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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층 건물에 숨겨진 바람계곡의 과학적 비밀

초고층 건물에 숨겨진

바람계곡의

      과학적 비밀

 

요즘과 같은 쌀쌀한 계절, 건물 시설 이용 시 가끔 경험하게 되는 현상이 있다. 지하주차장에서 건물내부로 들어가는 문이 어떤 압력에
의해 안 닫히기도 하고 때론 승강기 문이 닫히지 않아서 승강기가 출발하지 못한다. 또 건물 어디에선가 휘파람소리 같은 소음이 들리기도 한다. 어떤 이유에서일까?


■ 글 / 김영수 (한국승강기대학교 교수)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에는 건물외부의 온도가 5도 이하로 내려가고 건물 내부는 영상 20도 이상으로 오르게 되는데 이럴 때 대부분의 건물에서는 지하층 출입문, 엘리베이터 출입문, 비상계단 출입문, 건물 주 출입구 등에서 귀신 울음 같은 바람소리가 나고 문이 안 닫혀서 손으로 세게 밀어야 겨우 닫히거나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 닫을 수가 없는 경우가 생긴다. 특히 심각한 건물의 경우는 겨울철에 항상 이런 문제가 발생해 건물 내에 상주하는 사람이나 방문객에게 많은 불쾌감을 주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의 중심에는 바람의 계곡에서 불어오는 연돌현상(Stack Effect)이라는 과학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연돌효과, 왜 생기나

 

연돌효과는 건물 내·외부 공기 기둥의 무게차이에 의한 압력차로 인해 발생한다. 이러한 공기의 압력차 때문에 건물 내부가 따뜻하고 건물 외부가 차가운 겨울철에 지표면상의 외부 기압보다 건물 내부 기압이 낮아진다. 이 압력차 때문에 지표면상에서 건물로 들어온 공기는 다시 공기의 밀도차로 인해 수직적으로 발생하는 압력차로 건물 내외부 상부로 이동하며, 이는 건물 높이와 건물 상부층의 침기와 누기의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공기가 승강로 계단실 등을 통해 자연 환기되는 현상인 연돌효과(Stack Effect)는 실내온도 상승시 공기부력(↑)으로 공기가 저층부에서는 유입되고 고층부에서는 유출하려는 성질이 있다.

 

 

초고층 건물의 높이차와 공기의 승강로 누설 영향

 

고층 빌딩에서의 연돌현상은 건물 내·외부의 온도차 및 건축물의 높이에 의해 발생하는 압력차로 인한 외부공기의 유·출입, 실내공기의 상승을 일컫는다. 강한 바람이 실내로 유입되면 승강기 문 틈새에서 소음이 발생하고 흔들림에 의한 오작동이 발생한다. 또 외부 공기가 유입되면 빌딩 내부의 단열성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심한 경우에는 엘리베이터 본체의 부품이 손상돼 잦은 고장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겨울철에 발생하는 연돌현상은 고층건물의 피난문이나 승강기 문에 개폐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초고층 건물에서 높이차 때문에 특히 문제가 되지만 초고층에서는 높이 이외에도 승강기가 많이 설치되어 승강기 문을 통한 승강로(Shaft)의 누설이 커짐으로써 건물 내부 출입문에 작용하는 압력은 더 커지게 된다. 초고층에서는 수직 이동거리가 길어지므로 단위면적당 승강기의 수가 저층보다 많아지기 때문이다.

 

 

 

급기가압식 제연설비 가동 경우 영향 극대화

수직 승강로가 많은 고층건물에서 연돌효과는 여러 승강로의 영향이 복합되어 두 가지의 상반된 효과를 나타내는데, 하나는 연돌효과를 일으키는 승강로들의 출입문에서 연돌효과가 서로 상쇄되는 면이고, 또 하나는 승강로들의 누설면적이 중첩되어 연돌효과가 더 커지므로 기류 흐름 경로 상에 있는 출입문에 더 큰 차압이 전가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오피스 건물에는 승강기 승강로나 계단실 이외에 출입문이 별로 없고, 화장실 배기 등이 코어부분에 있으며, 외벽 누설이 극소하므로 이러한 차압의 영향이 뚜렷이 나타나지 않으나 아파트 건물의 경우에는 승강로로부터 외벽으로 향하는 기류흐름 경로상에 있는 각 세대 출입문에서 그 차압의 변화가 크게 나타난다. 특히 급기가압식 제연설비가 가동되는 경우 그 영향은 더 커질 수 있으며, 옥내에서 주방
배기설비가 가동되어 실내에 부압을 형성할 경우에는 그 영향이 극대화한다.

 

 

연돌효과가 일으키는 문제들

첫째, 출입문 개폐에 지장을 준다. 실내외 온도차가 큰 겨울철에는 온도로 인한 압력차와 풍압의 간섭으로 인해 출입문 양단에 상당히 큰 압력차가 발생하여 출입문 개폐의 어려움을 유발한다. 둘째, 엘리베이터 문의 압력차로 생길 수 있는 오작동의 문제다. 엘리베이터 샤프트는 연돌효과가 발생하는 주된 공기 이동통로이고 엘리베이터 문 양단의 압력차가 크게 발생하여 오작동이 발생할 수 있으며, 문의 틈새로 과도한 양의 공기가 침기 또는 누기될 때 소음이 발생할 수 있다.


셋째, 침기 및 누기에 따른 문제점도 있다. 동절기에 제어되지 않은 외부 공기의 유입은 에너지의 손실로 이어지며 실내부의 마감이 취약한 부분에 결로가 발생하기도 하여 유지관리의 문제점을 야기한다. 넷째, 오염물질의 확산 현상 및 배연의 문제점을 지닌다. 저층부에서 발생한 오염물질 및 화재 시의 연기는 즉시 배기되지 않고 수직 이동통로를 통해 상층부로 확산이 이루어지며, 샤프트 내의 배기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상층부에서 실내로 역류하는 문제를 야기한다.

 

 

수계산으로 예측하는 연돌효과

연돌효과에 대해서는 수많은 실태조사 외에도 계단실 순환식 가압설비나 승강로 냉각방법 등 여러 가지 연구결과가 발표되고 있으나, 주로 외피의 기밀화에 치중되고 있으며, 외피기밀 외에 실용적인 대책으로 공인된 것이 없다.


그러나 화재로 인한 비상상황에서는 피난과 소방대의 진입을 위해 1층(피난층)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하기 때문에 외피의 기밀화는 더 어려워지고, 특히 1층의 승강기 문에 가해지는 차압은 승강기의 가동에 결정적 장애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최근에는 초고층 주거용 건물에서 발생하는 연돌효과가 승강기문과 거실 출입문에 분배되는 상황을 간단한 수계산으로 예측해 보고, 거실 출입문에 발생하는 과압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이 연구되고 있다.

 

 

온도차의 함수관계에 있는 연돌효과의 크기

연돌효과의 크기는 건물높이, 외벽의 기밀성, 건물의 층간 공기누출, 건물 내의 온도차의 함수이다. 이론적인 자연통기력(Natural Draft)은 다음 식으로 나타낸다.

 

 

- Dt : Stack Effect
- H : height (feet)
- T0 : outside temp(°F)
- Ti : inside temp (°F)

 

 

건물 내외부의 온도가 같으면 자연기류의 이동은 일어나지 않는다. 건물외부의 온도가 내부의 온도보다 낮으면 공기는 수직으로 상승하며 외부온도가 내부온도보다 높으면 반대의 현상이 일어난다. 즉, 연돌효과를 일으키는 건물내의 기류 이동은 이러한 온도차에 의해 발생하게 된다.

 

 

연돌효과의 이론적 압력차

빌딩의 실내와 실외간의 온도 차이로 인해 층고 높이에 따라 실내외간 압력차가 발생하는데, 동절기의 경우 저층부에서는 건물 내의 압력이 낮아서 외부공기가 유입되고 고층부에서는 건물 내의 압력이 높아서 실내공기가 외부로 유출되며, 승강로나 계단실과 같은 수직통로에서는 실내공기가 상부로 상승하려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러한 현상에 대한 이론적으로 정리하면,

 

 

여기서 △Pso :연돌효과로 인한 차압[Pa], To : 외부공기의절대온도[K], Ks : 3,460, Ts : 내부공기(승강로 절대온도[K]), h는중성대로부터높이[m]

 

 

연돌효과 검토를 위한 시뮬레이션 프로세스

연돌효과를 검토하는 방법으로 실제 건물의 경우, 실험을 통해 재현하기 어려운 점과 계획단계 및 건설단계에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하는 점 등의 이유로 인해 시뮬레이션 툴을 이용한 검토가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네트워크 기법의 다양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 있다.

 

 

피난용 승강기와 연돌현상

초고층건물의 경우 연돌효과 및 외기풍속 등 내·외부적 인자로 인해 화재 시 미치는 피해규모가 일반 건물에 비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초고층 건축물의 화재 시에는 건물 내 계단실 및 EV샤프트 등의 수직통로를 통해 연기가 급속도로 확산되기 때문에 이로 인한 인명피해의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 고층 거주 피난자가 계단실을 통해 1층까지 피난을 완료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체력이 소요된다. 이런 이유로 초고층건물의 화재
피해는 일반 건물에 비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으므로 보다 효율적인 화재안전 대책이 강조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시키기 위한 건축

설계 계획으로 피난안전구역(Refuge Area) 설치, 피난용 승강기 운용 그리고 직통계단은 일정 층마다 수직구획(Zoning)하는 방법 등이 도입되고 있다. 피난안전구역의 경우 국내 초고층 건물 특별법에 따르면 최대 30개 층마다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 때 피난안전구역과 연결되는 특별피난계단을 상하층 간 상호 수직구획 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피난용 승강기의 경우는 초고층건물 특별법 및 건축법상의 의무적 시설로써 도입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하지만 수직샤프트라는 특성상 연돌효과로 인해 평상 시는 물론 화재 시에도 건물 내 기류유동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계단실과 피난용 승강로의 수직구획 형태는 화재발생 시 수평·수직방향 연기유동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수직샤프트 수직구획 형태 및 그에 따른 기류특성에 대한 세부적 연구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어서 이에 대한 정성, 정량적인 성능 평가가 절실히 요구된다.

 

 

 

 

[참고 자료]
1. 초고층건물 샤프트의 수직구획이 연돌효과 및 급기가압 성능에 미치는 영향, 김범규·김학중·여용주·임채현·박용환(J. Kor. Inst. Fire Sci. Eng., Vol. 26, No. 5, pp. 92-98, 2012)
2. http://www.ce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6024 (건설이코노미)
3. 연돌현상 검토 프로세스, 2012.10 롯데건설(주) 기술연구원
4. 연돌효과와 Air hole이 승강기에 미치는 영향평가에 관한 연구, 조광현, 2005.6
5. 고층건축물 연돌효과 저감방법에 대한 연구, 김진수, 한국화재소방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