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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강기안전 스토리텔링 공모전 우수상 당선작 <승강기 이용할 때 ‘엄마’의 심정이 되어 보세요>

승강기안전 스토리텔링 공모전 우수상 당선작

<승강기 이용할 때 ‘엄마’의 심정이 되어 보세요>

지난 해 ‘2014 승강기 안전의 날’을 기념하여 ‘승강기안전 스토리텔링 공모전’이 진행되었다. 지난 호 엘에스터에 최우수작 전문을 게재한 데 이어 수필 부문 우수작인 정보미 씨의 <승강기 이용할 때 ‘엄마’의 심정이 되어 보세요> 전문을 소개한다.


■ 글 / 정보미

 

 

‘아아... 무서워서 에스컬레이터 못 타겠어... 차라리 계단으로 갈까?’


작년 이맘 때, 임신 중이라 한껏 부른 배를 안은 채 나는 지하철 역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고 서
있었다. 무거운 배 때문에 균형 잡기가 힘든 데다, 첫 임신이라 매사에 한창 조심스럽던 시기였기 때문에 평소엔 무심코 이용하던 에스컬레이터가 새삼 위험해 보였던 것이다. 특히 내려가는 쪽 에스컬레이터는 속도도
더욱 빠르게 느껴지고 자칫 발을 헛디딜 것 같아 눈앞이 아찔하기까지 했다.


임신한 이후 생긴 ‘승강기 공포증’으로 인해 편리한 에스컬레이터를 두고도 옆에 있는 계단을 이용한 적도 꽤
있었다. 하지만 임신 중기부터 나는 조산기가 있어 활동을 최대한 조심해야 했고, 매일 지하철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상황에서 계속 계단으로 오르내리는 것은 무리였다.


나는 결국 손잡이를 꼭 붙든 채 조심스럽게 발을 에스컬레이터 계단 위에 올려놓았다. 스르륵~ 부드럽게 내려가는 승강기… 오랜만에 타서 그런지 더욱 편리하게 느껴졌다. 이 편한 것을 두고 괜히 계단으로 오르내렸구나 하고 마음을 놓으려는 찰나, 뒤에서 쿵쿵대며 걸어 내려오는 청년! 그 뒤를 줄지어 연신 뛰거나 걷거나 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내 옆을 스쳐가고, 뭐가 그리 급한지 아예 나를 치고 지나가는 사람들까지… 역 승강장으로 내려오는 몇 초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예닐곱 명은 넘는 사람들이 내 옆을 위협적으로 지나갔고, 나는 다 내려올 때까지 바짝 긴장한 채 에스컬레이터 손잡이를 부서져라 붙들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두 줄 서기’가 시작된 지도 꽤 됐는데, ‘에스컬레이터 위에서는 뛰거나 걷지 말자’는 안내문구도
붙어있고 방송까지 나오고 있는데,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당연한 듯이 한 쪽을 비워두고 그쪽으로 뛰어 내려
가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 나 역시도 아기를 갖기 전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에스컬레이터를 계단 내려오듯 척척 걸어 내려
온 적이 꽤 있었다. 손잡이도 잡은 적이 거의 없다. 승강기 이용은 너무 흔한 일상이었기에 안전 문제에 둔감했던 것이다. ‘반드시 안전하게 지켜야 할’ 생명이 뱃속에 자리 잡으면서 비로소 안전에 눈뜨게 된 것이다.


게다가 임신으로 인해 배가 무거워져 몸의 균형감이 떨어져 몸이 마음대로 안 움직여지다 보니, 자칫 실수로 사고라도 날까봐 더더욱 승강기 안전에 유의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승강기를 이용할 때마다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였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승강기를 위험하게 이용하고 있어서 불안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내가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에스컬레이터에서 누군가 뛰어 내려가면서 나를 쳐 넘어뜨린다면? 내가 엘리베이터에 타려고 하는데 다른 사람이 확인도 안 한 채 문을 닫아 끼어버린다면? 속수무책이지 않은가. 나는 임신해 있는 잠깐 동안만 불편했던 것이지만, 장애가 있거나 연세가 많아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은 평소 승강기를 이용할 때 안전을 지키지 않는 다른 이들로 인해 많이 불안할 것 같다. 보통 사람들도 사고를 당할 수 있지만, 신체적으로 약한 사람, 승강기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이들은 부주의하게 승강기를 이용하는 사람들로 인해 피해를 볼 확률이 더 클 것이기 때문이다.

 

승강기를 안전하게 이용해야 하는 이유는 나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승강기를 이용하는 다른 모든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임신한 상태였을 때, 작은 생명이 자라고 있는 배를 소중히 감싸 안은 채 조심스럽게 에스컬레이터 위에 발을 올려놓던 순간을 다시 떠올려 본다. 당시 나는 뱃속 아기와 나의 안전을 위해 노란 안전선 안쪽으로 살포시 발을 올려놓고, 손잡이를 단단히 쥐고, 가만히 서서 최대한 안전하게 승강기를 이용했다.

 

아기를 안고 다니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기와 함께 외출하게 되면 하루에 몇 번은 꼭 승강기를 이용하게 되는데, 내 품에 안고 있는, 아직은 한없이 작고 연약한 이 아기가 행여나 내 실수로 인해 다칠까봐 조심 또 조심하는 것이다.


승강기는 분명 우리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편리하고 고마운 존재다. 내 경우 지하철 역에 에스컬레이터가 없었다면 임신한 몸으로 매일같이 출퇴근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각종 시설에 엘리베이터가 없었다면 무거운 유모차를 끌고 다닐 엄두도 못 냈을 것이다. 이 편리함을 모두 함께 즐겁게 누리기 위해서는 승강기를 이용하는 모든 이들 각자의 안전의식이 꼭 뒷받침되어야 한다.


소중한 생명을 품고 살금살금 한 발 한 발 내딛는 임산부처럼, 작고 연약한 아기를 꼬옥 안고 조심스럽게 주의를 기울이는 엄마처럼, 승강기를 탈 때 내 품 안에 꼭 지켜야 할 소중한 존재가 있다고 상상하고 이용해 보면 어떨까? 나 자신도, 내 앞뒤나 옆에 있는 사람도, 모두들 누군가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존재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승강기를 이용할 때에도 이 사실을 기억하고, 소중한 우리 모두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엄마’의 심정으로 조금씩 더 주의를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