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주인
■ 글 / 한지숙 (자유기고가)
바야흐로 캠핑의 시절이다. 돗자리를 깔고 나무 네 귀퉁이를 골라 모기장을 걸쳐 놓는다. 그것만해도 아이들에게는 이미 훌륭한 놀이 텐트, 어머니가 바리바리 싸 들고 오신 눈에 익은 집안의 각종 냄비와 그릇들이 큰 대야 속에서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낸다.
아버지가 돌을 주워다 간이 부뚜막을 만드시면 어머니가 앉혀놓은 밥 냄비에서는 곧 부글부글 끓는 구수한 밥 냄새로 물놀이에 정신 없던 우리들을 하나 둘씩 불러 모은다.
요즘의 이야기는 물론 아니다. 7, 80년대 시절에는 이런 모습으로 피서를 즐기는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었고, 나중에는 석유풍로까지 싸 들고 나타나는, 지금으로 치자면 열혈 캠핑족도 심심치 않게 있었다.
지금 우리의 캠핑의 모습은 그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각종 캠핑 장비는 이름을 다 외울 수 없을 정도로 종류가 다양해졌고, 사용하기도 편리해졌다. 오토캠핑을 즐길 것인가, 텐트캠핑을 할 것인가 행복한 고민을 하는 가운데, 민박이나 펜션이 울상을 지을 정도로 여러 해 전부터 캠핑이 점점 대세가 되어 가고 있다.
만만하지 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캠핑장비가 불티나게 팔리고, 캠핑문화가 점점 확산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그 동안의 크고 끔직한 사건 사고들을 겪으면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다 가슴 한 켠에 휑하니 알 수 없는 구멍이 하나씩 뚫려버린 느낌일 것이다. 처음에는 두려움과 공포로,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큰 슬픔으로,
나중에는 분노와 절망으로 그 구멍은 커져왔다.
이미 뚫어진 것을 흔적도 없이 지울 수는 없다. 그러나 마음의 구멍을 이제부터 무엇으로 채워가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다음 모습은 달라질 수 있다. 분노와 절망과 자포자기… 어디다가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는
이러한 증상들은 고스란히 화병, 또는 울화병으로 자리잡기 쉽다. 미국 정신과협회에는 1996년 화병을 문화 관련 증후군의 하나로 등록했는데, 이 질환을 한국말 그대로 ‘Hwabyung’이라고 부른다. 누른 감정을 풀어내지 못하고 억제한 상태에서 일어나는 정신적 질환의 모든 증상을 말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을 다스릴 수 있는 나만의 또는 우리만의 해소방법을 찾아야 한다. ‘한국인의 힐링코드’라는 책에서 작가 임윤선은 우리에게 조금은 특별한 힐링의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우리의 전통예술 치료 방법 중의 하나인데, ‘매듭, 보자기, 먹, 탈, 황토’ 등의 활동을 해볼 것을 권유하고 있다.
매듭을 만들면서 억압과 해소와 관계를 배우고, 먹을 사용하는 서예와 그림으로 여유와 안정과 자유를 느낀다. 또한 황토체험을 하면서 치유와 정화, 교감을 경험한다. 한국인이면서도 오히려 한국적인 것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들에게 새로움으로 다가오는 힐링의 방법들이다.
아마도 캠핑에 열광하는 이유도 이런 힐링의 방법들을 찾고 가족의 소중함, 주변의 소중함, 내 자신의 소중함을 깨달아서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비싼 장비 사들여 캠핑 떠날 여력이 되지 않는다고 의기소침해 질 필요는 없다. 조금만 세심히 찾아보면 저렴한 가격으로 텐트는 물론 캠핑장비까지 대여해 주는 곳도 많이 있다. 멀리 있는 산과 계곡으로 갈 시간이 되지 않는다면 도시 내에서 잘 꾸며진 캠핑장도 얼마든지 있다.
기분 전환이 되는 차를 한 잔 마시며 좋은 음악을 감상해 볼 수도 있다. 거창한 방법이 아니어도 좋다. 잠시, 마음의 여유를 갖고 하던 일을 잠깐 멈추고 생각해 본다. 늘 보았던 집 주변의 길도 마음 먹기에 따라 훌륭한 나만의 힐링 장소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네잎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고 세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다.어쩌다 만나는 행운에 집착하기보다는 어디에나 지천에 깔려 있는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사는 것이 훨씬 지혜롭다. 공부 좀 못해도 발 냄새 폴폴 풍기며 누워 자고 있는 아이녀석이 소중하고, 돈은 좀 못 벌어도 건강한 남편이 감사하고, 잔소리는 심해도 내 옆에 있어준 아내가 고맙고…. 너무나 사소해서 사소하다고 생각조차 안 해 본 것들이 어느 순간 눈과 마음으로 들어온다면 그 때 비로소 행복의 주인이 된 것이다.
이 뜨거운 계절, 뜨거운 마음으로 주변의 사소한 일에 감사하자. 그것이 바로 힐링의 시작이 되고, 서로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희망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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