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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생명들이 가득한 소우주 - 창녕의 여름

작은 생명들이 가득한 소우주

창녕의 여름

 

짙푸른 녹음이 드리워진 요즘 대지는 싱그러움이 가득하다. 경남의 중심지, 창녕땅으로 가는 길. 창녕은 ‘경남의 경주’라 불릴 정도로 볼거리(문화유적)가 많은 고장이다. 여기에 생태계의 보고로 불리는 우포늪은 창녕의 얼굴로 오랜 세월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 글 / 김초록 (여행작가)

 

 

travel tip
가는길: 영동고속도로 여주 분기점-중부내륙고속도로 창녕 나들목-20번 국도(합천 방면)-오리정 사거리 좌회전-갈전 삼거리 좌회전-1080 지방도로-소목마을 입구-우포늪, 경부고속도로 금호 분기점-구마고속도로 창녕 나들목 좌회전-국도 24호선-창녕여중-화왕산 입구(송현동 고분군). 창녕읍내에서 화왕산 자하문 매표소까지는 차로 5분 거리. 화왕산군립공원 자하곡매표소(055-530-2497). 옥천 매표소(055-530-2498)로 바로 가려면 창녕 나들목으로 나와 5번 국도를 타고 계성면 소재지에서 옥천리로 들어가면 된다. 이정표 있음. 중부내륙고속도로 영산 나들목으로 나오면 연지, 만년교, 영산 석빙고 등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서울, 부산, 마산, 창원, 대구 등지에서 창녕행(부곡) 버스 수시 운행. 창녕시외버스터미널(055-533-4000).

 

 

 

 

 

우포늪의 여름


후덥지근한 바람을 마시며 창녕에 다다르니 보이는 건 온통 녹색의 자연이다. 길손의 발길은 먼저 창녕읍에서 서쪽으로 약 8킬로미터쯤 떨어져 있는, 힘찬 생명의 자맥질이 들리는 우포늪으로 향한다. ‘살아있는 자연사 박물관’ ‘생태계의 고문서’로 불리는 자연이 가장 잘 살아 있는 곳이다. 창녕군 대합면과 이방면, 우어면, 대지면 일대에 걸쳐 있는, 51만평의 광활한 자연늪지는 문명의 손이 닿지 않은 ‘원시’의 분위기를 그대로 풍긴다. 해수면이 지금보다 높았던 1억4천만 년 전에 만들어진 우포늪은 우포를 포함해 목포, 사지포, 쪽지벌 등 4개의 늪지로 나눠져 있다. 가늠할 수 없는 깊은 역사도 역사려니와 이 4개의 늪지를 합치면 무려 2314㎢(70여만 평)에 이른다.


우포늪 주변에는 모두 13개의 마을이 옹기종기 붙어 있는데, 주민은 2천3백여 명으로 일부 주민은 우포늪에서 고기를 잡기도 한다. 우포늪에서 지금까지 확인된 동식물은 수백 종에 이른다. 마름, 자라풀, 노랑어리연, 창포, 갈대, 줄, 생이가래, 가시연, 버드나무 같은 수생식물과 곤충, 물고기, 새 등도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다. 이 같은 수많은 수중 동 식물들은 수질 정화에 뛰어난 효능을 발휘, 늪지를 보호한다. 전문가들은 우포늪이 수천억 원을 들여 건설한 댐과 맞먹는 물 저장고 역할을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우포늪을 탐방하기 전에 생태관(www.upo.or.kr 055-530-2690)을 찾으면 우포늪을 좀더 빠르고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단체 탐방객들은 생태해설사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또한 창녕교육청에서는 우포늪에 대한 사진, 동영상, 일러스트, 학습자료 등을 체계적으로 보여주는 우포생태교육원(http://upo.educn.kr)을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는 늪의 식생과 역사를 직접 보고 체험에도 참가할 수 있다.

 

또한 ‘푸른우포사람들’(055-532-8989)에서는 늪 체험장을 운영하고 있다. 주민이 고기잡이할 때 사용하는 쪽배와 뗏목을 타고 물고기, 우렁이 등을 잡아볼 수 있다. 우포늪생태관에서 빌려주는 자전거를 이용하면 우포늪을 편리하게 돌아볼 수 있다. 우포늪 생태관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관하며 입장료는 어린이 1천원, 청소년과 군인은 1천500원, 어른 2천원이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우포늪에는 3군데의 탐방코스가 열려 있다. 생태관-대대 제방-전망대-숲탐방로 1길-생태관(1시간 코스), 소목마을 주차장-숲탐방로 3길-목포 제방-우만 제방-푸른우포사람들-소목마을 주차장(2시간 코스), 생태관-대대 제방-사지포 제방-숲탐방로 2길-소목마을-숲탐방로 3길-목포 제방-사초 군락-전망대-생태관(3시간 코스).

 

 

 

 

위_ 지붕을 억새로 덮은 하씨 고가. 아래_ 우포늪생태관.

다양한 유적이 모여 있는 창녕읍내


창녕은 이웃한 김해와 함께 고대문화가 활짝 꽃피었던 곳이다. 더구나 가야시대의 흔적이 뚜렷하다. 읍내 시장 한복판에 서 있는 술정리 동3층석탑(국보 제34호)은 통일신라시대 석탑의 전형을 보여준다. 날렵한 지붕돌과 몸통에서 풍기는 균형미와 기품은 예술적인 아름다움 그 이상의 가치를 내뿜는다. 어느 분은 이탑은 대낮보다 어두운 밤, 달빛이나 불빛 아래서 봐야 제격이라고 말한다. 달빛에 은은히 비치는 석탑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는 것이다. 또 어떤 이는 이 탑을 불국사의 석가탑에 비유하기도 한다.


부근에 있는 하병수 가옥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지붕을 억새로 이은 정면 4칸의 남향집 전통 가옥으로 조선 영조 때인 1706년에 지은 이래 하씨(河氏) 집안이 몇 대째 살고 있다. 300년의연륜이 쌓인 이 가옥은 조선시대의 가옥 구조와 민가의 건축술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유산이다. 특히 지붕을 덮은 억새는 물 빠짐이 좋고 질겨 볏짚보다 수명이 20~30년쯤 더 간다고 한다. 그 옛날 선조들은 화왕산 일대에 퍼져 있는 억새를 생활 곳곳에 요긴하게 썼던 것이다.


화왕산이 빤히 올려다 보이는 만옥정 공원. 이곳에는 신라 최고의 비석으로 꼽히는 진흥왕 척경비(국보 제33호)를 비롯해 토천 3층석탑, 창녕객사 등이 있다. 진흥왕 척경비는 원래 화왕산 기슭에 있던 것을 1924년에 이곳으로 옮겨 보존하고 있다. 진흥왕 순수비보다 3년 정도 앞서 만들었는데 왕이 새 점령지를 다스린다는 내용과 연시(신사년 2월), 사적, 관련 인물(수행원) 등이 해서체로 적혀 있다.


화왕산 서쪽의 교동과 송현동에는 가야시대(5~6세기경)의 무덤이 많이 남아 있다. 흙을 쌓아 올려 만든 무덤은 옛날 6가야 중의 하나인 비화가야(非火伽耶)의 무덤들로, 이곳에서 출토된 유물들은 안타깝게도 대부분 일본으로 옮겨지고 현재 일부만 남아 있다. 많은 고분 중 1기는 입구 쪽을 개봉해 내부 관람이 가능하다.


또한 송현동에는 조선후기에 만든 석빙고(보물 제310호)도 있다. 언뜻 왕릉처럼 보이는 이 유적은 옛 사람들이 오늘날의 냉장고처럼 썼던 얼음 창고다. 겨울철 이곳에 저장해 놓은 얼음이 7∼8월 한여름까지 녹지 않았다고 한다. 미리 군청에 연락하면 내부를 둘러볼 수 있다.

 

 

 

 

우포늪

산 기운 영험한 화왕산


창녕읍을 감싸고 있는 화왕산(火旺山, 766m)은 한자 이름에서 보듯 ‘불의 기운’이 강한 명산이다. 등산로는 읍내에서 바로 연결되는 자하곡 코스와 관룡사와 용선대가 있는 반대편 옥천 코스로 나뉜다. 산세는 옥천 코스가 훨씬 장엄하다. 산 중턱에 있는 관룡사(觀龍寺)는 원효대사가 이곳에서 제자와 함께 백일기도를 마치고 돌아가다 화왕산 꼭대기의 연못 3곳에서 아홉 마리 용이 구름을 타고 승천하는 것을 보고 지은 것이란다.

 

관룡사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대웅전(보물 212호)과 약사전(보물 146호)으로, 건물이 풍기는 고풍스러움도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균형과 안정감이 느껴져 범상치 않다. 경내를 찬찬히 돌아보면 화왕산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관룡사에서 산길을 따라 20분쯤 오르면 가파른 바위벽이 앞을 턱 막아서는데, 그 위에 가부좌를튼 석불상(용선대)이 올라앉아 동쪽 산 아래를 굽어보고 있다. 화왕산과 석불상, 그 어울림이 참으로 절경이다.

 

 

 

 

영산에 모여 있는 유적들


 

용선대에서 본 화왕산.

화왕산에서 부곡온천 방면으로 가다 만나게 되는 영산땅은 창녕의 옛 숨결이 그대로 녹아 있는 곳이다. 소박하게 모여 있는 집들과 만년교, 석빙고, 연지, 영산지구 전적비 등 문화재도 여럿 남아 있어 오가는 길에 꼭 한번 둘러볼 만하다. 원님이 다리를 고쳐 주었다 하여 ‘원다리’라고도 불리는 만년교는 길이 13.5미터, 너비 3미터의 무지개 모양의 돌다리다. 만년교 옆에는 5개의 작은 섬과 정자(향미정)를 둔 인공 못(연지)이 있다. 만년교에서 500미터쯤 떨어진 곳에는 창녕 석빙고보다 크기가 작은 영산 석빙고가 있다.


조선 후기에 돌로 쌓은 얼음 창고로 문 쪽이 높고 그 반대쪽이 낮은 형태인데 창녕군청에 연락하면 내부를 둘러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