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 점유율 2위의 독일계 다국적 승강기회사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코리아(이하 티센).
지난 2003년 동양엘리베이터와 합병하면서 국내 시장에 첫발을 디딘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가 올해 10월로 국내 진출 15주년을 맞이한다.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코리아는 지난 2012년 4월 현 박양춘 대표이사 취임 이후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국내 시장 점유율 2위 자리를 확고하게 굳히는 등 최고의 승강기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EL-Safe 편집부는 박 대표를 만나 경영철학과 함께 국내 승강기업계를 대표하는 CEO 중 한 명으로 승강기 산업발전을 위한 의견을 들어봤다.
국내시장 점유율 2위 자리 굳혀
박양춘 대표는 강력한 카리스마와 추진력, 포용력까지 갖춘 국내 승강기업계 대표적인 CEO로 꼽힌다. 그는 국내 진출 15주년 소감을 “한국의 기업 환경이 고용과 문화‧제도적으로 다국적 기업들이 적응하기 상당히 어려운 나라인데도 티센이 국내 승강기 산업 환경에 잘 적응해 제대로 정착하고 있어 뿌듯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박 대표가 CEO로 취임하기 이전까지 티센은 국내 승강기 시장에서 점유율 만년 3위였다. 그러나 박 대표 취임 이후 성장세를 거듭해 현재는 시장 점유율 2위 자리를 확고히 굳혔다.
“처음 CEO를 맡고 보니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는데도 불구하고 경쟁사에 비해 급여 등 복지 수준이 떨어져 패배의식이 만연해 있었고 원가절감을 목표로 경영하다 보니 품질 저하가 이어졌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객이 만족하는 수준으로 제품의 질을 끌어올려 판매량을 늘리고 업계와 동등한 수준으로 직원 대우를 향상시켰습니다.”
박 대표는 국내 시장 점유율 2위 달성의 성과를 직원들에게 돌렸다. 그러나 직원들에게 회사가 발전하는 만큼 대우해준다는 믿음을 주고 중장기 비전을 제시해서 가슴을 열고 한마음으로 노력하게 만든 것은 CEO의 결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직원과 회사 상호 만족도 향상
2012년 이전까지 티센은 잇단 구조조정과 노조의 파업, 낮은 임금 수준 때문에 노사간 불신과 대립구도가 심각했다. 그러나 박 대표가 취임하고 처우 개선과 일하기 좋은 기업 만들기, 노조와의 상생 경영 등을 펼친 덕분에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만족도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실제 국내의 대표적인 기업 평판 사이트 ‘잡플래닛’을 검색하면 티센의 전체 만족도는 3.6점(5점 만점)으로 중상위권이지만 기업추천율(83%), 성장가능성(54%), CEO 지지율(75%)은 국내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짧은 시간에 성과를 거둔 박 대표의 경영철학과 노하우는 무엇일까? 그는 한마디로 ‘한국형 경영’의 성과라고 말했다. “저는 한국 회사는 물론 외국 회사에도 근무했고, 중국에서 CEO도 맡는 등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때문에 한국이라는 특수환경에 다국적 기업들이 내세우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적절하게 섞은 ‘한국형 경영’으로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직원들 생각에 한국에서는 고용이 가장 중요한데 다국적기업들은 이익을 내기 위한 경영이 최우선입니다. 고용과 이익창출의 조화를 잘 맞추는 한국형 경영 덕분에 지금까지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그는 다른 회사나 CEO에 비해 특출한 경영전략과 전술을 내세우기 보다 뭔가 다르고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 스토리와 함께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다.
박 대표의 경영방식을 업계에서는 ‘압축 경영’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압축 경영이란 선진국들이 성장하는데 100년 이상이 걸렸는데 우리나라는 30년 만에 비슷한 지점에 도달한 것을 말한다. 티센은 초기에 고객의 관심이나 가치 창출 보다는 원가를 싸게 해서 판매하는 내부경쟁력 위주의 경영을 해왔다. 박 대표는 취임 이후 이를 과감하게 탈피하고 대표이사가 정확하고 신속하게 방향성을 잡고 고객과 품질 위주의 경영으로 나아간 것이 티센의 ‘압축 경영’이라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수직적인 경영으로는 미래 경쟁력이 없다. 기본적으로 직원 아이디어와 토론 중심의 수평적인 기업문화가 있어야 미래가 보장된다. 박 대표는 대표이사의 역할을 줄이고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 또 다른 ‘압축 경영’이라고 덧붙였다.
[박양춘 대표 프로필]
- 1958년 충북 제천 출생
- 건국대 경영학과 졸업
- 건국대 MBA 수료
• 경력
- 1984~1987 현대중공업
- 1987~2008 LG산전(현 오티스엘리베이터코리아)
- 2008~2010 오티스엘리베이터코리아 부사장(미국 본사 임원)
- 2010~2012 Sigma Elevator CEO(오티스엘리베이터코리아 중국법인)
- 2012년 4월~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코리아 사장
- 2015년 10월~ 티센크루프 한국법인 총괄 사장
- 2015년~ 한국외국기업협회(FORCA) 부회장
• 수상
- 2014 기업혁신대상 대한상의회장상(대한상공회의소)
- 2015 한국의 미래를 빛낼 CEO 선정(월간조선)
- 2015 대한민국 경제리더 선정(중앙일보)
- 2016 기업혁신대상 최우수 CEO상 & 산업부장관상 수상(대한상공회의소)
- 2018 공감경영대상 고용노동부장관상 수상(노사상생 부문, 동아일보)
- 2018 TV조선 경영대상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상 수상(R&D부문, TV조선)
수직‧수평 이동 가능한 ‘멀티’ 3년 내 상용화
티센은 세계 최초로 로프없이 수직과 수평으로 동시에 움직이는 ‘멀티’를 개발하는 등 4차 산업혁명시대를 이끌어 갈 첨단 승강기 개발의 선두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멀티’는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기능을 합쳐 놓은 혁신적인 승강기 기술로 현재 세계 최초로 독일 베를린에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 박 대표는 멀티가 설치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첫째, 철저한 안전 인증과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하며 둘째, 일정 높이 이상의 건물에만 멀티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간이 좀 필요하겠지만 3년 정도가 지나면 실제로 멀티 기술이 도입된 엘리베이터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 개의 승강로에서 2대의 승강기가 움직이는 트윈 엘리베이터도 티센의 강점이다. 박 대표는 “트윈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제는 국산화로 국내 설치는 물론 수출까지 하기로 독일 본사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국산화할 경우 가격을 싱글 엘리베이터 두 대 설치비용보다 낮추면 강점이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어느덧 2018년도 10월에 접어들었다. 올해는 건설경기 침체 속에 철강재 등 원재료와 인건비 인상으로 국내 승강기 산업도 주춤한 한 해였다. 박 대표는 이러한 악재 속에도 티센이 경쟁사에 비해 나름대로 선전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인증 강화, 충분한 준비과정 거쳐 시행해야
박 대표는 승강기안전관리법 전면 개정과 인증 강화에 대한 산업계의 우려도 이야기했다. “법 개정으로 인증항목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업계로서는 엄청난 부담입니다. 산업계에서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유연성 있게 시행해주시길 바랍니다.”
또 박 대표는 “인증 처리 기준과 기간 등을 명확하게 하고 힘들 경우 유예기간을 두는 것을 검토해야 하며, 무엇보다 인증 강화가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인증 강화에 대해서 문제점을 충분히 파악해서 해결한 후 투명하고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제도의 시행을 당부했다.
늘어나고 있는 승강기 갇힘 고장과 관련해서 박 대표는 국내 건축문화를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건물은 고층인데 남향을 고집하다 보니 상당수의 건물들이 1대의 승강기만 설치합니다. 이용자 불편을 우려해 운행을 정지시키고 제대로 점검을 못하고 있습니다. 일정 규모 이상 건물은 2대 이상의 승강기를 설치하고 철저한 점검이 가능하게 해야 합니다”라고 얘기했다.
티센은 갇힘고장 해결을 위해 ‘Two in Seven, Three in Thirty’ 시스템 운영을 내세웠다. 이 시스템은 ‘일주일에 두 번, 한 달에 3번 이상의 동일한 고장’이 반복되지 않도록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방안이다. 또 제품을 개발 설계할 때 모델수를 최소화하고 플랫폼도 최소화해 고장을 줄이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박 대표는 최근 5년 사이 신규 시장이 2배로 성장하면서 그에 맞게 인력이 공급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승강기 산업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젊고 유능한 전문인력 양성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또한 승강기는 제조와 설치, 유지보수가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산업인 만큼 승강기 산업의 리더들이 문제점에 대한 책임감과 공감대를 갖고 공통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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