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죄 폐지는 불륜의 프리패스일까?
간통죄 폐지 이후, 모 유흥업소에서는 간통죄 폐지 축하 이벤트가 열렸고, 피임기구 제조 회사의 주가가 올랐다는 웃지 못 할 기사가 있었다. 간통죄 폐지가 불륜을 정당화하기라도 한단 말인지, 63년 만의 간통죄 폐지가 갖는 의미를 살펴보자.
글 이은수(법무법인 ‘지우’ 변호사)
간통죄는 도대체 왜 사라진 건가요?
아내가 물었다. 간통죄가 왜 사라진 것인지 변호사인 당신이 설명을 해보란다. 그래서 “간통죄는 때가 되었기 때문에 폐지된 것”이라고 차분히 답해주었다. ‘불륜’은 이미 남녀노소가 즐겨보는 드라마의 단골 소재이다. KBS <사랑과 전쟁>은 시즌을 거듭하며 아직도 인기가 좋다. 그 정도로 우리 사회의 성의식은 충분히 개방적으로 변했다. 이에 따라 과연 간통죄가 ‘규율’로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 많은 의문이 제기 됐었다. 또한 20세기 이후 개인의 자유권이 확대되면서 대부분의 문명국에서 간통은 더 이상 처벌의 대상이 아니게 되었다. 사실 우리나라는 유교문화의 영향 때문인지 비교적 늦게 간통죄가 폐지된 편이다.
간통죄가 폐지됐으니 마음대로 바람 피워도 되는 것인가요?
물론 아니다. 불법은 사라져도 부정은 남는다. 이제는 간통 행위를 형벌로써 처벌을 할 수 없다는 것이지, 부부간의 정조의무 위반은 사회적, 도덕적으로 충분히 비난 받아 마땅하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도, 형벌권을 가진 국가가 굳이 국민들의 이불 속 사정까지 개입하여 2년 이하의 징역(간통죄에는 심지어 벌금형이 없다)이라는 중한 벌을 내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 도덕적 책임까지 면하게 한 것은 아니다. 한편, 간통죄가 폐지됐다 하더라도, 불륜이 중대한 이혼사유 중 하나인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는 점, 그리고 불륜한 배우자는 통상 이혼 시 상대방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점도 변함이 없다.
예전에 간통으로 처벌받은 적이 있는데 이제 저는 무죄인가요?
간통죄는 2008년 10월 30일 마지막으로 합헌 결정을 받은 뒤, 2015년 2월 26일 위헌 결정으로 형법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위헌결정 이후 간통한 사람이 처벌 받지 않는다는 것은 명백한데, 위헌 결정 이전에 간통한 사람도 일거에 구제를 받는 것인지?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먼저 위헌결정을 받은 법률조항의 효력을 살펴봐야 하는데, 원칙과 예외, 그리고 그 예외의 또 다른 예외가 있다. 복잡하지만 한 번 따라가 보자.
① 먼저, 위헌결정으로 결정된 법률조항은 그 결정이 있는 날부터 효력을 상실한다(원칙). 법률조항을 믿고 형성해온 법률관계를 모두 뒤집어 버린다면 큰 혼란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②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은 그 조항이 신설된 때부터 소급해서 효력을 상실한다(예외). 형벌에 따른 처벌은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기 때문에 사회적 혼란을 감수하고서라도 효력을 소급하는 것이다.
③ 그런데, 위헌결정을 받은 법률조항에 대해서 과거에 합헌결정을 받은 경우가 있으면, 합헌결정 받은 날의 다음날부터 효력을 상실한다(예외의 예외). 이에 따라 1953년 이후 간통죄로 처벌받은 약 10만명 중 극히 일부만이 구제의 대상이 되었다.
이제 문제를 풀어보자. 간통죄가 마지막으로 합헌 결정을 받은 2008년 10월 30일까지의 간통행위는 유죄이고, 2008년 10월 31일 이후의 간통행위는 무죄라는 결론이 나온다. 따라서 2008년 10월 31일 이후의 간통행위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이제 재심을 청구할 수 있고, 구치소 또는 교도소에서 복역한 사실이 있다면 형사보상 청구도 가능하다.
그런데, 간통행위는 2008년 10월 31일 이전에 있었는데 간통 유죄판결은 2008년 10월 31일 이후에 확정된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나? 범죄를 저질렀으나 재판 중에 법률이 변경되어 범죄가 아니게 된 경우에는 새로운 법에 따르게 되어있다. 이번 위헌결정으로 2008년 10월 31일 이후에는 간통죄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었으니, 결국 위와 같은 경우 역시 구제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간통으로 해고됐으면 복직할 수 있나요?
공무원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당연 퇴직 조치된다. 간통죄 유죄판결로 퇴직한 공무원이 재심으로 무죄판결을 받은 이후, 공직에 복직할 수 있을까? 처벌을 받은 전력이 사라지면 퇴직처분의 근거가 사라지므로, 원칙적으로 복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단정할 수는 없다. 간통 이외의 다른 혐의는 없었는지, 죄질 정도는 어땠는지 등 사안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간통이 여전히 사회적으로 비난 받는 행위라는 점에서 공무원의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는 점은 위헌결정 이후에도 변함이 없다. 일반 회사의 경우, 공무원과 같은 당연퇴직 규정에 의해 해고된 경우라면 마찬가지의 구제가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회사 내부의 인사규정, 해고의 형태 등 공무원의 경우보다 훨씬 많은 변수가 있을 수 있다. 복직의 희망은 가질 수 있지만, 쉽지 않은 소송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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