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력 넘실대는 태백의 가을
덥지도 춥지도 않은 더없이 좋은 계절, 바야흐로 가을이다. 벌써 나뭇잎들이 하나 둘 물들기 시작했다. 가을꽃들도 지천이다. 이번 달에 가볼 곳은 강원도 태백, 제천-영월을 거쳐 태백으로 들어가는 길은 우리나라 산수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마을을 휘감아 도는 물길, 산길, 들길에서 싱싱한 생명의 냄새가 가득 묻어난다.
■ 글 / 김초록 (여행작가)
travel tip
가는길: 대영동고속도로 만종 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제천 나들목으로 빠져 38번국도를 타고 영월·정선을 거쳐 두문동재 터널을 지나 태백시로 간다. 맛집(지역번호 033): 연탄불에 구워먹는 한우 갈비살이 유명하다. 태성실비식당(552-5287), 태백실비식당(553-2700) 등. 전골처럼 국물이 있는 닭갈비도 별미다. 승소닭갈비(553-0708), 김서방네닭갈비(553-6378) 등. 고등어, 갈치찜을 내놓는 초막고갈두(553-7388)와 강산막국수(552-6680)도 제법 알려져 있다.
태백 여행은 홀어머니와 아들 삼형제의 전설이 어린 ‘용담’에서 시작한다. 용담은 제천에서 영월을 거쳐 태백산 자락을 끼고 태백 시내를 우회하는 31번 국도변 청원사 경내에 있다. 용담은 투명하다 못해 푸른빛까지 돈다. 석회암층을 뚫고 언제나 차가운 물을 뿜어내는데, 용담의 물은 한국 100대 명수의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손을 담그면 그 찬 기운이 뼛속까지 스며든다. 용담 인근에는 태백산이 우뚝 버티고 서 있다. 산 들머리의 석탄박물관은 탄광 종사자의 삶과 석탄산업의 발자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산 학습장이다. 태백산 산행은 여러 코스가 있지만 당골에서 망경사를 거쳐 천제단~당골(4시간 30분)로 하산하는 길이 가장 일반적이다.
낙동강이 시작되는 황지못
태백 시내로 간다. 시내 한복판에 있는 황지못은 520㎞에 이르는 낙동강 발원지. 못에서는 하루에 2천~ 3천t 가량의 물을 내뿜는다. 황지는 세 개의 못으로 이루어져 있다. 맨 위 못은 본래 황부잣집 터였다고 한다. 가운데는 방앗간터, 그리고 그 아래 작은 못은 뒷간터였다는데, 유래야 어떻든 황지 물의 온도나 물맛은 시원하기 이를 데 없다. 황지의 옛 이름은 ‘하늘 못’이란 뜻의 천황(天潢)이었다고 한다. 지금 이름, 황지(潢池)는 세월이 지나면서 바뀐 것이다. 못 옆에는 ‘낙동강 천삼백리, 예서부터 시작되다’란 문구가 커다란 자연석에 새겨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해발 855m)에 있다는 추전역(태백시 화전2동)과 용연굴도 태백 여행에서 빠질 수 없다. 월 평균 10만t 가량의 무연탄이 이곳 추전역을 통해 전국 각지로 운송된다. 그에 비해 승객은 아주 적어 조용하기 이를 데 없다. 이따금 여행객들이 타고 내리지만 손에 꼽을 정도다. 고지대에 자리한 역이라 10월 초면 난로를 피워야 할 정도로 연 평균 기온이 국내 역 가운데 가장 낮고 겨울에는 적설량이 유난히 많다. 추전역에서 서쪽 약 500m 지점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4,505m) 정암굴(기차굴)이 있다. 굴을 뚫는데만 4년이 걸렸다고 한다. 태백은 추전역을 포함해 모두 8개의 기차역을 두고 있다.
백두대간의 주봉인 금대봉 능선 깊은 곳에 뚫려있는 용연동굴. 높은 지대에 있다 보니 전동차가 주차장에서 동굴까지 관광객들을 실어 나른다. 약 3억~1억5천만 년 전에 생성된 이 굴은 길이가 843m에 이르고 동굴 내부에는 다양한 석순과 종유석이 눈길을 끈다. 동굴 중앙의 대형광장과 리듬분수도 신비롭긴 마찬가지.
태백 시내에서 봉화 가는 길로 20분쯤 달리면 구문소가 모습을 드러낸다. 구문소는 강물이 커다란 바위를 뚫고 물길을 낸 모습이 볼만하다.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특수한 지형이다. 시내 중심부에 있는 황지에서 내려온 물줄기가 오랜 세월 석회암 바위를 녹여내 구멍을 낸 것인데 보면 볼수록 신비롭다.
가을 기운을 받다
구문소에서 삼척 방향으로 가다보면 태백고원자연휴양림을 알리는 팻말이 보인다. 철암동 금광골 골짜기에 들어선 고원자연휴양림은 때 묻지 않은 원시의 자연을 보여준다. 13개의 객실을 갖춘 산림문화휴양관을 비롯해 7평, 10평 규모의 통나무집 12동을 갖추고 있어 하룻밤 머물기 좋은 곳이다. 풀벌레소리를 들으며 별빛과 달빛에 취하다보면 세상 시름은 온 데 간 데 없다. 특히 휴양림을 끼고 있는 버들골은 가재, 버들치 등 1급수에서만 사는 어종들을 손쉽게 관찰할 수 있고, 철따라 갖가지 야생화도 꽃망울을 터뜨려 자연학습장으로도 손색이 없다. 이른 아침, 토산령에 오르면 일출을 바라보는 행운도 누릴 수 있다.
태백 여행의 진수는 역시 금대봉골에 있는 검룡소 탐사. 태백시내에서 임계 강릉 방면 35번 국도변 깊숙한 곳에 있다. 검룡소로 가기 전, 삼수령에서 잠시 다리쉼을 한다. 삼수령을 알리는 안내판과 조형물, 그리고 그 앞에 선 정자가 이 고개의 내력을 말해준다. 안내판을 읽어보니 이곳에 내린 빗방울은 그 방향에 따라 한강으로, 낙동강으로 또는 동해로 내려가는 오십천으로 흘러든다고 한다.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매봉산의 정기
삼수령 옆으로 난 고갯길을 거슬러 오르면 매봉산으로 갈 수 있다. 매봉산 중턱은 온통 고랭지 채소밭이다. 채소밭 위 능선에는 풍력 발전기가 힘차게 돌아가고 있어 또 다른 볼거리다. 한편, 삼수령에서 강릉 방면으로 한참 내려가면 귀네미마을이 나온다. 한때 ‘1박 2일’ 촬영지로 이름을 날렸던 곳이지만 지금은 조용하기 이를 데 없다. 귀네미는 ‘소 귀를 닮은 골짜기’라는 뜻. 이 마을은 1985년 삼척 광동댐 건설로 37가구가 집단 이주해온 곳으로 마을 사람들은 고랭지 배추밭을 일구며 살아가고 있다. 삼수령 아래에 있는 구와우마을에도 들러볼 만하다. 해바라기, 코스모스, 채송화 등 갖가지 가을꽃들이 무리지어 피어 있다.
검룡소의 힘찬 물줄기
검룡소로 간다. 삼수령에서 10분 거리다. 주차장에서 검룡소로 가는 길은 호젓하면서도 맑은 기운이 넘친다. 낙엽송이 에워싼 길은 삼림욕을 하기에 제격이다. 검룡소에서 솟아오른 물은 영월(동강), 단양(남한강), 충주, 여주(여강)를 거쳐 서울의 한강에 이른 뒤 임진강물과 섞여 서해로 흘러든다. 장장 514㎞의 물길이다. 옹달샘처럼 작은 소에서 한반도의 대동맥이 시작된다고 생각하니 숙연함마저 감돈다. 지하 석회암반을 뚫고 올라온 물(그 양이 하루 2천~3천t에 달한다)은 폭포가 되어 꽐꽐 쏟아져 내린다.
이 용출수는 금대봉 기슭의 고목나무샘과 제당궁샘, 물골의 물구녕과 예터굼에서 솟아나는데, 일부 사람들은 금대봉 기슭에서 가장 높은 고목나무샘이 한강의 진짜 발원지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야생화의 천국
이번에는 태백시내로 다시 나와 태백산을 끼고 도는 만항재(해발 1,330m)를 거슬러 오른다. 지형이 지리산 횡단도로와 비슷해 운전하는 맛이 각별하다. 만항재는 태백, 정선, 영월이 사이좋게 맞대고 있는 고개다. 만항재 정상은 매점과 쉼터가 있는 함백산소공원. 말로만 듣던 함백산을 밟은 것이다. 이 고개는 우리나라에서 포장도로가 놓인 고개 가운데 가장 높은 지점에 있다. 쉼터 여기저기 피어 있는 동자꽃, 하늘나리, 범꼬리, 꿀풀, 산제비난, 산짚신나물, 기린초, 산꿩의다리, 초롱꽃, 함박꽃, 광릉갈퀴, 터리풀등등 야생화들은 수줍은 소녀처럼 청초하고 예쁘다. 누가 일부러 심은 것도 아닌데 꽃들은 저마다 한자리를 차지하고 곱디곱게피어 있다.
‘하늘숲정원’ ‘산상화원’ ‘바람길정원’ 등의 이름을 붙인 야생화 정원은 인간과 자연이 공존공생하는 터전이다. 함백산은 예서부터 능선(백두대간)을 타고 동해 쪽으로 쭉쭉 뻗어있다. 은대봉-두문동재-금대봉이 그 줄기다. 사방으로 펼쳐진 백두대간 줄기는 장엄하고 헌걸차다. 특히 두문동재와 금대봉 일대는 봄부터 가을까지 야생화 천국이 된다. 두문동재(해발 1,268m)에서 불바래기능선-금대봉-고목나무샘-분주령-대덕산-검룡소로 이어지는 산길은 트레킹 코스로 아주 좋다.
두문동재에서 금대봉으로 이어지는 야생화 탐방로는 10월 말까지 개방된다. 탐방 4일 전에 태백시청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해야 한다. 만항재에서 조금 내려오면 열목어 서식지로 유명한 정암사가 기다린다. 이 절은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의 하나로 꼽힌다. 절 뒷산에는 보물 제410호인 수마노탑이 서 있다. 정암사 아래는 정선
땅이다.
철암광산역사촌에 가면 까치발 건물을 볼 수 있다.
365세이프타운, 철암광산역사촌 등 다양한 볼거리
태백시내에는 한국관광공사에서 ‘이달의 가볼만한 곳’으로 선정한 ‘365세이프타운’이 있다. 안전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최근 들어 더욱 각광받는 곳으로 안전을 주제로 한 종합체험교육시설이다. 산불체험관, 설해체험관, 풍수해체험관, 지진 체험관, 대테러체험관 등 가족 단위로 참가해 가상의 각종 재난 발생시 대처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했다. 입장료는 어른 2만2,000원, 중고생 2만원, 어린이는 1만 8,000원이다. 문의: 033-550-3101.
석탄산업의 시발점이 된 철암동에 가면 1970년대 탄광촌 모습과 주민 생활상을 생생하게 재현한 철암광산역사촌이 있다. 복원된 11채의 ‘까치발 건물’을 리모델링해 그 당시 광원들이 자주 찾던 선술집, 식당 등으로 꾸며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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