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컬레이터 조명의 숨은 기능

에스컬레이터 조명의 숨은 기능

글. 허윤섭(한국승강기안전공단 안전기술연구처장)

우리가 일상에서 대수롭게 봐온 것들이 어느 날 문득 새롭게 느껴지기도 하고 미처 깨닫지 못한 중요한 기능을 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에스컬레이터에도 일반인은 잘 모르지만 안전을 위해 묵묵히 자기 역할을 수행하는 것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조명이다.
이번 호에는 에스컬레이터의 다양한 조명과 그 기능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데마케이션 조명(Demarcation Lights)

에스컬레이터에 탑승할 때 수평구간에서 움직이는 계단(디딤판) 틈새로 초록색 불빛이 새어 나오는 것을 보고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이 있는데, 이 조명은 승객이 디딤판 사이 경계선을 쉽게 인지하도록 하여 안전하게 발을 위치시킬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경사부로 전환 시 넘어지는 위험을 최소화한다. 특히 고령자와 저시력자에게 유용하다. 또한 에스컬레이터의 디딤판 사이에 이물질이 끼어 있는 경우 디딤판의 파손을 유발시켜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이를 발견하고 제거해야 하는데 유지관리하는 사람이 이물질의 끼임 여부를 확인할 때도 도움이 된다. 이 데마케이션 조명은 상부와 하부, 승·하차부에 모두 설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콤 조명(Comb Lights)

에스컬레이터의 움직이는 계단(디딤판)이 승강장에서 나오거나 들어가는 경계에는 콤(Comb)이라고 하는 노란색(또는 빨간색)빗살을 설치하여 디딤판 윗면의 이물질을 걸러 내거나 승객의 발이 끼어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기능을 한다. 콤 조명은 그 경계를 명확하게 승객이 인지할 수 있도록 밝게 비춤으로써 안전하게 승·하차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조명은 콤에 가까운 내측 벽면(스커트 가드) 또는 콤과 나란히 설치한다. 참고로 콤을 포함한 승강장의 조도는 콤의 경계선에서 측정하고 50lx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스커트가드 조명(Skirt Guard Lights)

에스컬레이터 계단(디딤판)과 인접한 내측 벽면(스커트가드) 패널에 연속적으로 설치한 조명으로 계단의 가시성을 향상시키고 발이 끼기 쉬운 내측 벽면 사이의 계단과 틈새를 인식하기 쉽도록해서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이 조명은 일반화되어 있지는 않기 때문에 흔히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핸드레일 조명(Handrail Lights)

에스컬레이터의 핸드레일(손잡이) 아래에 전 길이에 걸쳐 연속적으로 설치하는 조명으로서 심미성을 주기 위해 설치하기도 하지만 디딤판 전체를 밝게 하여 주변상황을 잘 보이게 하고, 움직이는 핸드레일과 난간의 구분을 쉽게 하여 고령자 등이 손잡이를 쉽게 잡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렇듯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무심코 지나친 것에도 소중한 의미가 담긴 경우가 많이 있다.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 때 보이는 조명 뿐만 아니라 곳곳에 담겨있는 위험요소에 대해서도 잠시나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