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르래의 기술은 속도로 진화한다
현대엘리베이터가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 국내 최초로 분속 600m급 초고속 승강기를 설치, 운행하면서 한국 초고속 승강기 기록은 갱신되었다. 속도 전쟁을 통해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로서 진화 하고 있는 엘리베이터, 그 발전 과정과 과제를 살펴보자.
■ 글 / 이상훈(영남이공대학교 교수)
600m급 국내 최고 속도 승강기 등장
[그림 1] 도르래의 종류 및 원리
2014년 7월 9일은 현대엘리베이터가 한국 초고속 승강기 기록을 갱신한 날이 되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최근 동아시아 금융의 구심점 역할을 할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 국내 최초로 분속 600m급 초고속 승강기를 설치, 운행을 시작하였다. 이 엘리베이터는 지상 1층부터 최상층인 63층까지 단 42초만에 승객을 수송하며, 국제 금융인들이 모이는 장소인 만큼 티타늄 블랙 패턴으로 모던하면서도 격조 높은 내부 공간을 연출했다.
이전까지 국내에 설치한 가장 빠른 승강기는 분속 540m급이었다. BIFC는 지하 3층, 지상 63층(지상 289m, 연면적 19만7869㎡) 규모로 현대엘리베이터는 분속 600m급 2대를 비롯해 540m급 3대, 480m급 8대, 360m급 6대 등 초고속 승강기를 비롯해 총 32대의 엘리베이터와 14대의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했다.
이번에 설치한 600m급 승강기는 콤팩트한 사이즈로 공간효율을 높인 권상기와 최적의 응답성을 구현한 제어장치 등 핵심 기술은 물론 공기저항 저감을 위한 ‘유선형 캡슐 케이지’, 고속 운행시 진동을 최소화하는 ‘액티브 가이드 롤러’, ‘소음 저감형 특수 도어’에 이르기까지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됐다.
이들 기술을 바탕으로 현대엘리베이터는 현존하는 최고 건물인 부르즈 할리파(두바이, 지상 630m)에 설치한 승강기와 동급 속도를 구현했다.
최고의 속도는 또 다른 첨단 기술의 뒷받침 필요
[그림 2] 원시적 엘리베이터와 현대적 엘리베이터
현재 엘리베이터는 고층·대형 건물들이 등장하자 많은 승객을 빨리 실어 나를 고속·대형 승강기가 필요해졌다. 일반 아파트나 상가의 승강기는 대개 분속 60m(시속 3.6㎞)다. 승강기업계에서는 분속 360m(시속 22㎞) 이상 초고속 엘리베이터로 구분한다. 우리나라에서 운용 중인 승강기 가운데 가장 빠른 것은 앞서 언급한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의 분속 600m짜리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분속 1080m(시속 65㎞)의 세계 최고속 엘리베이터를 개발해 경기도 이천시에 있는 현대아산타워에 설치했다. 다만 이 엘리베이터는 아직 상용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박인선 현대엘리베이터 홍보팀 과장은 “대만 타이베이101 건물에 설치된 초고속 엘리베이터가 초속 약 17m(분속 1010m)여서 그보다 1초 빠른 초속 18m(분속 1080m)에 맞췄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승강기보다 18배 빠른 셈이다. 초고속 엘리베이터는 10㎜ 정밀도를 요구하는 위치제어장치, 비상정지장치, 이명 현상을 없애는 기압제어장치, 공기저항을 줄일 유선형 설계, 진동제어장치 등 일반 승강기와는 다른 첨단기술이 필요하다. 속도가 분당 1000m 이상이 되면 공기의 마찰과 와류(소용돌이) 때문에 진동이 발생한다. 이를 없애려고 유전자 알고리즘을 사용한 능동형진동제어장치(PPF)가 적용된다. 이는 유전자가 환경을 바꾸지 않고 적자 생존 하듯이 기계가 진동이 발생하는 원인과 정도를 스스로 인식해 반대진동을 일으켜 상쇄시키는 장치다.
이렇듯 현재 엘리베이터는 건물의 높이가 올라감에 따라 좀 더 빠르고 정밀한 속도제어 및 진동 제어 기술을 요구하고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도르래의 역할
지금과 같은 형태의 전동기에 의한 동력 발생 엘리베이터는 1880년 독일의 지멘스 회사가 제작하였다. 안전한 엘리베이터의 개발로 인하여 19세기 말경에는 건축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높은 건물들이 많이 생기게 되었으며, 1990년대 중반부터는 손으로 누르는 푸시버튼에 의한 엘리베이터가 나오게 되었다.
엘리베이터에 이용된 고정도르래와 그 작동원리는 다음과 같다. 엘리베이터가 운행하는 길의 가장 위에 고정도르래가 있으며 이 고정도르래에 두꺼운 로프(쇠줄)이 연결되어 있다. 로프의 한쪽 끝에 사람이나 화물이 탈 수 있는 승강기(car)가 연결되어 있으며, 맨 꼭대기에 있는 전동기, 즉 전기모터가 쇠줄을 풀었다 감았다 하면서 카를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쇠줄의 다른 쪽 끝에는 승강기의 무게와 거의 같거나 1.5배 정도의 무게인 평형추(균형추)가 연결되어 있다. 이 평형추는 승강기의 반대편에 위치하고 있어 전기모터의 부하를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엘리베이터의 무게와 균형을 맞춘다고 보면 되는 것이다. 평형추의 무게는 대체로 최대 정원의 40~50% 정도, 로프의 장력은 최대 정원 무게의 약 2배 이상으로 설계된다. 완충기는 엘리베이터의 로프가 끊어져서 승강기가 떨어졌을 때 그 충격을 완화시켜주는 장치이다.
엘리베이터에는 일반적으로 두 개의 고정 도르래가 사용된다고 볼 수 있는데 구동 도르래와 케이블을 지지시켜주는 도르래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전기모터(전동기)가 구동 도르래를 회전시켜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 경우 구동 도르래가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면 엘리베이터는 올라가고 반시계방향으로 회전하게 되면 엘리베이터는 내려가게 된다. 이 때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면 평행추는 내려가고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면 평행추는 반대로 올라가게 된다.
초고층 엘리베이터의 속도 향상을 위한 기술
엘리베이터의 속도를 높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고속용 엘리베이터는 기계, 전기, 설치 등 모든 관련 분야에서 상당히 수준 높은 기술을 요구한다. 무엇보다도 고속운전 시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엘리베이터를 안전하게 정지시키는 안전 장치는 반드시 확보되어야 한다.
초고속 엘리베이터의 핵심은 권상기(捲上機)로 원통형 동체에 쇠밧줄을 감거나 풀어 동력을 전달한다. 초당 10여m를 수직 이동하는 만큼 운행 중 공기 마찰과 진동을 줄이는 것은 필수. 엘리베이터 동체 상·하부의 모양을 항공기 기수(機首)처럼 유선형으로 제작해 밀폐된 공간 안에서 상승·하강할 때 발생하는 저항력을 극소화하고 있다. 동체 옆에 설치된 롤러에 합성고무인 네오 프렌을 입혀 진동을 줄이고 있으며, 미세한 흔들림을 없애려 300여m에 달하는 유도 레일을 일체형으로 설치해 직진도를 높이고 있다.
엘리베이터가 오르내릴 때 발생하는 진동을 줄이기 위한 ‘능동형 진동 제어장치’도 눈에 띈다. 실시간으로 좌우 가속도를 계측해 역방향 진동을 발생시켜 흔들림을 상쇄시키는 기술이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힌 뒤 탑승 공간 안쪽으로 문을 5㎜ 정도 밀어 넣고 밀폐시켜 마찰과 소음을 줄이는 방식도 개발됐다. 탑승객들이 순간적으로 귀가 먹먹해지는 현상을 막기 위해 엘리베이터 내부의 기압 변화를 5% 이내로 줄이는 시스템도 도입되고 있다. 초고속 장치를 제어하는 안전 장치의 발전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일정 속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동체 측면의 비상 정지 장치가 가이드 레일을 쐐기처럼 움켜쥐는 과속 제어기에는 섭씨 1000도 이상에서도 마찰력을 유지할 수 있는 특수 세라믹 소재가 사용된다.
똑똑한 엘리베이터 신기술 속속 등장
11KW 기어리스 권상기
승강기는 초기부터 에너지 효율 향상에 대한 문제에 직면해 왔다. 구동시스템은 1차 전압방식을 이용한 AC 2단 속도 제어방식에서, 그리고 1984년 인버터 구동 제어 방식으로 발전되어왔다. 이는 승강기에서 에너지 절감 효과에 특히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1970년대에서 1990년대로 오면서 12층 미만의 건물에 설치된 일반 승강기의 에너지 소비 수준이 약 32% 절감되었다. 추가적인 에너지 절감을 목표로 견인 장치(견인 모터)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어 왔다. 이러한 결과로 1990년대에 웜기어 방식에서 헬리컬기어 방식으로, 그리고 최근 무기어 방식으로 변화되어왔다. 또한 MG(Motor Generator) 구동기가 에너지 효율 높은 VVVF(Variable Voltage Variable Frequency) 구동기로 대체 되었다. 현재는 일반적으로 3상 영구자석 동기 모터(PMSM)가 승강기를 구동하는 데 사용된다.
3상 PMSM은 영구 여자 모터(excited motor)로서 매우 높은 전력 밀도, 효율성 및 높은 응답 속도를 제공하므로 대부분의 정밀 기계 설계 분야에 적합하며, 높은 과부하 용량도 갖추고 있다. PMSM은 대부분 유지보수가 필요하지 않으므로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 있다. 또한 PMSM은 전력 대 중량비도 유도 모터보다 높다. 전력 전자 및 마이크로 전자 분야의 발전으로 인해 고성능 구동 분야에도 PMSM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고속으로 운전할 때 센서 신호는 극히 짧은 시간에 On/Off 되므로 노이즈와 센서 신호를 구별해 내기가 까다롭다. 또한 고속 운전 시 발생되는 회생에너지는 저항을 통해서 방전시키기에는 방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때문에 고속 시스템에서는 반드시 저항 방전이 아닌 리젠 방식을 사용한 회생 에너지 처리 시스템이 요구 된다. 엘리베이터를 더 똑똑하게 만들기 위한 기술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엘리베이터 전문가에 따르면 승객의 조급함은 기다리는 시간의 제곱에 비례하고, 승객은 엘리베이터를 40초 이상 기다리지 않는다고 한다.
이에 승객의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 엘리베이터 프로그램 개발자들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시스템은 ‘목적지예고시스템’인데 승객이 1층에서 가고자 하는 층의 버튼을 누르면 엘리베이터 제어시스템은 여러 엘리베이터 중에서 가장 빨리 도착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를 보내게 된다. 승객은 자신이 가고자 하는 층이 표시된 엘리베이터를 타면 된다. 행선 층이 같거나 비슷한 승객들이 함께 타기 때문에 도착 시간과 에너지를 동시에 줄일 수 있다. 당연히 목적지예고시스템을 사용하는 엘리베이터 내부에는 층을 선택하는 버튼이 없다.
연일 급등하는 고유가와 기후 온난화를 타개하기 위해 전세계적으로 석유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국제적, 국가적 차원의 핵심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렇듯 에너지 문제의 해결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외 엘리베이터 업체들은 엘리베이터 운행 시 생성되는 에너지를 재사용할 수 있는 리젠 장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회생 전력 사용, 에너지 절감효과
리젠은 엘리베이터가 상승하거나 하강할 때 균형추보다 무거운 카가 중력방향으로 하강하는 경우와 또는 균형추보다 가벼운 카가 상승할 때 권상기의 모터가 발전기로 작동해 전기를 생산하게 된다. 기존 엘리베이터는 이런 원리에 의해 발전된 전기에너지를 제어반에 장착된 저항기를 통해 열로 태워 버렸으나 리젠은 버려진 전기에너지를 주전원으로 되돌려줘 또 다른 전기공급원을 만들어 준다.
인간을 수송하는 이동수단으로서 엘리베이터는 보다 빨리 동작하기 위해 첨단기술과 다양한 서비스뿐 아니라 보다 안정되고 고장이 없는 시스템으로 발전이 더 시급한 과제라 할 수 있다. 향후에는 현재까지 개발돼 있는 초고속 엘리베이터의 속도 향상을 위한 다양한 기술들을 최대로 활용하는 한편 이를 첨단기술과 접목시켜 시스템의 신뢰성을 향상시킬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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