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빛 싱그러움 가득한
보성의 초여름
사철 아름다운 보성땅은 여름 기운이 몰려오는 이즈음에 한번쯤 가볼만한 곳이다. 바다가 있고 산이 있고 호수가 있고 거기에 녹차와 역사 유적지까지 두루 갖추고 있어 초여름 가족 여행지로 제격이다. 글 김초록(여행작가)
녹색의 향연, 여름 녹차밭
보성은 녹차와 소리의 고장이다. 이 두 가지는 보성을 보성답게 하는 얼굴이다. 해서 제일 먼저 녹차밭으로 간다. 보성 녹차는 득량만이 바라보이는 웅치면과 회천면 일대에 두루 퍼져 있다. 보성읍에서 봇재길을 따라간다. 길 양쪽으로 다원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저마다 전망과 운치를 앞세우고 길손들을 기다린다. 이 중 대한다원(보성제1다원)은 보성 일대 차밭 중에서 규모가 제일 크다. 들머리에서부터 길 양쪽으로 둘러선 삼나무 숲길이 그윽하고 아름답다. 이 길은 각종 CF에 단골로 등장한 곳이다. 해서 전국에서 온 아마추어 사진가들은 포인트를 잡고 셔터를 누르기 바쁘다.
산비탈을 따라 가지런히 이어진 차밭이 싱그럽기 그지없다. 다원이 한눈에 들어오는 차밭전망대와 율포 앞바다가 바라보이는 바다전망대는 이곳의 하이라이트. 별도로 마련된 녹차 시음장에 들르면 봄에 딴 첫물차를 우려내 맛볼 수 있고 직영판매장에는 다양한 종류의 녹차 제품과 녹차를 마시는데 필요한 다구를 준비해놓고 있다. 다원 한쪽에는 녹차 면을 즉석에서 삶아 만든 녹차 자장면과 녹차 비빔밥, 녹차냉면 등을 먹어 볼 수 있는 녹차음식점도 있다.
봇재 기슭은 온통 녹색 차밭이다. 봇재 고개를 한 굽이 돌아갈 때마다 곡선의 녹차밭이 치맛자락처럼 흘러내린다. 영천저수지와 율포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봇재 정상의 다향각은 차 한 잔 음미하며 여행의 피로를 달래기 좋은 곳이다.
율포로 내려가는 봇재길에서 장흥 방면으로 가다 웅치 쪽 지방도로로 빠지면 보성제2다원(대한다원의 분원)을 만나게 된다. 편의시설이 없어 아쉽지만 조용하고 오붓한 정취를 즐기려는 이들에게는 딱 좋은 곳이다. 산비탈에 계단식으로 만들어진 제1다원과는 달리 평지에 만들어져 전망이 시원하다. 다원 뒤편으로는 일림산(해발 664미터)이 우뚝하다. 득량만 일대와 고흥반도, 보성차밭 등이 한눈에 들어오는 능선길은 완만해서 가족 오감여행산행지로 좋다. 산행은 보성강 발원지인 용추계곡(용추폭포)을 들머리로 하거나 한치재에서 627m봉→정상→골치재를 거쳐 용추골로 하산하면 되는데, 왕복 약 3-4시간이 걸린다. 용추계곡에서 3km 거리에는 통나무 집, 야영장, 평상, 등산로, 산책로 등을 갖춘 제암산자연휴양림이 있다.
보성 관광 1번지, 율포
보성제2다원에서 해안을 끼고 율포로 간다. 중간에 전일해수욕장과 명교해수욕장이 있는데 시원한 바닷바람을 마시며 더위를 달래기 좋은 곳이다. 율포는 보성이 자랑하는 관광지이다. 고운 모래가 깔린 해수욕장과 해송이 빼곡하고 율포 앞바다로 떠오르는 일출도 볼 만 하다. 율포 해변에 있는 해수 녹차탕은 바다 쪽으로 통유리가 나 있어 목욕을 하면서 고요한 득량만 앞바다를 바라볼 수 있다. 바로 옆 다비치콘도는 율포 바다가 가슴 가득 안기는 전망 좋은 잠자리로 해수녹차탕을 갖추고 있다. 율포 해변에서 전일해수욕장→장흥 수문포→소등섬을 잇는 18번 해안도로는 탁 트인 바다와 갯벌이 내내 길동무가 돼 준다.
율포에서 득량만을 바라보며 해안길을 따라간다. 반대편 동쪽의 순천만, 맞은편 서쪽의 보성만을 품고 있는 득량만은 온갖 생물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청정해역이다. 방조제와 두 개의 수문을 지나면 고만고만한 들판과 햇살에 부서지는 은빛 바다가 펼쳐지는데 얼마쯤 가다 보면 선소어촌체험마을이 나온다. 선소마을 앞은 드넓은 갯벌이다. 개펄에는 꼬막과 바지락, 낙지 등 각종 어패류가 살아 숨 쉬고 있다. 이곳 개펄은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자연학습장이다. 마을 인근에 공룡알 화석지가 있어 연계해 둘러보면 좋다. 약 1억 년 전의 중생대 백악기 말에 활동한 공룡의 흔적을 보고 이해할 수 있게 자세한 설명과 함께 조형물을 만들어놓았다.
득량면사무소(득량역) 뒤편으로는 득량만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오봉산이 길게 걸쳐 있다. 오봉산은 두 개의 산으로 이뤄져 있다. 작은 오봉산과 큰 오봉산이 그것인데, 마을 사람들은 작은 오봉산을 ‘오봉산’으로 부르고, 큰 오봉산을 ‘칼바위’라고 부른다. 오봉산은 아이들도 쉽게 오를 수 있을 만큼 만만한 산이다. 두 개의 산이 끊어져 있어 종주 산행은 불가능하지만 전망이 빼어나고 볼거리가 많아 여름 산행지로 아주 좋다. 산행은 해평저수지 주차장에서 시작해 기남마을을 거쳐 용추폭포-정상으로 이어지는데 어른 걸음으로 1시간30분쯤 걸린다. 중간 중간에서 만나는 전망 바위, 외계인바위, 책상바위, 말바위, 독사바위, 각시바위, 병풍바위, 마당굴, 베틀굴, 정제굴 등은 이 산의 매력을 한층 높여준다.
소설 「태백산맥」의 무대
보성 중에서도 벌교는 야릇한 분위기가 풍기는 곳이다. ‘벌교 가서 주먹 자랑하지 말라’던 옛말도 있거니와 벌교 사람들은 예부터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지켜오고 있다. 도타운 인심에 걸쭉한 입담, 억척스런 생활력은 벌교 사람들의 기질을 잘 보여준다.
벌교 일대는 조정래 선생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무대가 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는 서슬 퍼런 소설의 현장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친일파와 지주들이 숙청당했던 소화다리를 비롯해 빨치산 염상진이 설을 앞두고 지주들로부터 쌀을 빼앗아 소작인들에게 나눠주었던 홍교, 소설의 첫 장면을 열어 가는 현부자집과 그 옆에 새로 단장된 소화의 집, 중도방죽, 김범우의 집 등이 눈길을 끈다. 현부자집 옆에 들어선 태백산맥문학관에는 소설 속 인물들과 영화 「태백산맥」에 대한 소개, 육필원고, 작가의 방, 문학사랑방 등이 마련돼 있다. 1728년에 만들어진 홍교는 우리나라 무지개다리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며 천정에 용머리가 새겨져 있다.
서편제의 고장 보성은 소리의 고장이기도 하다. 애절한 가락의 서편제가 이곳에서 완성되었고 정응민, 조상현, 이날치, 정재근 같은 뛰어난 소리꾼도 이곳 출신이다. 특히 서편제를 완성한 박유전과 민족음악의 선구자 채동선은 우리나라 음악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일찍이 대원군은 박유전의 소리를 듣고 네가 천하제일 강산이라 감탄해 마지않았거니와 영화 서편제 이후 보성은 우리나라 판소리의 성지로 이름을 드높이고 있다. 대원사 가는 길에 있는 조상현판소리연구원과 벌교읍내에 있는 채동선음악당은 보성의 소리를 널리 알리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
한편, 벌교에서 순천 쪽 문덕면에 있는 서재필기념공원과 대원사는 귀로에 들러봄 직한 곳들이다. 독립운동가 서재필 선생의 위업을 기리고자 사당과 독립문을 건립하고 유물전시관과 생가도 복원했다. 바로 옆에 각종 조각 작품이 전시된 주암호 조각공원이 있다. 여기서 주암호를 따라가다 오른쪽으로 접어들면 ‘한국의 아름다운 길’에 꼽힌 대원사 벚나무길이 이어진다. 때가 때인지라 벚꽃은 볼 수 없지만 무성한 녹색 이파리들이 그윽한 풍치를 자아낸다. 그 길 끝머리에 있는 대원사는 천년 고찰의 신비함이 깃든 역사 깊은 절집으로, 경내에는 조선 중기 양식의 극락전과 자진국사부도, 그리고 2개의 문화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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