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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이 필요한 성인들을 위한 성년후견제도

돌봄이 필요한 성인들을 위한 엄마 같은 법

성년후견제도

 

 

보통 우리는 ‘법’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원리원칙적이며 감성이 통하지 않는 영역으로 생각한다. 물론 사회질서와 조화를 위해 어느 정도의 구속력과 강제성을 띄기도 하지만 법은 인간평등과 인권옹호라는 인간적 측면이 바탕이 되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번 호에서 다룰 성년후견제도 또한 돌봄이 필요한 성인에게 ‘엄마’ 같이 챙겨주는 인간적 법률제도라 하겠다.

글 이은수(법무법인 ‘지우’ 변호사)

 

 

 

후견(後見)이란 문자 그대로 뒤에서 잘 돌봐준다는 말이다.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미성년자는 부모와 같은 친권자의 후견을 받고, 시간이 지나 성년이 되면 후견 없이 스스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우리 주위에는 선천적 장애로 인해 정신적으로 부족함이 있는 성인, 또는 불의의 사고나 고령•질병 등 후천적 원인으로 정신적 능력이 부족하게 된 성인들이 있다. 이처럼 정상적인 판단력을 부족해 도움이 필요한 성인들을 위해 후견인을 지정하는 제도가 바로 지난 2013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성년후견제도다.

 

성년후견제도 시행 이전에는 돌봄이 필요한 성인을 일단 법적인 행위무능력자(일명 한정치산자, 금치산자)로 만든다는 점에서 정작 본인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는 비판이 많았고, 특히 누가 후견인이 될지 순서를 법으로 규정했는데, 후견인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불필요한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았다. 예컨대, 후견이 필요한 사람에게 부모와 배우자가 모두 사망하고 자식들만 있는 경우, 법에 따라 장자가 후견인이 됨에 따라 형제들 간에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후 시행된 성년후견제도는 도움이 필요한 정도에 따라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 중 하나를 선택하여 필요한 만큼만 적절히 후견하여 주체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고, 친족이 아닌 제3자를 후견인으로 지정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제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성년후견이 필요한 A씨의 사례

 

 

A씨(80·여)는 남편을 잃고 슬하에 자녀 셋을 두었는데, 수년 전부터 파킨슨병을 앓게 되었다. 이해력과 판단력이 심각하게 떨어지고 언어능력도 상실한 상황이다. 한 달에도 수백만 원씩 드는 병원비를 자녀들이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게 되었고, 결국 A씨의 부동산을 처분해서 병원비를 감당하려고 한다. 긴 병에 효자 없다고, 자녀들은 현재 A씨를 요양원에 방치하고는 재산을 두고 서로 다투고만 있다. A씨와 같이 정신적 제약의 정도가 큰 경우에는 ‘성년후견’을 신청할 수 있다. A씨와 같이 본인명의의 부동산을 처분할 필요가 있거나 본인명의 예금인출이 필요한데 본인이 정신적 제약으로 그런 행위를 할 수 없을 때 성년후견의 도움을 받아 필요한 법률행위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누구를 후견인으로 해야 할까? 예전 제도에 따르면 A씨를 금치산자로 지정하고 자동적으로 장남이 후견인이 되었을 것이고, 재산을 탐내는 자녀들 사이에 갈등이 한층 심해졌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성년후견제도에 따라 법원은 자녀들이 아닌 다른 친족이나 변호사, 세무사와 같은 전문가를 후견인으로 지정하여 분쟁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되었다.

 

 

 

 

한정후견이 필요한 B씨의 사례

 

B씨는 발달장애를 가지고 태어나 이제 성인이 되었다. B씨는 일상에 필요한 간단한 행위 정도는 스스로 할 수 있지만, 물건의 구입, 근로계약 체결 등 중요한 법률행위를 하기에는 정신적 능력이 많이 부족한 상태다. 몇 달 전에는 주변 사람들의 꼬임으로 함부로 서류에 도장을 찍는 바람에 많은 빚을 지기도 했다. B씨의 부모는 앞으로 B씨가 저런 실수 없이 누군가의 도움 아래 스스로 일상생활을 영위하기를 바란다. B씨와 같이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경우 한정후견을 신청할 수 있다. 부족한 범위에 한정해서 후견한다는 뜻이다. B씨의 후견인으로 지정된 자는 물건의 구입, 근로계약 체결 등 법원이 정해준 범위 내에서 ‘대리권’과 ‘동의권’을 갖게 된다. 예컨대 B씨가 후견인의 동의 없이 함부로 누군가에게 담보를 제공했다면 추후에 러한 사실을 안 후견인은 B씨의 담보제공 행위를 적법하게 취소할 수 있다.

 

 

 

 

특정후견이 필요한 C씨의 사례

 

 

C씨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빌딩 임대업자이지만 자식이 없다. 그런데 어느 날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을
잃었고, 수개월 뒤 극적으로 의식을 회복하였으나 아직 판단능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다. C씨는 건강
이 회복되기 전까지의 수년간만 부동산 관리 및 임대료 징수 업무를 대신 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C씨와 같이 일시적 후원 또는 특정한 사무에 관한 후원에 필요한 사람은 특정후견을 신청할 수 있다. 이 경우 C씨의 후견인은 후견이 필요한 사무에 한하여 제한된 기간 내에서만 대리권을 부여 받게 된다.

 

 

 

 

무보수로 사무를 맡길 수 있는 공공후견인 제도

 

후견인은 크게 친족후견인과 전문가후견인으로 나뉘는데, 친족후견인의 경우 무보수가 원칙이고, 친족이 아닌 전문가후견인이 선임될 경우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그런데 후견이 필요한 사람 중에는 친족도 없고 전문가 후견인을 선정 받기에는 형편도 넉넉지 않은 경우가 있다. 이 경우 무보수 또는 최소한의 경비만을 받고 사무를 처리해주는 ‘공공후견인 제도’가 있다. 해당 지방자치단체나 복지기관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이은수 변호사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제2회 변호사시험 합격
법무법인 지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