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양기, 시커먼 갱도 속에서 아버지의 사랑을 퍼올리다
국제시장
대한민국 현대사의 중요한 사건을 종으로 관통하며, 아버지의 의미와 역할, 헌신 등에 대한 화두를 관객들에게 던지면서 진한 울림을 주고 있는 영화 「국제시장」. 올해 사상 첫 1,000만 관객의 기록을 세우게 될 것으로 기대되는 이 영화는 독자 상당수가 보았을 것으로 생각되니 영화 속 승강기 장면을 더욱 흥미롭게 이야기할 수 있을 듯하다.
■ 글 / 이동희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서울동부지원장) ■ 사진 / 무비스트
아버지들에 대한 헌사, ‘위대한 우리들의 아버지’
황정민(덕수 역)과 오달수(달구 역) 투톱과 글로벌 배우 김윤진(영자 역)을 내세운 윤제균 감독의 최신작 「국제시장」. 영화는 한국전쟁 당시 흥남 철수 작전의 메러디스 빅토리 호 이야기, 외화벌이를 위해 독일에 광부간호사가 파견된 사건, 월남전 참전, KBS 이산가족 찾기 운동 등의 에피소드를 통해 가족들에게 무한 헌신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눈물 나게 그려냈다.
윤제균 감독의 인터뷰에서 ‘이 시대를 먼저 살아가며 고생하고 헌신한 자신의 아버지를 그리며 영화를 제작했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어느 누가, 진보와 보수를 논하며, 이 영화를 보수영화라고 폄하하고 있나? 물론 현대사의 아프고 어두우며 굴곡진 역사가 모두 담겨져 있지 않으니 그런 오해가 있을 법하다. 하지만 영화 속의 에피소드는 아버지의 역할과 의미를 감동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적절하게 골라내어 구성된 것이라 여겨진다.
이념적인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그저 영화에 몰입해보자. 현재 아버지로서 살아가며, 전 시대를 살아간 아버지를 모시며 살고 있는 우리네 모두가 꼭 봐야 할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 먹먹해지는 여운과 감동이 있으니 손수건은 꼭 지참하도록 권한다. 영화에서의 감동적 대사처럼 우리네 아버지들의 마음이 다 이와 같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는 그래 생각한다. 힘든 세월에 태어나가 이 힘든 세상 풍파를 우리 자식이 아니라 우리가 겪은기 참 다행이라꼬’
영화 속 갱도 내 권양기 국내에도 있다?!
이 영화에서 엘리베이터는 어디에 나올까? 주인공 덕수가 서독 광산에서 갱도 내로 진입할 때 탑승하는 권양기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권양기는 엘리베이터의 원리와 형태를 하고 있으나 법률적인 분류로 승강기는 아니다.
한편, 이와 유사한 권양기가 우리나라에도 설치되어 있고 운영 중이다. 대한석탄공사의 장성광업소에 그 주인공이 설치되어 있는데, 사람이 타는 것을 케이지(Cage), 석탄이나 자재를 옮기는 것을 스킵(Skip)이라 부른다. 승강기와 같은 기능을 하지만 명칭은 ‘권양기’라 부른다. 아쉽게도 이곳에 설치되어 있는 케이지는 영화와는 달리 지하 갱도에서 갱도를 오가는 것이기에 사진은 스킵에 관련된 것만 실어 본다.
스킵은 속도가 무지 빠르다. 국내에 설치되어 있는 수직이동 수단 중 가장 빠르다. 최대속도가 13.5m/s(비공인 국내신기록이다)이고 운행거리는 거의 1,000m에 육박한다. 1회 운반용량도 34ton으로 화물용 치고는 꽤 용량이 큰 편이다. 케이지는 최대 117명 까지 탈 수 있고 속도는 7m/s이며 로프 굵기는 38㎜다.(자료제공: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
인상적인 단역들의 배치
이 영화는 눈물샘을 자극하는 영화다. 하지만 영화 중간 중간에 쉬어가는 틈을 준다. 구두를 닦는 덕수(황정민 분)에게 조선소 건설에 대한 꿈을 얘기하는 정주영, 옷감을 찾으러 와서 천에 수를 놓는 영감을 얻은 앙드레김, 식당에서 밥을 먹던 씨름 천재 이만기, 월남전에서 등장한 남진 등 작위적인 설정 등에 개연성은 떨어지나 가볍게 웃고 갈 수 있는 징검다리를 만들어 주었다.
특히, 특별출연한 유노윤호의 남진연기가 일품이었고, 왜 주인공이 나훈아보다 남진을 더 좋아하는 지의 이유가 명확하게 나온다. 이런 단역들을 맛깔 나게 배치한 것도 보수적 요소라고 시비를 건다면 어쩔 수가 없다. 영화는 영화다. 또한 얼마 전에 성황리에 막을 내린 케이블 드라마 「미생」의 성대리(태인호 분)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무슨 역으로 나오는지는 알아서 찾아보도록.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종으로 훑어본 영화
우선 이 영화의 전문가 평점과 관람객 평점의 갭이 심하게 드러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다루어진 사건들의 편향성 때문에 벌어진 난센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나타내고자 하는 주제는 ‘아버지’다. 그 ‘아버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스토리를 꿰맞추다 보니 흔히 진보의 시선에서 보수적인 사건만 그럴듯하게 포장한 보수용 영화라는 편견이 들어 버린 것 같다. 너무 억측이다.
영화는 아버지로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가장과 그런 상황에서 가장 쉽게 벌 수 있는 에피소드를 연결하다 보니 서독 광부나 월남전 이야기를 끼어 넣었다고 본다. 이산가족찾기는 잃어버린 막순이에 대한 의무와 아버지의 마지막 부탁을 지키지 못한 주인공이 그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 아니었나 싶다. 하여튼 이념의 논리로 영화를 보지 말고 가슴으로 느껴보자. 그렇다면 후한 평점이 나올 것이 분명하다.
1억 관객 달성 배우 오달수, 조연이기에 위대하다
오달수는 한국 영화 최초로 누적 1억 관객을 돌파한 주인공이 되었다. <국제시장>의 흥행에 덧입은 결과다. 누적 1억 관객 돌파 기록은 어느 주연도 기록하지 못한 전무후무한 기록이라 더욱 가치가 있다.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꾸준하게 작품 활동을 한 결과로 풀이된다. 천만 영화「도둑들」「7번방의 선물」「변호인」 등의 주요 조연뿐 아니라 「조선명탐정」및 이달의 영화 「국제시장」에서는 투톱으로 활약하고 있다. 오달수의 1억 관객 달성은 조연으로 시작하여 이뤄낸 쾌거라 더 빛난다. 모든 사람이 주연으로 사는 삶을 갈구하고 있지만 세상은 주연, 조연, 단역들이 어우러지며 굴러가는 것이다. 전부 주연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조연이든, 단역이든 최선을 다해 진력한다면 언젠가 나는 내 인생의 주연이 되어 있는 것이다. 오달수의 기록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를 돌아보게 하는 맛깔스런 대사
주인공의 독백이 마치 내 얘기인 것처럼 오버랩 되는 순간엔 어떤 강한 남자도 눈물을 훔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다.
“아버지 내 약속 잘 지켰지예. 이만하면 내 잘 살았지예. 근데 내 진짜 힘들었거든예”
“당신 인생인데, 그 안에 왜 당신은 없냐구요”
'지난호 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전스위치와 안전브러시 설치 (0) | 2015.02.10 |
---|---|
동일한 공간 내 구동기와 제어반 설치 (0) | 2015.02.10 |
승강로 측부나 후부에 비상문 설치 가능 여부 (0) | 2015.02.10 |
누리엔지 엔지니어링 - 국내 TOP3 꿈꾸는 엘리베이터 신흥 강자 (1) | 2015.02.10 |
승강기, 선택이 아닌 필수인 사람들 (0) | 2015.02.03 |
사랑과 소통의 공간 - 이혜경 / 승강기안전 스토리텔링 공모전 장려상 당선작 (0) | 2015.02.03 |
현대엘리베이터 '어린이 꿈 위한 동행' (0) | 2015.02.03 |
승안원, 승강기 사고 피해자에 후원금 전달 (0) | 2015.02.03 |
우연인듯, 우연아닌, 우연같은 행운 세렌디피티 (0) | 2015.02.02 |
전국 민속마을을 찾아서 (0) | 2015.0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