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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에 한국승강기 뿌리를 심다 - 몽골 SIGMA엘리베이터

 

몽골에 한국승강기 뿌리를 심다

골 SIGMA엘리베이터

 

몽골에서는 ‘승강기’ 하면 박호선, ‘박호선’ 하면 승강기의 대부로 통한다. 오티스엘리베이터코리아의 해외 수출 브랜드인 ‘SIGMA’의 몽골 법인을 이끌고 있는 박호선 대표. 현대 몽골에선 2,000여 대의 승강기가 운행 중이며 이 중 1,000대 이상이 SIGMA의 박호선 대표가 설치한 승강기다. 국내 일정으로 잠시 귀국한 박호선 대표를 엘에스터 편집부가 만나 보았다.

■ 글 / 편집부

 

 

 

 

 

 

몽골 승강기 업계 대부 박호선

 

SIGMA엘리베이터 몽골 법인 박호선 대표는 몽골에서 승강기업계의 대부로 알려져 있다. 몽골에 진출한 50여 개 엘리베이터 회사 중 외국인 현지법인 대표는 그가 유일하다. 그러면서도 몽골 승강기업계에서 그의 영향력은 현지인들도 넘보지 못할 만큼 막강하다.


SIGMA는 오티스엘리베이터코리아의 해외 수출 브랜드명으로 세계 6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몽골에는 승강기 제조업체는 없는 반면 다국적 승강기를 비롯해 50여 개의 엘리베이터 제조사가 진출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 업체 가운데 SIGMA가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건 박호선 대표가 있기 때문이다.


몽골은 우리나라 7배 정도에 달하는 국토면적에 인구는 270여 만 명에 불과하다. 이 중 수도 울란바토르에 150만 명 정도가 거주하고, 나머지 120만 명은 21개 주에 흩어져 살고 있다. 승강기 운행대수는 2,000여대 정도인데, 이 중 절반이 넘는 1,000대 이상이 박호선 대표의 SIGMA 제품이다. 이 숫자만 보더라도 박호선 대표의 몽골 승강기 업계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다.

 

 

1998년 건설업으로 몽골 진출


 

박 대표는 1998년 몽골에 들어갔다. 그는 국내 굴지의 건설회사에 근무하다 1990년대 중후반 IMF 외환위기 직전에 그만뒀다. 회사를 그만 둔 박 대표는 미국이민을 준비하고 있다가 우연한 기회에 몽골에 가게 된다. 처음 가본 땅이었지만 이상하리만큼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몽골이 그에겐 또 다른 기회의 땅이 된 것이다. 박 대표는 몽골에서 처음에는 국내와 마찬가지로 건설업을 했다. 한국인 최초로 몽골에서 특별 건설업 면허까지 취득했다.


몽골에서 3년 정도 건설업을 하던 박 대표가 승강기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자신이 지은 건물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다가 이곳에서 건설업보다 승강기 사업이 훨씬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승강기와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2002년부터 승강기 사업으로 전환해 SIGMA엘리베이터의 몽골 법인 대표가 됐다. 승강기 사업을 시작한 그는 이때부터 탁월한 사업 수완을 발휘해 몽골 승강기업계를 쥐락펴락할 정도의 영향력을 갖게 됐다.


현재 몽골에는 전 세계 메이저급 승강기 회사들이 진출해 있다. 국내 토종기업인 현대엘리베이터를 비롯해 다국적 기업인 티센, 코네, 쉰들러는 물론 일본과 중국업체 등 50여 개 회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연간 300여 대 승강기 설치


 

 

혈혈단신으로 몽골에 진출한 박호선 대표는 건설업에서 승강기 사업으로 전환해 지금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몽골 SIGMA는 한국인 직원 8명에 몽골 현지직원 70여 명이 연간 300여대의 승강기를 설치하고 있다.


박 대표는 “직원 수만 늘린다면 연간 500대 정도의 승강기 설치가 가능하다”며 “마케팅에 서 수입, 통관, 설치, 유지관리까지 모든 업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 전망도 밝아 인력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엘에스터 편집부와 만나는 이날도 몽골 현지에서 근무할 한국인 직원 면접을 보고 있었다. 그는 “한국에 두 달에 한 번 정도 들어오는데 직원이 필요할 경우 이렇게 게릴라식 면접을 보곤 한다”며 겸연쩍게 웃었다.

 

 

몽골에 한국의 승강기 안전제도 심어줘야


박 대표의 이번 한국방문의 가장 큰 목적은 한국승강기대학교와의 MOU체결과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과의 몽골 프로젝트 협의였다. SIGMA엘리베이터 몽골법인은 한국승강기대학교와 MOU를 맺었다. 박호선 대표는 해마다 승강기대학교 출신 2명을 신입사원으로 채용하기로 했다. 또 방학기간에는 인턴사원을 받기로 했다. 물론 몽골에 파견되는 인턴의 경우 숙식은 물론 체류비 일체를 부담하는 조건이다.


특히 박 대표는 한국의 우수한 승강기 안전제도를 몽골에 수출해야 한다는 신념이 확고하다. 박 대표는 “몽골은 승강기 분야에서 만큼은 한국에 매우 우호적이다”며 “가능하다면 몽골에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해외 지사를 만들어 한국의 우수한 승강기 안전제도와 기술을 뿌리 내리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 대표에 따르면 몽골은 검사와 인허가 등 승강기 관련 업무를 부총리 산하 특별검사국에서 진행한다. 그러나 승강기와 관련해 일하는 인력은 4명이 전부라는 것. 그런데 몇 년 전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이 전문가를 파견해 몽골 승강기 법령제정에 큰 도움을 줬다. 따라서 몽골은 “아직까지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에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 있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신설되는 몽골 랜드마크 승강기 수주


박호선 대표의 SIGMA엘리베이터는 몽골 랜드마크의 모든 엘리베이터 수주를 독점하다시피 했다. 블루스카이호텔, 라마다호텔, 몽골 수도인 울란바토르 시청사 등 몽골에서 내놓으라는 큰 건물의 승강기는 박 대표가 설치하고 관리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다. 현재 건설 중인 37층 규모의 초대형 호텔인 상그리라호텔에 36대, 몽골 신공항에 32대의 승강기도 수주했다.


이렇게 박 대표가 몽골에서 가장 유명한 승강기 사업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감각적이고 탁월한 사업 수완 때문이다. 그렇다고 몽골 정부의 유력인사나 건설업자 등을 상대로 접대나 로비를 하는 것도 아니다. 공사비를 깎아 주지도 않는다. 다만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정직하고 성실하게 사업을 할 뿐이다. 그의 이러한 정직함과 성실함에 사람을 끄는 묘한 매력이 몽골 승강기업계를 감동시킨 것이다.

 

 

저소득 맞벌이 가구 대상 공부방 운영


박호선 대표는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사회공헌사업도 잊지 않는다. 4년 전부터는 울란바토르 저소득 맞벌이 가구 자녀를 대상으로 공부방을 운영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SIGMA엘리베이터의 사옥을 개조해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4~5명이던 아이들이 지금은 5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박 대표는 아이들을 위해 최적의 교육시설을 갖추었다. 대상은 유치원, 초등생, 중학생 등이다. 한국인 교사 2명과 현지교사 2명도 채용했다.


오전, 오후반으로 나눠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아이들의 현지 학습지도는 물론 한글 교육과 체육활동도 병행한다. 간식과 점심식사까지 제공한다. 그는 “해맑은 아이들을 돌보면서 물질적인 풍요만이 반드시 행복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다”며 “사회공헌사업이라기 보다는 그저 외국인이 몽골에서 돈만 밝힌다는 욕먹지 않기 위해 노력할 뿐”이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몽골 한인 상공회의소 회장 맡아


현재 몽골에는 한국인이 25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 중 절반은 선교사들이고, 나머지는 박 대표와 같이 사업을 하거나 몽골에 진출한 국내 기업 재외 주재원들이다. 여기에서도 박 대표는 몽골 한인 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다. 회원사는 모두 124개사다. 박 대표가 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난 뒤 한국기업들의 몽골 진출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그는 또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의 ‘해외 통신원 1호’로 선임되어 활동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현재 몽골의 경제사정이 좋지 않다”며 “외국투자가 많이 줄어 내년까지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500조원 규모의 광산개발이 13개나 계획 중이다”며 “10년 정도만 지나면 국민소득이 우리나라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낙관한다.


몽골의 성장 잠재력이 큰 만큼 박 대표는 이제 자신의 개인사업보다는 한국의 우수한 승강기 안전제도와 법령이 몽골에 진출할 절호의 기회라고 주장한다. “몽골은 한국의 승강기 기술은 물론 승강기 안전제도와 법령 등에 대해 매우 우호적”이라며 “몽골 정부와 협의해 한국의 승강기 안전시스템을 몽골에 정착시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호선 대표와 같이 한국인이라는 자부심과 긍지로 해외에서 성공한 CEO가 있는 만큼 한국의 승강기 산업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미래도 밝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