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과 사익 사이의 절묘한 외줄타기
승강기와 공공경제
승강기는 설치한 사람과 이용자가 사용편익의 이익을 공유한다. 이런 측면에서 공공경제학과 승강기는 닮았다. 승강기를 소유한 사람은 불특정 다수의 안전을 위하여 정기적인 점검과 안전검사를 받고 안전을 확보할 책임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자본주의 경제이론에 반하는 상황일지도 모른다. 하버드대학 맨큐 박사의 ‘경제학의 10대 기본 원리’ 중에는 “사람은 경제적 유인에 반응한다”는 구절이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에서는 경제적인 이익이 있는 곳에 사람들의 노력과 이해가 결부된다는 것이다. 승강기의 공공성, 그리고 경제적 이익은 기술적으로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을까? 글 고영준(한국승강기대학교 교수)
시장경제이론을 통해 본 몇 가지 ‘사례 보기’
먼저 시장경제의 이론을 한 번 살펴보자. 시장은 수요와 공급이 존재하고 그것의 균형점에서 가격이 정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하여 노동을 투입하거나 자본을 투자한다. 그리고 그것의 결과물로 경제적 이익을 취한다. 자, 이제 여기서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두 번째 예를 들어보자. B씨는 개를 너무 좋아해서 개를 키우기로 했다. 개를 키움으로써 즐거움과 만족도가 증가했다. 그러나 개가 밤마다 짖어댄다면 어떨까? 개를 키우는 사람은 개를 키우는 즐거움 때문에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주변의 사람들은 본인이 어떠한 행위도 하지 않았는데 불이익을 받고 있다. 이 또한 시장 실패다. 이러한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세 번째 예를 들어보자. C씨도 개를 좋아해서 개를 키운다. 동물애호가인 C씨는 개를 묶어두고 싶지 않다. 이 경우 본인은 개를 사랑할 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은 개에 물리지도 모른다는 공포감과 위협을 느낀다. 이 또한 시장 실패다. 이 경우는 또 어떻게 해야 할까?
네 번째, 좀 더 광의의 사례를 보면 ‘공장의 매연’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공장은 어떤 제품을 만들어 이익을 추구하고자 한다. 그러나 사업주는 이익을 볼 수 있지만 그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 공장에서 뿜어 낸 매연은 맑은 공기를 마실 대중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다. 이 또한 시장 실패다. 이 경우는 또 어떻게 해야 할까? 기술 개발 같은 긍정적인 시장 실패도 있지만 여기서는 이 네 가지 사례를 예로 얘기해보도록 하자.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대안 보기’
첫 번째 사례는 국가나 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용 편익을 좀 더 많이 보는 사람이 있지만 그곳을 지나는 동네주민 또는 국민 중 누구라도 안전한 골목통행을 할 수 있도록 A씨의 행위를 대신하는 것이다. 승강기의 경우는 공공이용 시설의 승강기를 보면 될 것이다. 육교 옆에 설치한 교통약자를 위한 승강기 등을 보면 될 것이다. 육교를 오르기 불편한 사람이 직접 승강기를 설치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관점에서의 공공시설의 이용 편익을 위한 승강설비의 다양한 개발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 또한, 새로운 아이디어도 필요하다.
두 번째의 예에서는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개 짖는 소리에 피해를 본 사람에게 개를 좋아해달라고 요구할 수 없다. B씨는 자발적으로 피해를 본 사람에게 배상을 하고 앞으로 발생할 불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할 협상을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경우 자기의 입장만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도 국가와 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일부 지자체는 아파트 같은 공공주택의 경우 개를 키우기 위해 주민 전체의 동의를 구하도록 하는 규정을 만들기도 하고, 피해구제에 B씨가 최선을 다할 것을 종용한다.
세 번째 경우도 개를 풀어 놓지 않도록 하는 조치를 하도록 C씨에게 요구하고 규정을 만들어 강제할 수 있다. 또한, 공장의 매연은 환경개선을 위하여 공장의 시설개선을 요구하고 또한 매연 배출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는 등 다각적인 방법을 모색하여 공공의 피해구제에 힘을 써야 한다.
승강기의 예를 들면 건물을 소유한 사람이 건물 임대 등으로 수익을 내고 있으며, 건물이용자들의 편익을 위해 승강기를 설치했다면 이를 안전하게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승강설비가 설치되었는데 이것이 안전하지 않은 채 방치·운영된다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법을 제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미시적 관점에서 본 승강기 기술
승강기 관리를 두고 관련법을 처음 시행할 때는 이해충돌이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정착한 상태로 보여진다. 좀 더 보완해야 할 점도 있을 것이다. 정책적인 얘기는 다음 기회에 하기로 하고 이번에는 이용자 편익의 관점
에서 얘기해보자.
승강기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편익은 경제적으로 어떠한 가치가 있을까? 제도를 만드는 사람들은 최선의 가치를 안전에 두고 있고 목적시설 기능의 원활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철도 이용자들의 편익을 위하여 마련한 연계교통시설에 대한 철도설계기준을 보면, 승강설비 즉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무빙워크 등과 같은 시설을 연계저항의 해소 도구로 이해하고 있다. 지상교통과의 연계와 철도끼리의 환승에 원활한
흐름과 이용자의 편익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어떤 역에 하차한 승객이 지상교통과 이어지는 통로를 장시간 걸
어야 한다면 철도를 이용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연계저항을 해소하기 위해 만든 승강설비가 안전하게 관리되지 않는다면 이 경우에도 철도이용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불편함의 해소에서 벗어나 사용자의 이익을 생각해보자. 걸어서 역사를 빠져나올 때 걸리는 시간과 체력적인 소모량 그리고 시설물이용에 대한 기분 등이 경제적인 효과에 영향을 줄 것이다. 환승에 걸리는 시간이 승강설비를 이용하여 체력소모를 줄이고 획기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면 대중교통이용에 따른 경제적 이익은 상당히 클 것으로 생각된다.
일반 건물로 돌아가 보자. 엘리베이터의 기능과 효율적인 배치 설계 그리고 운영전략으로 훨씬 더 경제적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예를 들면, 효율적인 그룹관리를 이용해 승강기의 피로누적까지 고려한 운영체계도 있지만 어떤 건물은 저층부와 고층부를 나누어 운영한다. 이 경우 이용자들은 저층부와 고층부에 나누어 줄을 설 텐데 승강기의 승강행정(lifting stroke; 엘리베이터의 최하층과 최상층 사이의 수직거리)이 건물 전체 높이를 고려해 만들어졌다면 승강기의 피로누적이 가중될 것이다.
우리는 혼잡을 이유로 통제를 위하여 줄 세우기를 할 수는 있지만 그보다 더 좋은 운영방법도 있다. 여기도 그룹관리를 통하여 최적의 위치에 있는 승강기가 서비스 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또한 여기에도 IOT(사물 인터넷) 기술이 접목될 수 있다. 건물 이용자들의 이용 패턴을 분석하여 시간대별 승강기의 대기위치를 지정하는 기술을 도입할 수도 있고, 건물 보안카드와 연계하여 이용자 진입 시 승강기의 자동적인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승강기는 공공성의 느낌도 강하지만 개별 이용자들의 이익(Welfare)을 좀 더 강하게 반영해야 한다. 지금도 그런 곳이 있는지 모르지만 에너지 절감 차원에서 한 때 유행처럼 번졌던 카 내 닫힘버튼을 무효화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으로 본다. 보통 닫힘버튼을 누르지 않고 기다릴 경우 3~5초의 시간이 흐른다. 이 시간 동안 새로운
승객이 탑승을 한다면 엘리베이터가 두 번 움직일 것을 한 번만 움직여도 되는 결과가 되므로 에너지 절감 및 효율이 증가할 지도 모른다.
여기서 지나친 가정을 하나 해보자면, 오지도 않는 승객을 엘리베이터 탑승 후 5초의 시간을 기다린다거나, 만약 우리 집 여인들이 치한에 쫓겨 집에 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문이 안 닫히고 기다려야 하는 5초는 얼마나 길까 생각해보자. 우리에게 어떤 가치가 더 중요할까? 그리고 승강장 버튼의 작동도 제한적이었으면 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문이 닫히고 있는 순간 누군가 달려와 승강장 버튼을 누르면 엘리베이터 도어는 다시 열리고 승객은 또 다른 기다림을 강요 받는다. 문이 닫히는 순간 외부에서 승강장 호출 버튼을 누르는 일이
반복된다면 엘리베이터의 앞선 승객은 어떤 생각을 할까? 양보의 미덕을 계속해서 후덕하게 간직할 수 있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양보는 본인이 선택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승강기의 공공경제
승강기는 건물의 다기능화와 수목적시설물의 등장으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철도와 항공의 교통과 지상 교통을 연계하는 수직수평 교통수단으로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자기가 만든 가로등인데 다른 사람이 이익을 편취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보다도 승강기가 건물 내의 교통수단으로서 그 건물을 다시 찾고 싶은 건물로 인식시키는 데 훨씬 더 큰 가치를 발휘한다고 생각한다.
안전관리 또한 소유자가 풀어 놓은 개처럼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여기서, 소유주와 사용자의 편익을 극대화 하는 기술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예를 들면 목적지에 다와 갈 무렵 스마트폰의 앱으로 승강기를 부르거나, 안전관리를 담당한 사람이 시급히 처리해야 할 과제들을 미리 알고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들이 속속 나올 것이다. 또한 승강기에 다양한 임베디드 기술이 탑재되어 사용자들의 이용편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면 공익과 개인의 이익이 대립하지 않는 흔치 않는 사례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사회가 진화하면서 우리는 사익과 공익 사이의 다양한 대립을 경험하고 있다. 안전한 승강기와 똑똑한 승강기는 두 가지의 이익을 조화로운 공존으로 가능하게 할 것이다. 경제학에서 더 이상의 발전이 없는 최고의 상태를 정상상태(定常狀態, steady state)라고 한다. 언젠가는 정상상태에 도달한 최고의 진화 단계를 경험할 것이다. 어쩌면 그때는 사익보다 공공의 이익이 더 우선시되는 사회가 올 수도 있고, 개인의 이익이 극대화되는 사회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다 같이 동등한 가치를 부여받기를 희망하는 것도 사실이며, 개인의 이익이 차별화되기를 희망하는 것도 사실이다.
승강기는 이 두 가지 모습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공유하고 있다. 대형화 다기능화되는 건물의 형태와 사회에서
혈관처럼 움직이고 숨쉬는 승강기 기술이 다가올 미래에 어떠한 현명한 대답을 던질 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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