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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보려고 다운받은 영화 한 편, 불법일까?

혼자 보려고 다운받은 영화 한 편, 불법일까?

'저작권법' 다시 보기

 

올해 초, 가수 김장훈씨가 「테이큰3」 불법 영화파일을 다운받은 일을 트위터에 올렸다가 모 단체로부터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발을 당하는 바람에 홍역을 치른 사건이 있었다. 인터넷으로 파일을 공유하는 일이 일상화된 요즘, 혼자 보려고 다운받은 영화 한 편도 저작권법 위반인가? 이번 호에서는 누구나 들어본 적 있지만 언제나 아리송한 저작권법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자.

글 이은수(법무법인 ‘지우’ 변호사)

 

 

 

 

저작권법이 허용한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

 

저작물이란 인간의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한 음악, 영화, 컴퓨터프로그램과 같은 창작물을 말하며, 저작권이란 이러한 창작물에 대해 창작자가 가지는 권리를 말한다. 그리고 누구나 알다시피, 저작권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 받는다.

 

저작권법은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저작물을 ‘복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나 음악과 같은 공표된 저작물을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가정이나 이와 유사한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하는 경우에는 문제되지 않는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자신의 블로그에 업로드하여 불특정 다수가 자유롭게 다운로드(복제)할 수 있게 했다면 이러한 행위는 금지된 ‘복제’에 해당하지만, 다른 어떤 사람이 우연히 위 블로그를 방문하여 그 저작물을 다운로드 받아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었다면 이러한 행위는 ‘사적이용’으로써 저작권 침해행위가 아니다.

 

 

 

 

불법 영화파일을 다운 받아도 저작권법 위반?

 

앞서 든 가수 김장훈의 예와 같이 불법으로 만들어진 영화파일을 다운 받아 혼자 감상하는 행위가 저작권법 위반인가? 일각에서는 ‘복제된 원본파일이 불법인 이상’ 방에서 혼자 보려고 다운 받았어도 저작권법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김장훈의 행위는 어디까지나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에 해당하기 때문에 ‘합법 다운로드’라고 볼 여지가 크다. 현행 저작권법상, 복제된 원본파일의 진위에 따라 사적이용인지 아닌지 여부가 달라진다고 해석될 여지는 없다.

 

 

 

토렌트와 같은 P2P프로그램 사용 시 문제점

그런데 인터넷 시대에 상용화된 P2P(peer-to-peer network) 프로그램을 통해 다운로드를 받는 경우, 다운로드와 업로드가 동시에 일어난다는 점에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한다. 대표적 P2P 프로그램인 ‘토렌트’는 다수의 PC로부터 프로그램을 조각들을 다운 받아 하나의 파일을 완성하는 방식인데, 다른 PC로부터 파일 조각을 다운받는 동시에, 불특정 다수가 바로 그 파일 조각을 다운로드 받아갈 수 있게 된다. 결국 사적이용을 위해 파일을 다운 받는 과정에서 (전송 방식의 특성상) ‘본의 아니게’ 복제가 발생할 소지가 생기는 것이다.


P2P를 이용한 다운로드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 확립된 대법원 판례는 없으나, 수사기관은 이를 저작권 침해행위로 보고 있는 것 같다. 토렌트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형사고소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토렌트의 전송방식이 그렇다 뿐이지, 토렌트에 접속한 사람에게 저작물 복제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그리고 토렌트 이용자가 다른 사람에게 전송한 것은 파일 조각의 일부에 불과한 경우도 많은데, 이를 과연 저작물 복제와 동일하게 볼 수 있을까? 수사기관의 오래된 관행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다툴만한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

 

 

저작권법 개정의 필요성

현행 저작권법은 ‘침해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저작권 침해 행위를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형벌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비영리적 사용이 문제된 경우 저작권자가 고소를 취하하면 더 이상 수사나 재판이 진행되지 않는다. 이러한 점을 악용하여 합의금을 노린 고소가 횡행하고 있다.


관련법령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덜컥 겁을 먹어 합의금을 지불하거나, 수사기관에서 자백을 하게 된다. 법무법인이 제시한 합의금을 마련하지 못해 고민하던 청소년이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사례도 있었다.

 

자백을 하는 경우라도 초범이거나 침해의 정도가 경미하면 (하루 동안 저작권 교육을 받는 조건으로 재판에
넘기지 않는) ‘교육조건부 기소유예’를 받고 수사가 종결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기
소유예 처분 역시 죄가 인정된다는 의미이므로, 이후 이를 근거로 수백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는 사
례가 늘어나고 있다.


형사고소, 그리고 이어지는 민사소송. 파일 하나 다운로드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감내하기엔 너무나 가혹한
절차가 아닐 수 없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률 개정안에 따르면 영리를 목적으로 하거나, 소매가격 기준으
로 6개월간 100만원 이상의 피해를 입힌 경우에 한해 형사처벌 하도록 하고 있다.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로 억
울한 피해자가 줄어들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