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사람은 못 타는 스릴 넘치는 승강기
순환 방식 엘리베이터 ‘파터노스터’
문이 열린 채로 엘리베이터가 움직였다면 이것은 분명 메인 뉴스 감이다. 움직이는 카 안으로 뛰어 들어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다면 승강기 안전교육을 다시 받아야 할 사람이다. 하지만 독일에는 꼭 이렇게 타야만 하는 승강기가 있다. 오픈도어형 순환 방식 엘리베이터, 바로 ‘파터노스터’ 이야기이다. 글 편집부
베를린 쇠네베르크 시청(Schoneberg Rathaus)에 설치된 오티스 社의 파터노스터.
이 빌딩은 1914년에 지어졌으며 2차세계대전 때 파괴되어 1950년대에 복원되는 과정에서 파터노스터가 설치되었다.
파터노스터를 향한 독일인들의 위험한 사랑
학창시절 체육대회에서 빠지지 않던 종목인 단체줄넘기는 계속해서 돌아가는 줄넘기 속으로 한 명씩 들고 나는 놀이이다. 들고 날 때 타이밍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줄에 걸려 그 팀은 지게 되니 제 차례가 되었을 때의 그 긴장감은 이 놀이를 해본 이라면 모두가 기억할 것이다.
유럽에는 마치 단체줄넘기를 탈 때와 같은 스릴을 느끼며 탑승하는 승강기가 있다. 두 대의 승강기가 계속해서 쉬지 않고 움직이는 순환 방식의 엘리베이터, ‘파터노스터(paternoster)’가 바로 그것이다. 20세기말까지 유럽의 사무용 빌딩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승강기로 이제는 일반 엘리베이터로 대체되면서 희귀한 유럽의 명물로 자리잡았다.
파터노스터에는 문이 없다. 이 상태로 건물의 층과 층 사이를 쉬지 않고 순환한다. 한 대의 승강기는 올라가고 다른 한 대의 승강기는 내려가며 체인이 돌 듯 계속해서 움직인다. 각 층의 사람들은 천천히 움직이는 이 오픈형 엘리베이터에 타이밍을 맞춰 올라 탄다. 열린 엘리베이터 밖으로 각 층을 그대로 볼 수 있다. 각층을 구분하는 천장과 바닥면은 마치 필름을 보듯 장면을 구분한다.
지금의 엘리베이터가 문이 없는 형태로 운행된다고 상상해보자. 생각만해도 아찔한 상황이지만 놀랍게도 유럽에서는 지금도 이 형태의 엘리베이터가 운영되고 있다. 특히 독일인들의 파터노스터 사랑은 각별하다. 안전성 면에서 끊임 없이 이의가 제기되어 독일 정부도 법적으로 파터노스터의 운행 중지를 시도해 왔지만 파터노스터를 사랑하는 골수 팬들 때문에 번번이 무산되어 왔다.
독특한 운행 방식, 노약자에게는 위험한 승강기
승강기를 움직이는 둥근 루프가 신부의 묵주를 닮았다고 하여 ‘우리 신부님’이라는 뜻의 라틴어 ‘파터노스터’로 불리게 된 이 승강기는 1855년 영국 엔지니어인 프레드릭 하트가 특허를 출원했고 1864년 독일 함부르크에 처음 들어오게 되었다. 승강기를 기다릴 필요 없이 일정한 속도로 연속해서 돌고 있는 파터노스터는 효율성을 중요시 하는 독일인들에게 안성맞춤이었던 모양으로 초당 0.3m를 움직이니 지금의 엘리베이터보다 상당히 느린 편이다. 그런데 위키백과에 의하면 1970년과 1993년 사이 파터노스터를 이용하다가 사고로 5명이 사망하였다고 한다. 2012년에는 81세의 노인이 카에서 떨어져 사망하는 사고도 일어났다.
파터노스터의 속도가 아무리 느리다고 해도 문이 열린 상태로 움직이다 보니 특히 노약자들에게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여지가 많다. 때문에 독일에서는 1974년 새로운 파터노스터 설치를 금지했고 1994년에는 기존 운행되고 있는 파터노스터를 전면 중지하려 했지만 큰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고 지금까지도 파터노스터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있어 이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6월 1일에도 사용법 훈련을 받은 숙달된 직원들만 파터노스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새로운 안전 규정이 시행되었지만 거센 반발이 있어 파터노스터 운행 기관이 적절한 안전 조치를 취할 경우, 누구나 파터노스터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정도의 내용으로 한 발 물러선 개정안이 발표되었을 정도. 대다수의 공공건물에서 파터노스터 운행은 중단되었지만 2015년 현재까지도 독일에서 운행되는 파터노스터는 231개(위키백과)로 여전히 독일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파터노스터가 개발된 지 올해로 꼭 160년이지만 파터노스터를 아끼는 팬들의 사랑의 힘으로 독일뿐 아니라 영국, 러시아, 벨기에, 스리랑카 등에 극소수가 아직 운행되고 있다. 이제는 부품을 구하기도 힘들어 유지관리에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고 하는데 그들이 파터노스터를 언제까지 지켜낼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
사진 출처 위키백과
자료 참고 위키백과, The Wall Street Journal 6월 29일자 「문 없는 엘리베이터 ‘파터노스터’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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