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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 날리는 오싹한 승강기 안의 공포, 데블

 

무더위 날리는 오싹한 승강기 안의 공포
데블

 

 

이번 호에 소개할 영화는 2010년도에 개봉되었던 「존 에릭 도들」감독의 「데블(Devil, 2010)」. 무더운 여름, 더위를 싹 날려 버리기에 딱 좋은 공포 스릴러이자 미디어 속 승강기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영화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장소가 엘리베이터이다 보니 다양하고 풍부한 엘리베이터 관련 장면이 나온다. 글 이동희(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서울동부지원장) 사진 네이버영화

 

 

 

 

 

제작자 덕분에 개봉 전부터 화제 됐던 작품

「데블(Devil, 2010)」은 제작자 덕분에 개봉 전부터 더 화제가 되었던 영화로 1999년 「식스 센스」 한 편으로 일약 할리우드의 기대주로 급부상 했던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제작을 맡아 지휘한 작품이다.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을 했던 「식스 센스」는 당시 엄청난 호평을 받았고, 샤말란 감독을 거장의 반열에 올려놓았던 그의 필모그래피다. 「식스 센스」의 반전과 전율은 아직까지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동양적인 통찰력과 4차원을 넘나드는 그의 식견은 영화 곳곳에서 배어 나온다. 이후, 특별한 히트작이 없던 그가 야심 차게 기획하고 내놓은 작품이 「나이트 크로니클」 3부작 시리즈 중 첫 번째 작품인 「데블(Devil, 2010)」이다. 「나이트 크로니클」의 이후 전개와 후속작에 대한 예고는 없었지만 그의 시리즈 첫 작품은 나름 매력적이다.


영화의 장르가 ‘공포’이다 보니 팩트(fact)가 아닌 장면(검사기준과 위배되는 장면: 현실적으로 구현 불가능한 화면)이 많지만, 그런 옥에 티를 빼고 본다면 안전교육 강의 교재로도 손색 없을 정도이다. 장르의 특성을 배제하고 감상한다면 승강기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굿 무비다.

 

 

 

무대기계실, 중앙관리실, 피트… 시종일관 엘리베이터

필라델피아 어느 고층건물 35층에서 창문으로 투신하는 사망사건이 발생한다. 보든(크리스 메시나분)형사는 현장에 출동하게 되고, 이 고층건물의 엘리베이터 6호기에 각자의 비밀스런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다섯 명의 사람이 탑승한다. 이들이 탑승한 엘리베이터는 출발하자마자 곧 고장으로 멈추게 되고, 오늘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폭력전과가 있는 흑인 임시직 경비원, 꽃뱀 젊은 여자, 매트리스 매니저인 곱슬머리 남자, 지갑 소매치기 중년부인, 면접을 보러 온 수리공 남자. 이 다섯 명이 탄 엘리베이터엔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전등이 깜박 깜박거린다. 중앙감시반의 안전요원들은 엘리이터의 고장을 감지하고 이들을 주시하고 있다.

 

 

 

갇힘에 대비한 매뉴얼, ‘비상통화장치를 눌러 주세요’

 

영화를 보다 보면 어이없는 장면이 너무 많이 나온다. 우선 공포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비상등의 존재를 아예 무시해 버렸다. 엘리베이터는 정전 시에도 비상등이 들어오게 되어 있다. 요즘은 대부분 LED등으로 교체해 조도가 10lux 이상 나오는 현장이 허다하다. 영화같이 데블의 활동을 허락해주는 어두움은 실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1시간 동안의 한계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갇혀있던 사람들이 당황하며 허둥거리는 장면이 많이 그려지는데, 엘리베이터에 갇히게 되면 즉시 비상통화장치를 꾹 눌러야 한다. 그리고 조용히 전문가의 구조를 기다리면 된다. 숨을 쉬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공기가 통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점검자가 기록되어 있는 필증, 전문가가 아닌 빌딩 직원이 구출을 시도하다 사고가 나는 장면, 후반부에는 비상정지장치가 물리는 장면 등 정말 다양하고 풍부한 엘리베이터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 공포의 대상이 아닌 관계를 이어주는 연결고리

 

아쉬운 점은 공포물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마냥 위험하고 무서운 엘리베이터로 그려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엘리베이터는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문명의 이기다. 잘 점검하고 바르게 타고 다닌다면 이보다 더 좋을 친구는 없다. 또한, 엘리베이터 내부는 또 하나의 만남의 공간이다. 이웃끼리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밝은 미소와 상냥한 배려(내리고 나서 타고, 열림 버튼으로 문을 잡아주고, 뛰어오는 사람 기다려 주는)는 또
하나의 관계를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될 것이다 엘리베이터는 그런 곳이다.

 

 

 

 

 

 

영화가 전해주는 메시지 ‘인과응보(因果應報)’

수리공(로건마샬그린 분)의 정체가 5년전 보든(크리스 메시나분)형사의 아내와 아들을 치어 죽인 뺑소니 범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영화는 결말로 치닿는다. 자신의 죄를 깨닫고 진심으로 뉘우쳐 데블의 손아귀에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부지한 수리공. 죄 짓고는 마음 편히 살 수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제작자 M. 나이트 샤말란은 그렇게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