 건물 화재 때 인근 빌딩 입주자들이 2차 피해를 우려하여 대피하기도 하였다.
다음으로는 폭렬현상이다. 폭렬 현상은 초고층빌딩에 사용되는 고강도 콘크리트가 화재로 인해 열을 받으면 콘크리트 안에 수분이 폭발하듯 빠져 나오는 현상이다. 폭렬현상으로 철근이 외부로 노출되어 열에 의해 철근이 휘어지면서 화재가 건물의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2001년 전 세계를 충격에 빠지게 했던 사건이 있었다. 자살 폭탄 테러의 공격을 받은 미국 뉴욕의 월드트레이드센터가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린 붕괴의 원인으로 이러한 폭렬현상이 의심받는 이유이다.
엘리베이터에서 해답 찾기
그렇다면 이렇게 초고층빌딩은 화재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것인가? 지금 무너진 월드트레이드센터 자리에 새로 들어서고 있는 ‘3과 4월드트레이드센터’ 건물에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특수 제작된 대피용 엘리베이터를 설치 중에 있다. 뉴욕시도 이 대피용 승강기에 적용할 규정을 마련하고 있는데 승강기가 멈추는 일이 없도록 발전기 용량을 늘고 승강기를 모든 층마다 서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9.11 테러 사건조사에서도 월드트레이드 건물에서 탈출한 근무자들은 엘리베이터 대피를 포함한 탈출에 나섰고 이 때문에 사망자 수와 맞먹는 3천명이 탈출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 되고 있다. _2015년 3월 20일 KBS단신뉴스
해법을 엘리베이터에서 찾고자 한다. 우리나라 및 각 국의 규정들은 화재 시 엘리베이터를 피난의 통로로 사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화재발생시 엘리베이터를 이용한 피난이 많이 언급되고 있다. 먼저 비상용엘리베이터에 대해서 알아보자. 현행 비상용 엘리베이터는 다음과 같은 요건을 만족시켜 설치·운행 되고 있다.
비상용엘리베이터는 화재 시 소화 및 구조 활동에 적합하게 제작된 엘리베이터를 말한다. 건축법 제62조에 높이 31미터를 초과하는 건축물에는 비상용승강기를 추가로 설치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으며 주택건설 기준등에관한규정 제15조(승강기 등)에는 10층 이상인 공동주택인 경우에는 승용승강기를 비상용승강기의 구조로 하여야 한다고 나와 있다. 비상용 엘리베이터는 정전 시를 대비하여 예비전원이 있어야 하며 60초 이내에 전력이 공급되어야 하고, 2시간 이상 작동해야 한다. 비상시 소방 활동 전용으로 전환하는 1차 소방스위치(키 스위치)와 카 및 승강장 문이 열려 있어도 카를 승강시킬 수 있는 2차 소방스위치(키 스위치)를 설치하여야 한다. 또한 카는 비상운전 시 반드시 모든 승강장의 출입구마다 정지할 수 있어야 한다. _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검사기준 요약
여기에 다음과 같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한 인명구조 제안은 설득력을 갖는다. 열과 화염으로부터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피난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승강장을 방화구획하여야 한다. 연기가 승강장 및 승강기로 침입하지
못하도록 승강장 및 승강기에 급기, 가압방식의 제연설비를 설치하여야 한다. 엘리베이터의 피스톤효과 등을 방지하기 위한 튼튼한 엘리베이터 문을 사용하여야 한다. 화재 시 살수된 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승강장이나 기계실 구조, 그리고 습기가 있는 환경에서 사용 가능한 엘리베이터 부품을 사용해야 한다. _초고층빌딩의 현황과 화재 예방 대책에 관한 연구/배기룡
또 한 가지 거론되는 방식은 좀 더 나아가 건물 외벽에 설치하는 대피 및 소화 전용 엘리베이터이다. 엘리베이터 구조상 건물 외부 허공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영화에서 곤돌라를 타고 탈출을 하는 것과 같은 원리로 건물 외벽에 대피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더 많은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기에 다음 기회에 다시 한 번 다뤄보고자 한다.
초고층빌딩에 대한 원고를 준비하며 필자는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초고층빌딩에 살게 된다면 어떤 점이 걱정이 될까?’라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많은 걱정거리들이 쏟아져 나왔다. 고층주상복합건물에 실제 거주하는 지인의 답변은 오히려 간단명료했다. “좋습니다. 보안이 잘 되어있고, 전망도 좋고, 엘리베이터가 빨라서 좋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초고층건물은 인류가 진화하고 발전시켜온 모든 기술의 총아라고 볼 수 있으며 우리나라의 초고층빌딩의 건설 기술력은 세계 최고임을 자부할 수 있다. 앞에서 열거 한 초고층빌딩의 문제점들 역시 최첨단의 기술에 의해 해결에 되었거나 더욱 발전된 해결책을 모색하며 끊임 없이 연구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으로 인해 발생하는 대형사고를 볼 때 인재가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대비되어지길 바란다.
[참고문헌]
1. 고층건물 화재 대비 비상용 엘리베이터 시스템을 형성하는 방법/윤승환
2. 2015년3월20일 KBS단신뉴스
3.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검사기준
4. 초고층빌딩의 현황과 화재예방 대책에 관한 연구/배기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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