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도용 피해
현명하게 대처하는 법
위조된 신분증을 이용하여 명의자 행세를 하거나 명의자의 허락 없이 대리인으로 행세하여 함부로 휴대전화를 개통하는 것과 같은 이른바 명의도용의 피해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명의도용 휴대전화, 명의도용 대출, 명의도용 웹페이지 회원가입의 사례를 통해 명의도용 피해에 대한 현명한 대처법을 살펴보자.
글 이은수(법무법인 ‘지우’ 변호사)
사례1
A는 대출이 가능한지를 알아봐준다는 모 업체의 제안에 신분증 사본과 통장사본을 업체 직원 B에게 팩스로 보냈으나 실제로 대출을 받지는 않았다. 그런데 몇 달 뒤 A는 통신사로부터 통신요금, 단말기 값, 소액결제요금 등 500만원을 청구하는 고지서를 받게 되었다. 사실 위 휴대전화는 B가 A의 신분증 사본과 통장사본을 이용해 A의 대리인으로 행세하여 개설한 것이었다.
위 사례에서 이동통신사는 “나는 당연히 명의자인 A와 계약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A에게 휴대전화 요금을 청구할 것이고, A는 “나는 명의도용의 피해자이니 요금을 낼 수 없다”고 맞대응할 것이다. 그리고 보통 이런 경우 B는 잠적하고 보이지 않는다. 이때 A가 통신사에 요금을 납부해야 하는지는 ‘통신사가 제반사정을 고려해서 합리적으로 판단하였음에도 A를 계약당사자로 생각했을지 여부’에 달렸다. 즉, 통신사가 B가 제출한 서류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도 B가 A의 대리인이라고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면 통신사도 B에게서 속은 피해자이므로 마땅히 보호해주어야 한다. 이때 A는 억울하더라도 일단 통신사에 요금을 납부하고, B를 찾아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
그런데 2014년 4월 전기통신사업법의 개정으로 통신사들에게 ‘본인확인 의무’가 부과되었고, 2015년 4월부터는 부정가입방지시스템이 도입되어 통신사가 행정자치부, 경찰청에 신분증의 진위확인을 요청하면 진위에 대한 결과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법의 개정으로 인해 A와 같은 억울한 사례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과거 전기통신사업법에는 휴대전화 개통 시 본인여부 확인 의무가 빠져있어 가입절차가 허술했다. 그러나 본인확인 의무를 부여한 개정법에 따르면 통신사가 주민등록증 등으로 본인확인을 하지 않거나 대리인에게 대리권이 있는지 여부를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으면 A에게 요금을 청구하기는커녕 오히려 A에게 손해배상을 해주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위 사례에서 A는 휴대전화 개설 시 대리권 확인도 본인확인에 준하여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통신사가 단순히 A의 신분증 사본과 통장사본만 가지고 B를 A의 대리인으로 단정하였음을 지적하며 요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또한 B가 누군지 확인할 수 있다면 사기죄로 형사 고소도 할 수 있다. 참고로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의 ‘M-safer 서비스’에 가입하면 휴대전화 개통 시 본인 명의의 모든 휴대전화로 문자서비스가 제공되므로 명의도용 사기에 좀 더 빠르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사례2
C는 나쁜 마음을 먹고 D의 주민등록증을 훔쳐 정교하게 위조한 다음, 저축은행에 계좌를 개설하면서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았고, 이 인증서를 이용해 대부업체 홈페이지를 통해 500만원의 대출을 받았다. 몇 달 뒤 D는 대부업체로부터 알지도 못하는 대출 연체 사실을 통보 받게 되었다.
최근 위와 유사한 수법의 대출사기가 반복하여 발생하고 있다.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은 ‘금융기관용 신분증 진위확인 통합서비스’가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허점을 이용하여 정교하게 위조된 신분증을 이용해 사기범행을 벌인 것이다.
현행법상 D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대부업체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즉, 대부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여 ‘D는 주민등록증을 위조 당한 피해자이므로 대부업체에 채무를 이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법원으로부터 확인 받는 것이다.
부정하게 발급 받은 공인인증서를 이용하여 제1금융권, 제2금융권에서 돈을 인출해가는 식의 사고가 났을 경우에는 전자금융거래법 제9조에 따라 금융기관이 책임을 질 여지가 크지만 대부업체와 같은 제3금융권 사고의 경우 현행법상 피해자를 보호하는 장치가 없다. 위조 피해자가 소액의 피해를 구제받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소송을 진행한다는 것도 큰 부담이지만 반드시 승소한다는 보장도 없다.
앞서 살펴본 통신사 사례와 같이, 대부업체가 제반사정을 고려해서 합리적으로 판단하였음에도 D를 계약당사자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면, 대부업체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있다.
사례3
E는 한 포털 사이트에 가입하려고 했는데, 누군가가 E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로 가입한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주민등록법 제37조 제10호는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부정사용한 자’를 처벌하고 있다. 과거에는 주민등록번호를 부정하게 사용하여 부정한 이익을 취해야만 처벌이 가능했으나 법 개정으로 이익을 취하지 않아도 처벌이 가능하게 되었다.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지만 피해가 심각하지 않다면 벌금형으로 종결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누가 E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했는지 증거확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처벌을 원할 경우, 곧바로 탈퇴하지 말고 상대방이 본인의 명의를 도용하여 어떤 행동을 했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수사기관에 고소한 뒤 IP 추적 등 협조를 요청하여야 한다. 참고적으로 본인이 모르는 사이에 가입되어 있는 웹사이트가 있는지는 주민등록번호 클린센터(https://clean.kisa.or.kr)를 통해 확인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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