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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자유

진정한 자유

■ 글 / 한지숙 (자유기고가)

 

 

 

 

 

 

‘자유’라는 단어만큼 우리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단어가 또 있을까?
누구나 갖고 싶어하고, 누구나 누리고 싶어하는 자유의 진정한 모습은 어떤 것일까?
밤거리를 무제한 속도로 누비며 폭주하는 젊은이들에게 왜 그렇게 하는지를 물으면
그들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자유롭잖아요!’ 


요즘같이 등산하기 좋은 계절, 각자 가정이 있는 남자와 여자가 산에 올랐다가 평범한 자신의 삶에
일탈을 꿈꾸며 함께 내려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그들이 생각하는 ‘자유로움’은 무엇일까?
우리는 가끔, 하늘에 연을 날리고 있는 사람들을 볼 때가 있다. 멀리멀리 잘도 날고 있는 연을 보면서
‘아! 나도 저렇게 자유롭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연은 ‘연줄’에 매여 있을 때에라야
아름답게 안정적으로 날 수 있다. 구속되는 것이 싫다고 연줄을 끊어 버리면 어떻게 될까?
연은 어디로 사라져버리거나 언젠가 곤두박질치게 마련이다.

 

자유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아무렇게나 행동할 수 있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우리는 인생을 종종 바둑에 비교하기도 한다.
아무렇게나 두는 바둑을 바둑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한 수, 한 수 최선의 수를 고심하며,
가치 있는 곳에 한 수를 둘 때에 그 안에 자유가 있다.
여러 가지 많은 가능성 가운데서 결단을 통해 ‘용기’와 ‘도전’을 갖고 ‘책임’을 질 수 있는 한 수,
그것이 바로 진정한 자유이며 또 다른 이름의 자유다.

 

다행히도 아직 우리의 주변에는 용기와 도전정신을 갖고 책임감 있게 자유를 누리며 살아가는 멋진
인생들이 많다. 그들 중의 한 사람 산악인 김홍빈 씨, 그는 열손가락이 없는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유로움에 이른 산악인으로 유명하다. 1991년 북미 최고봉인 맥킨리(6,194m)를 단독 등반하다가
고소증세와 탈진 등으로 의식을 잃었다. 16시간 만에 구조가 되었지만 동상으로
열 손가락 모두를 잃어야 했다. 냉혹한 현실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옷의 지퍼를 올리거나 운동화 끈을 묵는 사소한 일상의 일은 물론 대소변조차 마음대로 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사느니 죽는 게 낫겠다 싶어 약국 앞까지 갔던 게 수십 번이었다.

 

선배의 권유로 장애인용 운전면허증을 따서 자동차 부품제조업체에 화물차 운전사로 근무하기도 하고,
전산실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골프장에서 포크레인 등 특수장비도 운전했다.
하지만 모든 직업들이 오래가지 못했다.

그는 용기를 갖고 자신을 던져 도전할 수 있는 그 곳, 산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
그 이후로 그는 장애를 당당히 딛고 2009년 중증 장애인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7대륙 최고봉을 완등 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 장애인스키 국가대표로도 활약했고, 각종 사이클 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하기도 했다.
그의 도전은 어디까지일까? 그는 현재 8,000m 이상 되는 히말라야 14좌 완등을 꿈꾸고 있다.
이미 에베레스트, K2, 칸첸중가 등 히말라야 8개봉 등정에 성공했고 6개의 봉을 남겨 두고 있는 상태다.
그의 이러한 도전이 무모하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장애인들에게 희망의 메신저가 되고 싶어한다.

 

그가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고 산에 오르는 길은 진정한 자유로움을 찾아가는 길이 아닐까?
지난 2월, 큰 관심 속에 동계올림픽이 끝났다. 다른 많은 선수들도 고생하고 수고 많이 했지만
특별히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하는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클린 연기’를 펼치고도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러시아)에게 밀려 은메달에 그칠 수밖에 없었던 그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다 의심스런 판정에 대한 속상함과 아쉬움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을 것이다.
7세 때부터 피겨를 타기 시작해 주니어, 시니어 대회를 거치며 10여 년이 넘는 국가대표 선수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도전하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것을 참아가며 힘들게 노력해 왔는지를
우리는 알고 있기에 완벽한 그녀의 피겨연기는 당연히 금메달이어야 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김연아 선수는 메달 색깔에 초연했다. 의심스런 판정이었지만 자신은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고 당당히 말한다. 자신이 선택한 일에 열정을 다 바쳐 용기와 도전으로 책임을 다한 김연아 선수.
우리는 산악인 김홍빈처럼 히말라야를 등정할 필요도, 김연아 선수처럼 피겨를 탈 필요도 없다.
다만, 우리에게 있는 숨겨진 보물을 찾아 책임감을 갖고 용기와 도전으로 임한다면
진정한 자유로움으로 올라서는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