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안전 스토리텔링 공모전 장려상 당선작
사랑과 소통의 공간 - 이혜경
지난 해 ‘2014 승강기 안전의 날’을 기념하여 진행된 ‘승강기안전 스토리텔링 공모전’에서 수필 부문 장려상 수상작 <사랑과 소통의 공간> 이혜경 씨의 작품 전문을 소개한다. 이 글 통해 더욱 안전한 승강기 이용을 생활화하는 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 글 / 편집부
승강기 버튼을 누르며 기다려주는 낯익은 모습들이 포근하고 정겹기만 하다.
“고맙습니다.”
웃으며 인사하는 나를 13층에 사는 할머니가 반갑게 맞으신다.
“어서 와요. 직장 끝나고 퇴근하는 길인가 보네.”
“네에~. 시장 다녀오세요?”
“오늘 마트에서 세일하잖아. 야채들이 참 싱싱하고 좋더라고.”
“어머, 몰랐는데…. 저도 얼른 다녀와야 겠네요.”
“직장 다니랴, 살림하랴 힘들지? 그래도 잘 웃고 씩씩해서 참 보기 좋아.”
“감사합니다.”
어느새 승강기가 선다.
“편안히 올라가세요.”
인사를 하고 다정한 모습을 뒤로 하는데 가슴이 참 따스해진다.
결혼을 하고 도회지에서 살아가게 된 나는 아파트의 차가운 정서가 참으로 슬프기만 했다. 따뜻한 정이 오가던 시골의 정겹고도 자애로운 모습들이 그리웠다. 네모나고 딱딱한 공간에 사는 사람들은 정이 없었고 그 시선도 두렵기만 했다. 어느 순간, 나도 누군가를 마주치면 고개를 숙여 버렸고 옆집 사람들과도 어색하기만 했다. 직장에 나간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냉정함을 유지하는 그런 사람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도시 안에도 사랑이 있고 소통과 대화를 그리워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승강기라는
작은 공간에서 서로 따스함을 나누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함께 공유한 감정들과 깨우침은 나를 변하게
했고 다른 사람 또한 변화시켰다.
이제는 한 공간에서 이웃들과 서로 인사를 하고 지내다 보니 어느 층에서 누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대충은 알 수 있는 내가 되었다. 그리고 모두가 위로하고 위로 받으며 따스한 정을 필요로 한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사각의 딱딱한 아파트에서 승강기는 사랑과 소통의 작은 공간으로서 톡톡히 한 몫을 하고 있다. 그 안에서 정
보도 얻고 서로의 소식도 주고받으며 가슴을 열어가고 있다.
우리 아파트의 모든 정보는 다 승강기 안에 담겨있다. 수도관 청소, 가스 점검, 전기 검사, 알뜰 장, 주차장 청
소, 병원, 도서관 정보… 등등 각종 소식들이 승강기 안에서 손짓을 한다. 언제 물이 단수가 되는지, 아파트
전체 청소는 언제인지를 승강기는 고스란히 알려준다. 때로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불만이 있거나 주민들에
게 부탁하고 싶은 것들도 승강기 안에 붙여 놓으면, 서로 댓들을 달아 주기도 하고 해결책을 내 놓으면서 고
민을 함께 나눈다.
이렇게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이 민주적이고 긍정적인 탓에 우리 아파트는 평화롭고 아름답다. 이 모든 것
들이 다 고마운 승강기 덕분이다.
지난 해 겨울, 승강기가 갑자기 고장이 났었다. 몇 층에 멈추어 있는지 불도 꺼져있고 죽은 듯이 서 있는 승강
기를 보면서 주민들은 추운 곳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애를 태웠다. 관리실에서는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하는데 10층 이상 사는 분들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20층에 사는 아가씨는 아예 올라가지도 못하고 조바심을 내며 안타까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15층에 사는 어떤 분은 가스에 불을 켜 놓고 나왔다며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 뒷모습은 한숨으로 채워졌고 헉헉 거리는 소리가 귓속을 맴도는 것만 같았다.
피자를 배달 온 아저씨는 고객을 위해 11층까지 뛰다시피 올라갔다. 승강기는 여전히 말 없는 침묵 속에서 우리를 바라보고만 있었고 모든 것들이 혼란스러웠고, 참으로 정신이 없었다. 한참을 기다렸는데도 수리 업체 도착시간이 좀 더 늦어진다는 관리실의 연락을 받았다. 다른 곳에도 승강기의 고장이 많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한숨을 내쉬며 안절부절 했다.
마침내 수리하는 분들이 도착했지만 승강기를 고치는 시간은 한참을 소요했다. 우리 아파트는 오래된 건물이라서 승강기 또한 건물을 닮아 낡았을 것이다. 주민들은 답답한 시간 속에서 고치는 광경을 지켜보며 가슴을 조였다.
드디어 승강기가 고쳐지고 불이 들어오는 순간, 우리는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그렇게 기쁘고 고마울 수가 없었다. 어떤 아저씨는 박수를 쳤고 어떤 할아버지는 승강기를 어루만지며 대견해 하셨다. 승강기가 생명이 있는 존재인양, 우리는 승강기의 온전한 모습을 마냥 고마워했고 승강기의 소중함을 깨닫는 하루가 되었다.
“오래된 아파트라서 승강기도 자주 고장이 나네요. 좀 더 조심이 쓰고 안전에 유의해야 할 것 같아요.”
“그래요. 승강기가 더 이상 고장 나지 않도록 서로 신경 쓰도록 합시다.”
우리는 모이면 승강기에 대해 입을 열었고 혼자 탈 때는 꼭 누가 오는지 잠시 기다리고 살펴본 다음에 올라가자고 약속을 했다. 낮은 층은 계단을 이용하고 높은 층은 다른 사람과 함께 타면서 승강기의 사용 횟수를 줄이자는 의견도 나왔고 모두가 호응했다.
어린 아이들을 보면 승강기의 바른 사용법을 웃으면서 설명도 해주었고, 행여 두드리거나 몸을 부딪치는 아이가 있으면 승강기를 아끼고 사랑해야 함을 주지시켜 주기도 했다. 한 번이라도 덜 이용하고, 오래 오래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우리 주민들이 해야 할 것들을 신중하게 의견을 내 놓기도 했다.
그 이후 지금까지 승강기는 고장 난 적이 없다. 우리가 아껴 쓰고 소중히 여긴 만큼 승강기도 더욱 편안하고 안전한 모습으로 우리를 맞을 것이다. 말 없고 죽은 생명체가 아닌, 우리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하고 소중한 존재로서 해야 할 일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참으로 유용한 승강기, 그 소중한 승강기가 오래오래 우리와 함께 할 수 있도록 그 존재가치를 높여주어야겠다. 오랜 시간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고 어울리고 봉사하고 인내하는 승강기, 비록 우리 인간이 만든 기계일지라도 생명을 실어 나르면서 얼마나 긴장하고 얼마나 조심스러울 것인가. 그 안에 깃든 사랑을 생각하면서 조금 더 아껴주고 조금 더 배려해주어야겠다. 오래오래 우리와 함께 할 수 있도록 건강하고 아름다운 승강기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하겠다.
시장을 다녀온다. 두 손에 가득 든 식품을 승강기안에 턱 올려놓는다. 말없이 웃으면서 집까지 운반해주는 승강기가 참으로 미덥고 든든하다.
“덕분에 편안히 집까지 왔네. 고맙다. 승강기야.”
집안으로 들어오는 길, 마음 가득 승강기에 대한 사랑으로 따스한 미소를 보낸다.
‘고마운 승강기…. 아프지 마. 항상 건강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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