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 선택이 아닌 필수인 사람들
지난 연말 12월 22일 서울 시내 11개 지하철역에서 ‘진격의 리프트’라는 궐기대회가 열렸다.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해달라는 요구였다. 출퇴근길에 매일 이용하는 지하철이지만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새벽같이 나와야 한다는 그들, 그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 글 / 김순남(시민기자)
리프트, 사고는 줄었지만 심리적 불안과 불편 여전
코끝 시린 추운 날씨에 눈발까지 흩날리던 어느 월요일, 대흥역 2번 출구에는 휠체어를 탄 한 장애인이 멈춰서 있다. 휠체어 앞뒤로 매달린 작은 팻말에는 ‘만들자, 엘리베이터’, ’나는 리프트가 싫어요’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계단 아래 지하철 역내에서는 리프트를 탄 장애인이 막 출구로 올라오고 있다. 그 역시 휠체어 앞 뒤에 ‘리프트는 위험! 안전한 엘리베이터 Good!!’, ‘대흥역에 엘리베이터를!!’ 이라는 문구의 팻말을 매고 있다. 이들은 가온장애인자립생활센터 오상만 소장과 회원으로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광엘모(광화문역 엘리베이터 설치 시민모임), 서울지역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회원들이 함께 모여 ‘진격의 리프트’ 퍼포먼스에 참여 중이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서울 시내 모든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해달라는 것. 리프트는 느리고 위험하며 무섭다는 의견이다. 2001~2002년 지하철 리프트를 이용하던 장애인이 떨어져 숨지는 사고가 잇달아 일어난 뒤, 휠체어 장애인들에게 지하철 리프트는 ‘공포’의 대상이다. 최근 5년 내 일어난 휠체어리프트 사고는 2009년 경사형 리프트 3건과 2012년 수직형 1건으로 총4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이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이를 이용하는 이들에게 리프트는 엘리베이터에 비해 여전히 불안하고 불편한 이동수단이다.
난간 하나에 의지해 가파른 계단 위를 떠서 오르는 기분은 경험해 보지 않고도 그 긴장감이 전해진다. 또한 아주 천천히 올라가는 리프트 옆으로 비켜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그들이 출퇴근 시간을 피하게 되는 이유다. 운행 중 고장이라도 나면 허공에 매달린 채 수 분에서 수십 분을 기다려야 한다.
서울 시내 지하철 18개역 엘리베이터 설치 불가
지하철역에서 장애인이나 노인 등 교통약자가 지상에서 대합실을 거쳐 지하철 승강장까지 하나의 동선으로 움직일 수 있는 체계는 ‘1동선’이라고 한다. 서울도시철도공사에서 운영하는 지하철 5·6·7·8호선의 서울시내 지하철역 중 1동선이 확보되지 않은 역사는 27곳이다. 이중 현재 엘리베이터를 설치 중인 3개 역(동대문역사문화공원·을지로4가·약수역)을 제외하면 24개 역은 1동선이 어려운 역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도시철도공사는 ‘1동선 미확보역사 승강편의시설 설치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용역’을 발주·시행하였는데 24개역 중 6개 역(마장·보문·복정·상수·수진·효창공원역)만이 승강기가 설치가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한다. 엘리베이터 시설 부지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승강기 설치가 불가능한 나머지 18개 역(광화문·까치산·강동·상일동·마천·종로3가·구산·새절·대흥·상월곡·봉화산·건대입구·고속터미널·남구로·광명사거리·수락산·청담·남한산성역)에서는 여전히 이날 대흥역에서 지켜본 그 불편하고도 긴장감 돌던 이동을 감수해야 하는 것.
2001년 1월 오이도역 장애인 추락 사고를 계기로 장애인이동권 운동이 가속화된 이래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는 등 많은 개선이 이뤄졌지만 우리 사회의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등의 교통약자들은 아직도 당연하게 누려야 할 이동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엘리베이터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사람들, 이들에겐 엘리베이터 없는 18개의 지하철역은 피하고 싶은 역일 수밖에 없다. 지하철역 엘리베이터 외에도 시내저상버스 등의 확대 도입으로 교통약자 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지난호 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근린생활시설 내 엘리베이터의 이탈방지장치 의무 설치 외 (0) | 2015.02.10 |
---|---|
안전스위치와 안전브러시 설치 (0) | 2015.02.10 |
동일한 공간 내 구동기와 제어반 설치 (0) | 2015.02.10 |
승강로 측부나 후부에 비상문 설치 가능 여부 (0) | 2015.02.10 |
누리엔지 엔지니어링 - 국내 TOP3 꿈꾸는 엘리베이터 신흥 강자 (1) | 2015.02.10 |
국제시장 / 권양기, 시커먼 갱도 속에서 아버지의 사랑을 퍼올리다 (0) | 2015.02.03 |
사랑과 소통의 공간 - 이혜경 / 승강기안전 스토리텔링 공모전 장려상 당선작 (0) | 2015.02.03 |
현대엘리베이터 '어린이 꿈 위한 동행' (0) | 2015.02.03 |
승안원, 승강기 사고 피해자에 후원금 전달 (0) | 2015.02.03 |
우연인듯, 우연아닌, 우연같은 행운 세렌디피티 (0) | 2015.0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