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들려주는 생활법률 이야기
상속포기
평범한 소시민이 어느 날 어마어마한 재산의 상속자로 밝혀지면서 인생역전이 이루어지는 이야기는 종종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가 된다. 이는 복권당첨만큼이나 꿈꿔볼 만한 기분 좋은 상상이다. 하지만 ‘상속’이라고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이번 호에서는 ‘상속포기’에 관한 법률 이야기를 해보자.
■ 글 / 이현곤 (법무법인 ‘지우’ 대표 변호사)
포기 없으면 자동으로 승인되는 상속
부모로부터 많은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는 행운이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일이겠지만, 현실에서는 재산보다 빚을 물려받는 경우도 많다. 우리 사회에 채무의 상속문제가 크게 부각된 것은 IMF 이후부터로 추정되는데 IMF 이전 은행들은 무작위 대출로 부실을 자초하여 거액의 공적자금이 투입되었다. 또 신용사회가 도래하면서 우리는 특별한 담보 없이도 신용카드를 발급받고 신용대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상속과 관련한 줄소송을 야기하였다. 먼저 금융기관은 채무자에게 소송으로 대출금반환을 요구하는데 그때 채무자가 사망하였으면 상속인들에게로 피고의 지위가 승계된다. 상속인들이 법원에 상속포기신고를 하여 수리가 되면 상속채무는 다시 후순위상속인으로 승계된다. 그러면 다시 상속포기가 이어지고 이러한 과정은 상속인이 될 사람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을 때까지 진행되는 그런 상황이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상속포기의 시점을 놓친 불행한 상속인들이 생기게 되었는데 이러한 상황은 그 정도는 약해졌지만 오늘날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그래서 상속과 관련된 법적 지식은 이제 일반인들도 반드시 알아야 하는 필수적인 법률상식이 되었다. 상속의 승인은 포기가 없으면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일반인이 알아야 하는 기초지식은 오히려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에 관한 것이다.
‘상속 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 신고
상속포기는 상속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표시이고 한정승인은 상속받은 재산의 범위 내에서만 상속채무를 부담하겠다는 의사표시이다. 그 의사표시는 법원에 신고를 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상속인은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신고를 하여야 하는데, 상속포기에서는 기간이 매우 중요하다. 이 기간이 지나면 상속포기를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이란 1순위 상속인에게는 '피상속인이 사망한 사실을 안 날'을 의미하고, 후순위 상속인에게는 ‘자신이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을 의미한다. 상속재산 중 자산보다 채무가 더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날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데 이 경우에는 '특별한정승인'을 신청하여야 한다.
상속인은 위 기간 내에 가정법원에 상속포기신고서를 제출하면 된다. 가정법원은 상속포기신고서가 제출되면 이를 심사하여 상속포기를 수리하는 심판을 한다. 상속인이 될 수 있는 사람은 (1)피상속인의 배우자, (2) 직계비속, (3) 직계존속, (4) 형제자매, (5)4촌 이내의 혈족이다. 즉, 4촌까지 순차적으로 상속인이 된다. 선순위 상속인이 상속포기를 하였다면 후순위자가 상속인이 되므로 순차적으로 상속포기를 해야 한다.
법 몰랐다는 이유는 통하지 않아
예전에는 상속인의 지위가 이렇게 순차적으로 승계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자신들만 상속포기를 하여 어린 손자, 손녀가 상속채무를 떠안게 되는 불행한 사례가 드물지 않았다. 실례로 채무가 많은 조부가 사망하자 그 처와 아들, 딸이 상속을 포기하였는데, 어린 손자, 손녀에 대하여는 상속포기를 시키는 것을 잊어버렸다. 그러자 은행에서는 후순위 상속인이 된 손자, 손녀를 상대로 조부의 채무를 갚으라며 소송을 제기하였다. 아들과 딸들은 그때서야 손자, 손녀의 상속포기신고를 하였으나 1심, 2심 법원은 상속포기신고는 기간이 이미 도과하여 효력이 없다는 판결을 하였다. 이 사건이 상고되자 대법원에서는 많은 고심을 거듭하다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손자, 손녀의 상속포기의 효력을 인정하는 판결을 하였다.
“일반인의 입장에서 처와 자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 손자녀가 상속인이 된다는 사실까지 안다는 것은 이례에 속한다. 따라서 이와 같은 정에 의해 피고들이 상속인이 된 이 사건에 있어서 자신이 상속인이 된 사실을 알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대법원 2005.07.22. 선고 2003다43681 판결)”
당연한 말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법전문가의 입장에서 보면 이와 은 이유는 매우 놀랍다. 왜냐하면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법을 몰라서 그랬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 판결에는 린 자녀들에게 채무가 상속되어서는 안 되도록 해야 한다는 재판부의 고심이 담겨 있다고 생각된다. 법원은 가끔 따뜻한 판결을 선고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사정이 지금까지도 계속 받아들여질지는 의문이다.
상속포기가 효력을 발생하면 상속인으로서의 권리와 의무가 소멸한다. 상속포기는 이와 같이 상속인으로서의 모든 권리와 의무가 번에 정리되는 장점이 있지만 후순위 상속인으로 상속채무가 계되므로 친족들 간에 다툼이 발생할 여지가 많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한다면 상속포기가 아닌 한정승인의 방법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상속포기에 관한 구체적인 절차는 필자의 블로그(http://blog.naver.com/abburoad)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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