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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의 촬영·녹음도 범죄가 된다

변호사가 들려주는
생활법률 이야기

 

스마트폰의 촬영·녹음도 범죄가 된다

 

요즘 출시되는 모든 스마트폰에는 고화질 카메라와 고성능 녹음기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간직하고 싶은 풍경을 언제 어디서든 촬영할 수 있고, 애인의 전화 목소리를 녹음해 두고두고 들을 수도 있다. 하지만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촬영과 녹음은 범죄행위가 될 수도 있다. 이번 호에서는 스마트폰의 촬영, 녹음과 관련된 범죄 유형을 살펴보자.


■ 글 / 이은수(법무법인 ‘지우’ 변호사)

 

 

 

공개되지 않은 대화의 녹음: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통신비밀보호법은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타인간의 대화’가 문제되는 것이므로, 본인이 당사자가 된 대화를 녹음한 경우는 처벌의 대상이 아니다.

 

여기까지만 들어보고 위 사례 중 유죄, 무죄를 가려보자. [사례1]은 유죄, [사례2], [사례3]은 무죄다. [사례1]을 먼저 보자. A는 옆 테이블의 커플이 나누는 대화의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동의 없는 대화 녹음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행위이다. 이처럼 녹음하는 사람이 대화 당사자의 일원인지 여부가 핵심이다.


[사례2]의 경우, B는 비록 몇 마디 거들었을 뿐이지만 명백히 대화의 당사자이기 때문에 무죄인 것이다. 이와 유사한 흥미로운 사례가 있었다. 모 택시기사가 택시 내에 설치된 캠카메라로 승객들과 나눈 대화를 승객의 동의 없이 인터넷 방송으로 내보낸 사건이다. 이때 택시기사는 주로 승객들에게 질문을 했고, 승객들은 질문에 응하면서 적극적으로 본인의 신상에 관련된 이야기를 했다. 이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3인 간의 대화에서 그 중 한 사람이 상대의 발언을 녹음·청취한 것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하여 택시기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대법원 2014.5.16. 선고 2013도16404 판결).


이제 [사례3]의 경우는 쉽다. C는 광수와의 대화 당사자 중 한 사람이므로 당연히 무죄다. 실제로 많은 민사, 형사 사건에서 상대방 동의 없이 녹음된 통화 내용이 증거로 제출되고, 유무죄의 증거로 쓰인다. 그런데 의뢰인 중에는 [사례3]과 같은 경우에도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야만 녹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고 되묻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말을 주고받는 대화의 본질상 대화는 당연히 청취할 수 있어야 하고, 청취할 수 있다면 녹음할 수도 있다. ‘이건 비밀이야’ 라고 상대방에게 주의를 준 경우에조차 그것을 공개한다고 하더라도 신뢰를 깨뜨린 행위에 대하여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는 있을지언정 법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다.

 

 

 

동의 없는 대화 녹음은 손해배상 책임으로 이어질 수도

주의할 점은 동의 없는 녹음이 형사상 죄가 되지 않더라도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수원지방법원은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음성이 자기 의사에 반하여 함부로 녹음되거나 재생, 녹취, 방송 또는 복제·배포되지 아니할 권리를 가진다”고 말하며 이른바 ‘음성권’을 인정하고, “동의 없이 전화통화 상대방의 통화내용을 비밀리에 녹음하고 이를 재생하여 녹취서를 작성하는 것은 헌법 제10조 제1문과 제17조에서 보장하는 음성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하여 동의 없이 통화를 녹음한 피고에게 300만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였다(수원지방법원 2013. 8. 22. 선고 2013나8981 판결).

 

한 가지만 더! 강연을 듣는 청중이 강연 내용을 녹음한 경우 역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아니다. 강연은 공개된 대화이고, 청중은 강연이라는 대화의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라는 까다로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하자.

 

 

 

OO남, OO녀 제보 동영상, 초상권 침해와 명예훼손 문제에 주의해야

개똥녀, 분당선 만취녀, 버스 패륜남 등, 인터넷 상에는 특정인을 찍은 동영상, 사진 등과 함께 OO남, OO녀라는 말이 많이 떠돈다. 스마트폰 문화가 만들어낸 신조어다. 도덕적으로 비난 받을만한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 주의할 점이 있다. 상대방의 동의 없이 얼굴을 촬영한 행위라는 점에서 ‘초상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인터넷 상에 공연히 이를 공개했다는 점에서 형법상 ‘명예훼손’이 문제될 소지도 있다.

이제는 현대인에게 필수품이 되어버린 스마트폰. 하지만 스마트폰을 얼마나 ‘스마트’하게 사용하는지는 사용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