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에도 블랙박스가 있다면?
나의 안전사고 변호인,
블랙박스
통상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블랙박스는 항공기에 장착되어 비행 기록을 저장하고 추락사고 등이 발생할 경우 사고 원인을 밝히는 데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기술을 자동차에도 적용하고 있는 추세이다. 승강기에도 이러한 블랙박스가 도입된다면 어떨까?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블랙박스의 원리와 블랙박스에 적용된 기술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 글 / 이상훈 (영남이공대학교 교수)
승강기 안전사고 원인 규명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48분’이라는 시간의 기록은 우리에게 영원히 잊지 못할 순간이 되었다. 대한민국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부근 서해 상에서 발생한 인천발 제주행 국내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이 사건은 우
리에게 ‘안전’이라는 두 글자를 다시 한 번 상기하게 해준 사건이며, 사회 전반에 걸쳐 다시금 안전을 점검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승강기는 비행기, 선박, 그리고 자동차와 같이 사람을 이송하는 운송수단으로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시설물이다. 이러한 이유로 승강기는 안전사고에 대비한 다양한 안전장치들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안전장치 불량에 의한 승강기 중대 사고는 매년 크게 증가하여 2006년에는 90건이던 사고가 현재는 173건에 육박하고 있으며, 119구조대의 승강기 구조건수는 교통사고 및 화재사고 다음으로 세 번째로 높다.
승강기 안전장치는 사고 발생이 예상되는 상황을 예견하여 이를 예방하고자 설치되는 장치인 만큼 노후 또는 고장 등에 의한 작동의 실패는 인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러므로 사고 사항을 미리 예측하고 예방하는 사전 점검을 법적으로 의무화 하고 있지만 예기치 못한 안전사고의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승강기 안전사고 시 사고판정위원회와 같은 사고 조사를 통해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고 사고의 책임을 가리고 있다.
항공기 블랙박스 어떻게 작동하나
항공용 블랙박스
항공기 사고 발생 시 사고 원인 규명에서 가장 핵심적인 정보를 얻어낼 수 있는 것은 블랙박스다. 블랙박스는 공학 용어로 사용법이나 역할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내부 구조나 작동 원리가 숨겨진 장치를 뜻한다. 원래
블랙박스는 항공기 상태와 교신 내용을 기록하도록 해서 사고 후 이를 회수·분석, 항공기 사고 경위를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도록 개발된 것이다.
항공기 블랙박스는 추락에 의한 충격이나 침수, 화재에도 잘 견딜 수 있도록 매우 견고하게 제작되었다. 보통 블랙박스 크기는 길이 50㎝, 너비 20㎝, 높이 15㎝ 정도다. 재질은 강도가 매우 높은 반면 열전도율이나 열팽창
률이 작고 내식성(금속이 부식에 견디는 성질)이 뛰어난 강화 티타늄이나 스테인리스강을 사용한다. 때문에 열에 견디는 힘이 매우 강해서 1천100℃에서도 30여 분, 260℃에서 10여 시간을 견딜 수 있다. 또 자기 무게, 즉 중력의 3천4백배의 충격에도 견딜 수 있는 최고의 충격보호용기로 제작하고 있다.
블랙박스의 자체 배터리 수명은 6년이다. 만일 비행기가 바다나 호수 속에 빠졌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깊은 물 속에서 육안으로 블랙박스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주파수탐지기가 동원된다. 블랙박스 손잡이 옆에는 주파수 발신장치가 설치돼 있다. 만일 이 장치에 물이 접촉하면 내부에서 화학반응이 일어나 고유의 비상용 주파수(37.5kHz)가 30일간 발신된다.
통합 데이터 시스템 에이즈의 일부, 비행기록장치(Flight Recorder Data)
비행기록장치
FDR(Flight Data Recorder)은 비행기 내 각종 기계의 상태를 기록함으로써 사고가 발생한 시점에 비행기의 상황이 어땠는지를 종합적으로 알려주는 장치다. 초기에는 몇 가지의 주요 기본 사항(비행기의 고도, 속도, 기수방향, 수직가속도 등)만이 기록됐지만, 비행기가 대형화되고 내부 장치가 복잡해지면서 현재는 3백 개 이상의 데이터를 체크하도록 발전했다.
FDR은 비행기 내의 모든 데이터가 수록되는 항공통합 데이터시스템인 에이즈(AIDS, Aircraft Intergrafted Data System)의 일부다. 에이즈는 크게 비행데이터등록계기판(FDEP, Flight Data Entry Panel), 3축가속도계(Three axis accelerometer), 비행데이터습득장치(FDAU, Flight Data Acquisition Unit), 그리고 FDR로 구성된다. 정상적인 비행을 마쳤을 때 항공사는 에이즈에 저장된 모든 데이터를 일상적으로 점검한다. FDEP는 조종실 내에 장치돼 있다. 비행을 시작하기 전 승무원이 비행날짜, 항공회사 식별기호, 비행편명, 이륙할 때 비행기에 가해지는 무게 등을 기록한다.
3축가속도계는 기체 중심부에 부착돼 있다. 상하방향의 수직축, 전후방향의 세로축, 그리고 좌우방향의 가로축을 따라 비행기가 어떤 가속도로 움직이는지를 기록한다. FEDP와 3축가속도계에 기록된 데이터는 FDAU
로 전달된다.
이 외에도 FDAU는 비행기 곳곳에 설치된 대부분의 기계 장치들과 센서로 연결돼 있어 실질적으로 비행기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기록하는 역할을 맡는다. 블랙박스 FDR은 FDAU로부터 일부 중요한 데이터를 전달받
는다. ‘엔진이 언제부터 어느 정도로 과열됐는지, 조종사가 랜딩기어를 어느 지점에서 내렸는지, 뒷날개 꼬리 각도는 얼마였는지, 조종사가 자동장치로 운행 했는지’와 같이 사고 원인을 알려주는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
공하는 데이터를 기록한다.
흔히 사용되는 기록장치는 디지털 형태로 저장되는 테이프형이다. 수십 분의 1초 수준에서 각종 데이터를 기록하며, 25시간이 지나면 앞의 내용을 자동으로 지우고 새로운 내용을 다시 저장한다. 대체로 가로 12.4cm, 세로 19.3cm, 길이 49.8cm의 직육면체 상자에 담겨있다.
차량용 블랙박스의 특징
이에 비해 현재 차량용 블랙박스는 운행기록계에 비해 더욱 더 많은 종류의 데이터를 저장하며 사고 검출 및 분석 기능을 갖추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최근 차량용 블랙박스는 일정 기간의 차량운행기록, 사고 전후 일정 시간의 영상, 음성 데이터와 속도, GPS 및 자이로 센서를 이용한 궤도 데이터, 조향 각도뿐만 아니라 브레이크, 가속페달, 엔진 RPM, 전조등 작동 여부 등의 자동차의 운행기록 등을 저장하는 것으로 발전해가고 있다.
차량용 블랙박스의 핵심기술
▶ 사고 검지 기술
사고를 감지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통상적으로 운전석 또는 조수석 에어백을 위한 전방 충돌 센서, 측면 에어백 장착 차량은 측면 충돌센서 등을 이용하여 사고를 검지하며 이에 더해 전방 및 측방 가속도 센서를 이용한 충격량 계산방법을 사용한다. 또한 아주 경미한 사고(자동감지가 불가한 경우)의 경우는 운전자의 스위치 조작으로 사고감지 기능을 대신하여 전후 상황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도 있도록 하는 기능을 가지는 제품들도 있다.
▶ 데이터 저장 기술
차량용 블랙박스는 사고 전후의 다양한 데이터를 저장하고 이를 추후 분석을 하여야 한다. 따라서 사고 발생 후 데이터의 분석을 위하여 저장한 데이터를 백업할 수 있어야 한다. 사고 후에도 차량의 전원이 계속 공급
되는 상황이면 상관 없겠지만 사고 발생 시 전원의 계속적인 공급을 보장할 수 없으므로 별도의 배터리를 장착해서 차량전원이 차단되었을 때 전원공급을 계속할 수 있게 하기도 하며 지속적인 전원이 공급되지 않아도
데이터를 보존할 수 있도록 플래쉬 메모리를 많이 사용한다. 그러나 플래쉬 메모리는 SRAM, DRAM에 비하여 속도가 느리므로 영상데이터를 직접 저장하기에는 곤란한 점이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사고 후 일정시
간 이후까지 램에 저장한 후 플래쉬 메모리에 백업을 하거나 영상의 해상도 및 프레임 수를 낮춰서 직접 플
래쉬 메모리에 저장한다. 또는 데이터 크기를 줄이고자 하는 이유도 겸하여 영상데이터를 압축해서 저장하
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물론 영상데이터가 필수적인 저장 데이터는 아니므로 시스템의 구현방법은 다양
할 수 있다. 속도, 가속도, 핸들각, 페달 조작 여부, 전조장치의 동작여부 등의 정보는 차량에 이미 장착된 센서의 값을 직접 사용하거나 추후 장착하여 사용한다.
▶ 데이터 분석 기술
차량용 블랙박스에 저장된 각종 운행 데이터를 사용하여 사고 후 사고 상황 재연 및 분석 또는 운행 행태의 분석을 수행하기 위하여 PC 등을 기반으로 하는 데이터 분석 시스템이 요구된다. 이를 위하여 별도의 다운로딩 툴을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분석 소프트웨어도 제공되어야 한다. 물론 데이터의 다운로드 및 분석은 개인이 수행하기보다는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객관적인 수행을 하는 것이 신뢰성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데이터의 분석 및 복원을 위하여서는 저장된 영상의 재생, 애니메이션화를 통하여 확인하도록 할 수 있다.
좀 더 안전한 승강기를 위하여
사람들의 수직 주거 환경이 발달함에 따라 승강기는 사람들이 가장 빈번하게 이용하고 있는 이송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좀 더 안전한 승강기를 위하여 승강기 주요 부품 인증제를 통해 사전에 사고를 예방하고 있으며, 승강기사고조사판정위원회를 통해 사고의 원인과 책임을 판정하여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승강기 안전사고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사고 유형 또한 점점 위험해지고 있다.
실제로 2014년 2월 27일에는 고장 난 엘리베이터가 로켓처럼 치솟는 사고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와 같이 한 번 사고가 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승강기 사고 예방을 위해 승강기 주행 기록뿐만 아니라 주요 안전 부품들의 동작 상태를 기록하고 저장하는 승강기 블랙박스의 도입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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