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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법 禁煙法

변호사가 들려주는 생활법률 이야기

금연법 禁煙法

 

 

PC방, 식당에 이어 버스정류장까지, 이제는 둘 이상 모이는 곳이라면 거의 모든 장소가 금연구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는 담뱃값도 대폭 인상됨에 따라 애연가들은 더욱 울상이다. 이번 호에서는 흡연자들을 울리는 이 같은 정책 속에 숨어 있는 법률들을 함께 살펴보도록 한다.


■ 글 / 이은수(법무법인 ‘지우’ 변호사)

 

 

 

아빠가 피우는 건 세금?-담뱃값 속 세금·부담금 살펴보기


 

올해 9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종합 금연 대책’에 따라, 담뱃값은 2015년부터 종전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오르게 된다. 최근 이 같은 정부 정책에 대한 많은 언론보도가 이루어졌고, 이제는 많은 국민들이 담뱃값의 많은 부분이 세금(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개별소비세) 또는 부담금(국민건강진흥기금)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담배소비세와 지방교육세는 『지방세법』에 근거를 둔 지방세인 반면, 개별소비세는 『개별소비세법』에 근거를 둔 국세에 해당한다. 이중 ‘개별소비세’는 금번 담뱃값 인상에 처음으로 추가된 것인데, 담뱃세의 항목으로는 적절치 않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개별소비세는 소득이 적은 사람이 상대적으로 높은 조세를 부담하는 역진성(逆進性)을 해소하고 사치성물품의 소비를 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특정한 물품 등에 부과하는 세금이므로 서민들이 많이 피우는 담배에 부과되는 세금으로는 적절치 않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한편, 담뱃세에는 세금은 아니지만 세금과 유사한 ‘부담금’의 형식으로 국민건강진흥기금이 포함되어 있다. 국민건강진흥기금은 보건교육, 질병예방 등을 위해 제정된 『국민건강증진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기금은 보건복지부장관이 관리하고 운영하되, 위 법률에 따라 설립된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라는 곳에서 국민보건 정책 수립, 사업평가 등을 지원한다. 최근 담뱃값을 통해 거둬들인 기금이 정작 금연정책에 사용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관련 법안이 논의 중이라고 한다.

 

 

금연구역은 누가 정한 것인가?-『국민건강증진법』

공공기관 청사, 학교, 병원 등은 물론, PC방, 만화방에서도 흡연은 금지된다. 특히 술집과 음식점의 경우, 2014년 올해까지는 면적이 100㎡ 이하인 곳에서는 흡연이 제한적으로 허용되었지만, 2015년 1월 1일부터 대한민국 모든 술집 및 음식점에서 흡연이 금지된다. 커피전문점에서 마련한 흡연실도 2015년부터는 사라지게 된다. 흡연이 금지된 구역에서 흡연을 한 자에게는 1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금연구역이 정해지게 된 근거는 앞서 살펴본 『국민건강증진법』이다. 『국민건강증진법』은 금연구역을 제한적으로 열거해놓고 있긴 하지만, 다른 한편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조례’를 제정하여 추가 금연구역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이렇게 제정된 조례 등 자치법규는 2014년 현재 총 92개에 이른다.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버스정류장, 공원 등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이를 어길 경우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참고로 과거에는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금연장소에서의 흡연행위에 대해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을 내릴 수 있었으나, 2013. 3. 22. 위 규정이 폐지되어 『국민건강진흥법』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되었다.

 

 

흡연권을 보장해 달라?-흡연권에 우선하는 혐연권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르면 둘 이상 모이는 곳은 거의 다 금연구역이라는 것인데, 이쯤 되면 흡연자들은 화가 날만도 하다. 실제로 2003년어느 한 열정적인 애연가는, 금연구역을 지정한 『국민건강증진법』 규정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하며 아래와 같은 주장을 했다.


“흡연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하여 주고 창의력 신장에 기여하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수입의 중요한 세원이 되는 등 순기능이 많이 있고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인간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관습이므로, 납세를 통하여 국가의 재정에 기여하고 있는 흡연자들을 위하여 흡연구역을 증설하고 편의시설을 제공하는 등 이들의 권익을 옹호하여야 한다.”


많은 애연가들이 무릎을 치며 동의할 내용일 테지만, 헌법재판소는 이 열정적인 애연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담배를 싫어할 권리는 사람의 ‘생명’과 관련이 있으므로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권리에 우선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흡연권은 사생활의 자유를 실질적 핵으로 하는 것이고 혐연권은 사생활의 자유뿐만 아니라 생명권에까지 연결되는 것이므로 혐연권이 흡연권보다 상위의 기본권이다. 상하의 위계질서가 있는 기본권끼리 충돌하는 경우에는 상위기본권우선의 원칙에 따라 하위기본권이 제한될 수 있으므로, 흡연권은 혐연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에서 인정되어야 한다(헌재 2004. 8. 26. 2003헌마457 결정).”

 

담배는 흔히 기호식품으로 분류되지만, 담배연기 속에 많은 유해물질이 들어있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 자신과 다른 기호를 가진 타인을 배려하는 애연가가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 과태료: 행정상의 질서유지를 위해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에 부과되는 벌과금

● 벌금: 형법 등이 규정하는 죄(罪)를 저질렀을 경우 일정 금액을 국가에 납부하게 하는 재산형
● 과료: 벌금형과 동일하나 2천원 이상 5만원 미만을 지칭하는 형벌
● 구류: 경범죄 또는 의도치 않은 과실범죄에 대해 주로 내려지는 형벌로 30일 미만 복역하는 형벌의 일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