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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통해서 보는 엘리베이터, '좋거나 나쁘거나'

 

 

드라마를 통해서 보는 엘리베이터, '좋거나 나쁘거나'

SBS「애인있어요」& OCN「처용」

 

 

 

CF나 드라마에 승강기에 대한 장면이 나올 때면 반갑기 그지없다. 영화 외에 새로운 미디어 속 소재를 다룰 수 있어 좋고, 더 다양한 승강기 이야기를 할 수 있기에 그러하다. 다양한 매체에서 승강기가 자주 등장하는 것은 승강기 보급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며 일상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 하였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승강기 안전을 담당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정확하고 안전에 대해 바른 내용만이 방송을 탔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안타깝게도 실제 방송에서 그렇게 표현되는 것은 매우 드문 일. 이번 호 소재는 TV 드라마에서 찾았다. 두 드라마의 상반된 엘리베이터 장면에 대해 함께 살펴보자.

글 이동희(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서울동부지원장) 사진 SBS, OCN

 

 

SBS 「애인있어요」, 러브스토리의 감초 엘리베이터

8월22일부터 방송되고 있는 SBS주말드라마 「애인있어요」는 기억을 잃은 여자가 죽도록 증오했던 남편과 다시 사랑에(불륜)에 빠진다는 내용(드라마 소개 인용)이다. 1999년 「해피투게더」를 히트시킨 배유미 작가가 야심 차게 준비한 작품으로, 1인2역을 맡은 김현주와 지진희, 박한별 등이 출연하고 있다. 극의 내용은 시작하는 단계라 아직 뭐라 단언할 수는 없지만 2회분에 엘리베이터가 스토리 전개상 매우 중요한 장소로 등장한다. 도해강(김현주 분)의 인간미를 잃은 모습에 실망하여 바깥으로 나도는 최진언(지진희 분)이 연구실 후배 강설리(박한별 분)와 가까워지는 결정적인 장소가 엘리베이터다. 세미나를 준비하던 두 주인공이 우연히 엘리베이터에 갇히게 되고 둘은 격정적 키스를 감행하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광경을 도해강(김현주 분)이 종합상황실에서 CCTV로 목격하게 된다. 왜 하필, 엘리베이터는 두 남녀가 같이 타면 고장이 나는 것일까? 많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이러한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아마도 닫힌 공간이라는 점이 이러한 스토리를 전개할 때 더 설득력이 있어서 그러지 않을까? 닫힌 공간, 2m를 넘지 않는 거리, 어두컴컴함은 두 남녀 사이의 두근거림을 가속할 필요충분조건이다. 하지만 실제에서는 고장이 나
도(전원부 문제가 아닌 이상) 등이 꺼지지 않고 정전에도 비상등이 들어오니 어두움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꿈에도 그리던 이상형과 단 둘이 엘리베이터 안에 갇힌다는 상상은 누구나 한 번쯤 다 해보았을 것이다. 실제 그런 상황을 연출하여 프러포즈를 해서 사랑에 골인했다던 전설적인 이야기도 있긴 하지만 꿈은 꿈이고 현실은 현실이다.

 

또한, 종합상황실의 모습이 정확하게 나오는데,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대부분의 다중이용 시설 및 공동주택의 경우 그러한 종합상황실이 있고, 승강기의 운행상태 및 엘리베이터 내부의 모습이 전부 CCTV로 모니터링 되고 있다. 엘리베이터 내부의 CCTV는 강제적인 사항은 아니다. 하지만 2015년 4월부터 국토교통부의 「범죄예방 건축기준」에 따라 50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의 경우 승강기 내부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OCN 「처용2」, 공포체험의 공간?

 

 

「처용2」는 ‘귀신 보는 형사’라는 다소 이색적인 소재로 CSI의 아성에 야심 차게 도전장을 내밀어 나름 마니아 층을 형성한 수사물 「처용」의 후속 시리즈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오지호(윤처용 역)와 전효성(한나영 역)을 두 축으로 전개하며, 하연주(정하윤 역)를 새롭게 투입했다. 전효성이 귀신 역할로 나오고, 때론 하연주에 빙의되기도 하면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독특한 이야기가 인기의 요인이다. 사건 해결의 논리와 수사과정의 디테일은 CSI에 미치지 못하지만 귀신이라는 이색적인 소재와 접목하여 신선함과 스릴을 동시에 충족시켜주고 있다. 귀신을 보는 능력을 본격적으로 수사에 사용하는 윤처용과 그 주위를 맴도는 학생귀신 한나영 그리고 특수부 동료들, 그들은 일반적으로 풀기 어려운 수사만을 전담하는데 첫 번째 맡은 사건이 오늘의 무대다.

 

 

 

첫회 「비너스:파트1」에서 윤처용과 정하윤이 수사를 하러 의심스런 건물에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데…, 여기에서 돌연 엘리베이터의 이상동작이 나타난다. 드라마에 나오는 장면은 이렇다.

 

두 명의 수사관이 탑승하자 스산한 기운이 돌며 갑자기 흔들리는 엘리베이터, 버튼은 자기 맘대로 불규칙적으로 깜박거리고, 엘리베이터가 급하강 하면서 카 내에 있는 두 형사는 몸이 붕 뜨면서 마치 무중력 상태같이 된다. 윤처용은 안간힘을 쓰면서 벽면 손잡이를 꽉 잡는다. 엘리베이터 가이드 슈에서 불꽃이 일어나며 마치 비상정지장치가 작동되는 듯한 장면이 화면을 비춘다. 그러다가 잠시 후 엘리베이터가 서고 문이 열리는데 엘리베이터는 제 층에 정확히 레벨이 맞아 있다. 마치 귀신에 흘린 듯한 표정으로 두 형사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린다.

 

제상황에서 일어나기 힘든 장면이다.

 

 

「애인있어요」vs 「처용2」, 매우 좋거나 나쁘거나!

엘리베이터가 조연으로 등장하는 것은 나쁘지 않으나 안전기준에 부합되는 올바른 장면들만이 방영되었으면 하는 것이 작은 소망이다. 물론 기획이나 제작자 입장에서는 좀 귀찮은 일들이 많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위의 드라마들에서 보듯이 너무 극단적인 부분만 보여진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러브스토리를 이어주는 장면 혹은 공포의 장소로 표현되곤 하는 ‘매우 좋거나 매우 나쁘거나'로 말이다. 그만큼 엘리베이터가 우리
실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기는 하나, 가급적 사실에 정확하고 아름다운 장면만이 미디어를 통해 계속되길 희망한다. 또한, 엘리베이터가 좀 더 밝고 우리의 실생활에 편리를 주는 아주 유용한 교통수단으로, 그리고 사랑과 정이 듬뿍 넘쳐흐르는 그러한 아름다운 공간으로 그려진다면 더욱 좋겠다. 자동차의 경우 그런 긍정적인 CF나 방송장면이 아주 많지 않은가? 엘리베이터도 그랬으면 좋겠다.

 

 

 

엘리베이터가 주인공으로~ 더 많은 작품에 등장 기대

 

수많은 캠페인과 교육도 중요하지만 미디어를 통해서 파급되는 효과는 지대하다. 엘리베이터가 조연을 넘어 주연으로 더 많은 장면에 등장하였으면 한다. 이왕이면 정확하고 기준에 부합한 안전이라는 내용을 담아서 말이다. 그리고 이제는 엘리베이터 종사자가 등장하는 드라마나 영화도 나오길 바란다. 우리나라의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가 너무 획일화되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건 필자만이 아닐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