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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병 속 인형, 세상 밖으로 나오다! '신민아'

유리병 속 인형, 세상 밖으로 나오다!

 

신민아

 

 

흔히 신민아를 보고 ‘여신’이라 말한다. 화려하게 치장하고 카메라 앞에 선 그녀의 패션 화보는 거리를 뒤덮고, ‘인간’ 신민아 대신 만들어진 신민아가 그를 표현한다. 마치 유리병 안에 갇힌 인형처럼, 신민아는 만들어진 이미지 속에만 사는 것 같았다. ‘셀러브리티’는 있어도 ‘배우’는 없었다. 그런 그녀가 달라졌다.


■ 글 / 이정현(한국아이닷컴 기자)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감독 임찬상ㆍ제작 필름모멘텀)는 신민아의 환상을 거침없이 깨주었다. 예쁘기만 하던 그가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어설픈 몸개그를 동반한 이미지 변신은 되려 반감만 줄 뿐, 신민아는 이를 잘 알고 있다. 망가지기 보다, 캐릭터에 녹아 연기했다. 여신 대신, 배우. 신민아는
변하고 있었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그 효시가 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카페에서 만난 그녀, 여신은 어떻게 배우가 되었을까.

 

“제가 출연한다니까 기대치가 없었나 봐요. 주위에서 ‘잘했다’는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고 있죠. 사실 저는 유난히 광고나 화보 이미지가 강한 것 같아요. 연기로 무언가를 보여줄 기회도 적었죠. ‘나의 사랑 나의 신부’ 만큼 현실성있는 캐릭터를 만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망가져야겠다고 계획한 적은 없었어요. 하지만 원작이 있는 영화이기에 부담이 있었죠. 좀 더 새로워야 하고, 더 재미있어야 한다는?”

 

 

 

조정석과의 호흡은 마치 연인관계를 보는 듯 찰떡궁합이다. 연애 4년 만에 결혼에 골인한 신혼부부를 연기한 이들은 때로는 알콩달콩, 티격태격 사랑을 키워간다. 신민아는 “재밌는 애드리브가 끊이지 않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꼬마 같기도 하고, 강아지 같기도 했단다. “결혼한 게 아니라 아이를 입양한 것 같았다”는 영화
속 대사에는 신민아의 진심도 꽤 담긴 듯 하다.

 

“가장 화제가 됐던 내복 장면은 오로지 조정석의 애드리브로 탄생했어요. 그런 아이디어와 말투, 연기가 어떻게 나오는지 모르겠어요. 바지를 연속으로 벗는 장면도 남자 배우로서 기분 나쁠 수 있었는데 내색하지 않더라고요. 연기가 살아 있다보니 여배우인 저도 옷을 살짝 벗는데 아무도 못 보신 것 같아요.(웃음)”

 

 

 

신민아에게 호연을 펼쳤다고 전하니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되받는다. 30대를 지나고 있는 그 역시 사랑 받고 싶은 여자, 결혼을 꿈꾸는 여인이다. 신혼 부부의 로맨스 뿐만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의 자아 찾기 역시 ‘나의 사랑 나의 신부’의 큰 핵심 축이다.

 

“여자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기가 ‘여자’임을 조금씩 잊어가는 것 같아요. 저 역시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게 되면 ‘신민아’ 보다는 누군가의 아내, 혹은 엄마가 되겠죠. 저의 자아가 조금씩 사라지는 것은 슬픈 일인 것 같아요. 곧 그런 때가 온다는 것을 생각하면 고민이 되곤 하거든요. 그래서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속 화장실 장면이 가장 생각나요. 존중해 달라고, 사랑해 달라고 말하는 모습이 가슴 아팠죠.”

 

 

 

신민아는 연인, 혹은 부부라면 누구나 느끼는 권태기 탈출법에 대해 “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화가 있었으면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많은 것 같다”는 그는 “나 역시 앞으로 연애할 때는 조금 다를 것 같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를 찍으며 연애하는 법도 배웠다”고 말했다.

 

“어떤 일이든 잘될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어요. 저라고 배우 일에 대해 고민이 없을까요. 어릴 때부터 배우 일을 해왔기에 부담이 더 크기도 해요. 하지만 이제는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떨 땐 연기가 제 남편, 혹은 남자친구 같기도 해요. 평생 함께해야 하는 것이겠죠. 친구처럼, 연인처럼 그렇게 연기할래요. 여
신이요? 그런 이미지는 이제 금지어가 됐으면 해요. 저도 오글거리고 부담스러워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