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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로 주고 말로 받을 뻔한 승강기 하자소송

되로 주고 말로 받을 뻔한

승강기 하자소송 

 

 

 

아파트 관리소장을 하다 보면 크고 작은 소송에 휘말리기도 하고 이를 처리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A아파트 관리소장으로 갔을 때 여러 가지 어처구니 없는 일을 전임자로부터 떠안았는데 그 중에 한 건이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한 엘리베이터 회사와의 하자 소송이었다.

 

■ 글 / 장현식 (현 공동주택관리사/ 「머리철새의 울음소리」, 「머리철새 둥지를 틀다」 저자)

 

 

 

승강기 유지보수 업체까지 바꾸고 소송


전기주임으로부터 내용을 들어 보니 입주한지 일년 반 만에 당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다른 동별 대표자의 의견은 무시하고 승강기 회사에 변상 청구를 한다면서 송장을 법원에 접수했다고 한다. 한 아파트에 승강기가 설치되면 승강기 회사가 책임지고 인명사고 시 대처하는 「책임 보상 보험」을 3년간 가입해서 경력 있는 관리소장들은 이것을 근거로 해서 하자를 무상처리하곤 했는데 이번에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지금은 승강기 설치 시 세 번에 걸친 세밀한 운행 검사로 입주를 받은 후 별로 고장 신고가 많지 않다. 하지만 당시에는 입주 시 고장이 잦았다. 그 고장이라고 하는 것은 대부분 중요한 부품이 망가지는 것이 아니고 버튼이 박혀서 나오지 않는다거나 카·레일 로드에 이물질, 모래 등이 많이 쌓여 간단한 고장을 자주 일으키는 것이었다.


그런데 소송의 주 원인을 들어 보니 하필이면 당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사는 곳 승강기가 자주 고장이 났고 어떤 때는 회장이 이용할 때도 고장이 자주 나 있었다. ○○엘리베이터 직원을 부르면 당장 달려오지 않으니 늦게 온 ○○엘리베이터 기사를 불러 몇 번 호통을 치다가 이런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 것이었다. 그리고는 승강기 유지보수 회사도 교체해서 이 회사가 승강기 보수를 하고 있었다. 관리소장이 두려운 것은 이 업체가 승강기 고장 시 부품 교체가 필요할 때 어느 제품을 쓰느냐 하는 것인데 이런 것도 고려하지 않았던 터였다.

 

 

보나마나 패소, “없던 일로 해주세요”


○○엘리베이터 회사는 국내에서 알려진 회사라 고문변호사가 이 사건을 맡아 답변서 제출 등을 감당하고 있었고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변호사 선임도 없이 이 건을 진행하고 있었다.출근하여 얼마 후 현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의 위임장을 받아 변론기일에 법정에 원고로 참석을 했다. 판사는 피고 측 변호사가 제출한 서류와 원고측 기 제출한 서류를 검토해 보더니 ○○엘리베이터 회사가 승강기를 관리했던 기간과 교체 후 맡은 회사가 관리한 기간 6개월의 하자접수 현황을 정해준 기일까지 제출하라고 했다. 그리고 다음 변론기일을 정하여 알려주었다.


관리소로 돌아와 전기주임을 불러 법원에서의 일을 알리고는 현황 조사를 하도록 했다. 하자접수 수치 현황을 보니 ○○엘리베이터 회사의 하자 접수분보다 바뀐 업체의 하자 접수분이 훨씬 많은 것이었다. 이건 보나마나 패소 판결이 날 것임에 틀림없었다.현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에게 전화로 이 사실을 알리고 양해를 구바로 ○○엘리베이터 회사 출장소장을 불렀다.


“현 입주자대표회의에 안건으로 상정하여 다시 ○○엘리베이터 회사가 유지보수 용역을 맡도록 하고 소송을 취하 할 터이니 그 동안의 소송비용 인지대등 없었던 것으로 하고 3년차 하자를 종결하도록 하자”고 설득했다. 다행히 출장소장이 본사와 업무협의를 하고는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약속대로 이행한다면 없던 일로 하겠다고 알려와 바로 긴급 입주자대표회의를 열고 그간의 승강기 하자접수 현황을 안건 자료로 제출하고 회장이 재판 진행 개요를 설명하고 의견을 물으니 만장일치로 소송을 취하하고 원래대로 승강기 유지보수를 해서 3년차 하자 종결을 하기로 의결되었다.


의결된 다음 날 출장소장을 불러 이 사실을 알렸고 소 취하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출장소장이 거의 일년을 다른 업체가 손대었던 승강기 전 호기를 상세히 조사해 보니 다행스럽게도 부품상 크게 걱정할 일은 없을 것 같다는 답변을 해와 안심했고 3년차 하자를 잘 마무리 했다. 과연 특별한 사건 아니고는 소소한 고장율을 가지고 승강기 소송까지 가야 되는지 곱씹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